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박 공급 과잉 및 운임료 하락으로 국내 해운회사의 경영 악화가 우려되자 정부가 해운 산업을 지원할 펀드 규모를 5000억 원에서 2조 원으로 늘려 선제 대응에 나선다.
한국해양진흥공사는 국적선사의 경영 안전판 확충을 위해 이 같은 내용으로 ‘해운산업 위기대응펀드’를 개편한다고 11일 밝혔다.
지난 2023년 5000억 원 규모로 조성했던 위기대응펀드를 2조 원으로 확대하는 게 골자다. 또 ‘해운산업 구조혁신펀드’, ‘해운산업 ESG(환경・사회・지배구조)지원펀드’로 나누어 운용하는 게 특징이다.

해운산업 구조혁신펀드는 총 1조 원 규모로 국적선사의 유동성 지원 및 경영 구조 개선을 위해 쓰인다. 재무 상태가 안 좋거나 부실 징후가 있는 선사를 대상으로 경영안정자금을 공급하고 이미 부실이 발생한 경우 DIP(Debtor In Possesion) 금융을 지원한다. DIP금융은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회사가 자금을 추가 조달할 수 있는 방법이다. 또 국적선사가 인수・합병(M&A)에 나설 경우 공사가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하거나 대출형 펀드 등을 통해 인수 금융을 지원한다.
역시 1조 원 규모로 조성되는 해운산업 ESG지원펀드는 선사들이 친환경 규제에 대응하고 장기 성장 전략을 마련하도록 친환경선박 도입 지원, ESG채권 인수 등을 주요 목적으로 한다. 예를 들어 친환경선박 인증 3등급 이상의 선박을 도입하는 선사에는 낮은 금리로 선순위 금융을 제공한다. 또 친환경 프로젝트를 위해 발행한 녹색채권을 인수하는 데 사용된다.
해진공 관계자는 “국내 최대 해운선사 HMM의 지분을 35% 보유한 최대 주주로서 최근 자사주 공개 매수에 참여했고 일부를 펀드 재원 확충에 사용할 예정”이라며 “다음달부터 국적선사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한 후 공모를 통해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해진공이 위기대응펀드 강화에 나선 것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찾아온 해운업 호황으로 선박 발주가 폭증해 공급이 대폭 늘어나고 있고 이에 따른 운임료 하락으로 선사들의 수익성이 갈수록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해진공에 따르면 내년 컨테이너선, 액화천연가스(LNG)선 공급량은 올해 보다 각각 4.3%, 11.3%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반면 한국형 컨테이너선 운임지수(KCC)는 지난해 3분기 5133포인트까지 치솟았으나 올 8월 기준 1940포인트까지 급락했다. 이에 글로벌 주요 컨테이너 선사 9개사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보다 55.7% 감소했다.
안병길 해진공 사장은 “코로나 시기 해운 호황 속에서 외형을 확장한 국적선사들이 향후 닥쳐올 위기에 미리 대응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