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싱해봐서 UFC 안다"…노점상 출신 CEO 8개월만의 재기

2025-12-20

요즘 골프계는 매우 어렵다. 코로나 시기 늘어난 골퍼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특히 패션계가 가장 춥다. 지난해엔 이상기후로 날씨가 더워 FW 제품이 안 팔렸다.

임성재, 이경훈, 찰리 헐, 아리야 주타누간 등을 모델로 썼던 골프웨어 브랜드 JDX는 올해 사라질 수도 있었다. 이 브랜드를 운영하는 신한코리아는 지난 4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김한철(62) 신한코리아 대표는 15세에 서울로 올라와 봉제공장에 다녔다. 스무 살이 되서는 의류 노점상을 시작했다. 남대문, 명동, 동대문을 오갔다. 사업 수완이 좋았다. 유행에 따라 옷, 구두, 앨범 등 아이템을 바꿔가며 돈을 벌었다. 검정고시 학원도 다니고 복싱 체육관도 다녔다.

88올림픽을 앞두고 단속이 심해져 노점을 그만두고 유통업을 시작했다. IMF 외환위기 때는 부도난 회사 옷을 팔았다. 어떤 제품은 잘 팔리고 어떤 제품은 재고로 남아 땡처리 되는지 알게 됐다. 브랜드 사업을 잘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2002년부터 2009년까지 골프화 브랜드 '잔디로'의 라이선싱으로 옷을 만들었다. 잘됐으나 잔디로에서 의류를 직접 만들겠다고 해 상표를 돌려줄 수밖에 없었다. 김 대표는 "그때 브랜드가 매우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2010년 독자 브랜드 JDX를 론칭했다. 한국 최초 토종 글로벌 브랜드로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PGA 투어 대회 CJ컵 의류 후원사로 들어갔고, LPGA 국제대회 인터내셔널 크라운을 후원했다. 광고비로 700억원 이상을 썼다. 한계가 있었다.

2021년 미국 격투기 단체 UFC를 찾아갔다. "내가 복싱을 해봐서 UFC는 잘 안다. MLB, PGA 투어 등이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리그 머천다이즈 상품을 넘어 캐주얼 의류 브랜드로 크게 성공한 것처럼 UFC도 그렇게 만들 수 있다"고 설득해 라이선스를 받았다.

UFC SPORT 브랜드가 뜨려던 참에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김 대표는 "UFC 브랜드 마케팅에 큰돈을 쓴 터였고 설상가상으로 은행 대출을 앞두고 계엄이 터져 대출이 막혔다"고 말했다. 그러나 8개월 만에 회생절차를 조기 종료했다.

빠른 회생의 비결은 세 가지다.

첫째, 의리다. 김 대표는 "270여 채권자 모두가 법원 절차대로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왔다. 거래처와 오랜 관계를 유지하는 파트너십의 결과"라고 했다.

배우 차승원은 2012년부터 JDX 모델이다. 10년 전 광고주가 빠졌을 때 JDX는 모델료를 깎지 않고 지켜줬다. 차승원은 이후 '삼시세끼' 등이 히트하면서 몸값이 올랐으나 JDX 모델료는 거의 올리지 않았다. 패션 행사에서 차승원은 단상에 올라 "김한철 대표와는 평생 함께할 것"이라고 약속했고 법정관리 이후에도 "올해도 같이 가시는 거죠"라고 힘을 실어줬다. 둘은 똑같이 키가 188cm다.

둘째, 현금 흐름이다. 비용 구조를 개선하고 매장 운영 효율화를 통해 현금 흐름을 개선했다.

셋째, 땡처리를 하지 않았다. 김 대표는 "땡처리 물건을 팔아봤기 때문에 그게 브랜드에 얼마나 치명적인지 안다. 힘들어도 재고를 헐값에 내다 팔지 않고 버텼다"고 했다.

김 대표는 회생절차가 종료되자마자 다시 뛰고 있다. 지난 15일 UFC와 6+6년 아시아 독점 연장계약을 체결했다. 김 대표는 "UFC는 가장 강렬한 스포츠이자 모든 격투기로 확장성이 있다. 장기 계약으로 안정적인 브랜드 관리가 가능해졌다"며 "우리가 제안해 라이선싱 의류를 만드는 것이니 UFC는 사실상 한국 내셔널 브랜드라고 봐도 된다"고 말했다.

UFC SPORT는 에니메이션 '귀멸의 칼날'과의 협업 등을 통해 여성 고객 유입을 확대하고 있다. 스포츠 아이템을 패션 관점으로 해석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김한철 대표는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한 브랜드인 만큼 이슈성과 화제성을 겸비한 콜라보레이션을 준비할 계획"이라며 "패션은 유행에 대한 도박인데, 요즘은 기후변화로 날씨 예측도 도박이 됐다. 그러나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문제를 해결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내년 JDX는 800억원, UFC는 200억원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48년 전 서울로 올라온 15세 소년의 꿈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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