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아였던 프랑켄슈타인은 왜 선택권도 없이 세상과 단절돼야 했습니까”
어린이날인 5일 오전 서울 용산구 용산가족공원 앞에 프랑켄슈타인 가면을 쓴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이들은 ‘아이들의 고통을 외면하지 마라’ ‘국가가 만든 상처, 국가가 책임져라’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행진했다. 고아권익연대 등이 어린이날을 기념해 ‘가정 밖 아이들’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퍼포먼스였다. 가면을 쓴 사람들은 시설 자립 청년·아동복지시설 출신 등 가정 밖에서 유년기를 보낸 이들이었다.
조윤환 고아권익연대 대표는 “고아들의 현실이 자신을 창조한 과학자로부터 버림받은 것도 모자라 사회에서 외면당한 프랑켄슈타인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행진에 참여한 사람들은 “고아들을 위축시키는 사회를 바꾸고 싶다”고 말했다. 자립준비 청년 김윤민씨(25)는 “가정 밖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부모가 없다는 이유로 왕따를 당하거나 은둔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일을 겪지 않도록 세상을 바꾸고 싶다”고 말했다. 보육원에서 자란 강우혁씨(27)도 “어린이날이면 가족들과 놀러 가는 아이들을 보면서 내가 고아라는 사실에 더 큰 소외감을 느끼곤 했다”며 “사각지대에 놓인 시설 아동·청년의 처우와 인식을 개선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안종환 덕성원피해생존자협의회 대표는 “형제복지원처럼 덕성원에서도 가정 밖 아이들을 상대로 강제 노역을 시키고 폭력을 행사했지만 국가는 이를 묵인·방조하다가 지난해 10월 진실화해위원회에서 진실규명이 결정됐다”며 “(시설 아동들에게) 힘이 되고 싶어 나왔다”고 했다.
보호출산제 등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조 대표는 “보호출산제는 ‘고아 산업 피해자’를 만들 것”이라며 “국가와 사회가 이들을 방치하고 외면하고 있다. (고아들도) 가정과 유사한 환경에서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먼저다”라고 말했다.
보호출산제는 영아 유기·살해를 방지하기 위해 산모가 익명으로 병원에서 출산을 가능하게 한 제도로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됐다. 그러나 아동 권리 단체들은 “위기 임산부 지원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아동의 알 권리를 위축시키는 보호출산제부터 시행해서는 안 된다”며 반발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