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주일간 서울 인사동에서 전시를 열었다. 도예가와 목수가 만들어준 물고기로 바다정원을 만들었다.
바다 정원? 의아할 수 있지만 7억년 전쯤 식물의 형태인 조류가 바다에 등장했고, 5억년 전부터 이 중 일부가 육지로 올라왔다. 아직도 바닷속엔 여전히 식물들이 살고 있고, 이 식물들의 모습이 육지의 식물과 생김이 비슷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바다정원 연출을 위해서 활용한 식물 중에, 사람들이 가장 신기해했던 식물은 바로 연필 선인장 유포르비아(Euphorbia tirucalli)였다. 유포르비아는 사막·온대·열대우림 등에 광범위하게 자생하고, 그 형태도 30m에 육박하는 나무에서, 손가락 한 마디 정도의 작은 종까지 있다. 크리스마스 때 우리에게도 친숙한 포인세티아(Euphorbia pulcherrima)도 유포르비아다. 이러니 이름을 알아도 ‘이게 정말 같은 식물군인가?’, 갸웃거리게 된다.
이 식물이 이렇게 다양한 이유는 지구가 3억년 전까지는 한판으로 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지구의 판이 쪼개져 서로 떨어져 나가면서 기후가 변하자, 식물들은 살아남기 위해 진화를 시작했다. 사막 기후에서는 다육으로 변했고, 열대우림에서는 좀 더 큰 잎을 지닌 큰 나무나 초본식물로 크기와 형태가 달라졌다. 인간 출현 전인 먼 옛날부터 지구에서 살아온 식물 선배는 끊임없이 날씨와 환경에 맞추어 자신을 바꾸는 방법으로 생존을 해결한 셈이다.
바다 산호를 닮은 유포르비아는 전시가 끝난 후, 딸에게 선물했다. 식물 하나 들여놓았을 뿐인데 삭막한 아파트 꼭대기 층 거실이 바다정원 느낌이 물씬 난다. 날씨의 대격변은 우리 잘못이든, 지구의 생태적 흐름이든 이미 시작됐다. 맹렬했던 더위가 순식간에 쌀쌀함을 넘어 영하의 기온까지 넘보는데, 우리도 살아남기 위해 식물이 주는 교훈을 되새겨볼 일이다.
오경아 정원디자이너·오가든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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