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차에 으레 따라붙는 단어는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다.
캐즘은 신기술·신제품이 초기 시장에서 주류 시장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수요가 정체·후퇴하는 현상이다. 혁신 기술이나 첨단 제품이 회피할 수 없는 통과의례다.
흔히 캐즘이 발생하면 도입기를 넘어 성장기로 진입하지 못한다고 한다. 일례로 PDA는 출시 이후 혁신적 개인정보 관리 기기로 각광받았지만, 스마트폰 등장 이후 캐즘에 직면했다. 결과적으로 자취를 감췄다.
전기차 캐즘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전기차에 대한 무조건적인 공포감과 거부감도 빼놓을 수 없다.
전기차에는 가격, 충전시간, 주행거리와 관련한 '주홍글씨'가 붙어있다.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전기차 화재에 대한 불안심리도 여전하다. 시간이 지나면 누그러지겠만 언제일 지 예측불허다.
전기차 캐즘이 기정사실로 회자되고 있다. 하지만 사실인 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우선, 국내에서 올해 9월까지 판매된 전기차는 17만514대다. 이는 지난 해 연간 판매량 14만 6883대를 넘은 수치다. 10월부터 12월까지 얼마나 판매될 지 장담할 수 없지만, 올해 처음으로 연간 전기차 20만대 판매 가능성이 거론될 정도다. 전기차 판매가 성장세로 전환된 것은 2022년 이후 3년 만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전기차 판매는 늘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9월 기준 세계 각국에 등록된 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포함)는 1501만6000대로 전년 동기(1180만대)보다 27.2% 증가했다.
전기차 판매가 증가하고 있다고 캐즘에서 탈출했다고 단언할 수 없다.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엿본 정도라면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현재의 추세는 전기차가 캐즘이라는 계곡을 지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이같은 추세가 지속되면 캐즘을 넘어 '티핑포인트' 도달에도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 것 같다.
혁신적 제품이나 서비스가 캐즘과 티핑포인트를 넘어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심리적 장벽을 낮추고, 불신을 해소해야 한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유지비가 저렴하고, 연비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전기차 충전의 불편함, 짧은 주행거리, 비싼 가격, 화재 위험에 대한 부담 등은 완벽하게 해결안 된 문제다. 캐즘을 돌파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하루 빨리 해결해야 할 과제다.
캐즘을 극복하는 게 쉽지는 않다. 그럼에도 전기차 캐즘 극복은 제조사의 몫이다. 전기차 대중화를 가로막는 요소는 제거하고, 단점은 최소화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소비자 요구에 부응하는 성능과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고도화해야 한다. 정부 지원과 소비자 인식 변화는 후순위다.
마침 친환경이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화두가 되고 있다.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를 대체하는 친환경 차량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공급은 스스로 수요를 창출한다'는 경제학 이론이 있다. 제조사 노력에 따라 전기차가 캐즘에서 탈피하고, 대중화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캐즘을 극복하고 대중화를 넘어야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김원배 기자 adolf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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