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트코식 창고형 약국, 제약업계 전략 수정 신호탄

2025-07-21

국내 첫 창고형 약국이 연일 화제를 모으며 제약업계의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기존 제약사들도 변화 가능성을 예의주시하며 마케팅 전략 조정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상황이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경기도 성남시에 문을 연 창고형 약국이 개설 한 달 만에 소비자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일부 제약사는 직접 현장을 방문해 소비자 반응을 살피는 등 새로운 유통 모델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창고형 약국은 기존의 일반 약국과 달리 대형마트나 창고형 할인매장처럼 대량 구매와 저렴한 가격, 넓은 매장 구조를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약국 모델이다. 대형 유통 매장의 '박리다매' 방식을 약국에 접목한 시도로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약국계의 코스트코'라는 별칭으로 불리고 있다.

지난달 10일 문을 연 이 약국은 처방전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은 취급하지 않고, 일반의약품(OTC), 건강기능식품, 의료용품, 반려동물용 의약품 등 수천 가지 품목을 한곳에 모아 판매한다. 소비자가 직접 쇼핑카트를 끌고 선반을 돌며 필요한 상품을 고르고 계산대에서 결제하는 자율 쇼핑 방식으로 운영되며 일본의 드럭스토어 모델과 유사한 형태다. 국내에서는 사실상 처음 도입되는 방식이다.

그러나 대한약사회 등 약사단체는 이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최근 약사회는 시설 구조와 명칭 사용의 적절성을 검토해 달라는 공문을 전국 246개 기초자치단체 보건소장에게 전달했다. '창고형', '마트형', '100평', '공장형' 등의 명칭 사용 금지와 조제실의 실질적 운영 여부 확인을 요구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실제로 논란의 중심에 선 성남시 창고형 약국은, 보건소로부터 '창고형 약국'이라는 비공식 명칭 사용에 대해 시정 명령을 받아 지난 3일 외벽 현수막을 철거했다. 약사법 시행규칙 제44조가 금지하고 있는 유인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이다.

제약업계는 창고형 약국이 제도권 내에 안착할 경우, 영업과 마케팅 측면에서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해당 약국을 방문해 진열 방식과 소비자 반응을 직접 확인했다는 제약업계 관계자 A씨는, 소비자 중심 유통 트렌드가 더욱 부각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A씨는 "아직 제약사 입장에서 유불리를 판단하기엔 이르다"며 "창고형 약국이 대량으로 제품을 구매하지만, 반품 규모도 커질 수 있는 구조라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약국과 달리 소비자가 직접 성분이나 가격을 비교하며 구매하기 때문에, 제품 포장 변경은 물론 TV 광고 등 마케팅 비용이 늘어날 수 있고, 이로 인해 제품 가격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해당 약국이 상호에 '성남점'이라는 명칭을 사용한 점에 주목하며 향후 체인점 확대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비록 약국 측은 공식적으로 추가 입점 계획을 밝히지 않았지만 약국가에서는 구체적인 지역명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약사회도 전방위 대응에 나설 뜻을 내비치고 있다.

한편, 유사한 형태의 마트형 약국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창고형 약국의 추가 개설을 현실적으로 막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지방 교외를 중심으로 자동차 접근성이 좋은 대형 약국이 이미 다수 운영되고 있으며 수도권을 중심으로도 연중무휴 마트형 약국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법적 제재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도 논란의 배경이다. 실천하는약사회를 비롯한 일부 약사단체는 보건복지부에 제도적 대응 마련을 촉구하며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 B씨는 "약사들의 반대에 일부 제약사가 일시적으로 물러섰지만, 결국 다이소에도 제약사의 건강기능식품이 입점하지 않았느냐"며 "일반의약품과 건기식의 판매 채널이 다각화되는 것을 넘어, 해외처럼 대형 드럭스토어 형태 매장이 늘어나는 흐름이 국내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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