
법무법인 광장 전산실 전직 직원들이 소속 변호사의 이메일을 무단 열람해 미공개 정보를 취득, 이를 바탕으로 수십억 원대의 부당이익을 챙긴 혐의로 열린 첫 재판에서 대부분의 혐의를 인정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김상연)는 지난 1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및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광장 전산실 전직 직원 가모(39) 씨와 남모(40) 씨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검찰 측은 이들은 전산실에 근무하면서 2021년 9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약 2년간 기업자금팀 소속 변호사의 이메일 계정을 무단으로 열람해, 해당 변호사가 자문하던 기업들의 유상증자, 공개매수 등과 관련한 미공개 정보를 확보한 뒤 이를 바탕으로 주식에 투자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이 취득한 정보를 바탕으로 매수한 기업은 총 5곳이며, 주가가 상승한 뒤 이를 매도하는 방식으로 각각 18억2000만 원(가씨), 5억2700만 원(남씨)의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날 공판에서 가씨 측 변호인은 “공소사실 중 자본시장법 및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의 사실관계를 모두 인정한다”면서도 “피고인이 정보통신망 침해라는 위법적 행위로 정보를 취득한 부분이 직무상 취득한 정보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법리적 판단을 구한다”고 주장했다. 또 “일부 종목에 대해서는 범행 이전부터 매입·매도했던 것으로, 미공개 정보가 아닌 합법적으로 취득한 시장 정보를 통해 이뤄진 거래”라고 덧붙였다.
남씨 측도 “사실관계는 인정하나, 취득한 정보가 직무 관련성이 있는지는 법리적 판단을 구한다”고 밝혔다. 또 검찰이 산정한 부당이득 액수에 대해서도 “산정이 잘못됐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같은 날 함께 재판을 받은 사모펀드 운용사 직원 고모 씨도 업무상 알게 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거래하거나, 이를 지인 두 명에게 전달해 매매하게 한 혐의에 대해 “대체로 인정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편 이 사건은 올해 1월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가 한국타이어 지주사인 한국앤컴퍼니의 공개매수 과정에서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 행위 금지 위반 의혹이 있다며 검찰에 통보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당시 검찰은 정보 유출의 출처로 광장 소속 변호사도 의심했지만, 미공개 정보를 전달한 직접적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다.
이들에 대한 다음 재판은 오는 8월 19일 오전 11시에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