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연금의 올해 1분기 기금운용 수익률이 0%대로 떨어졌다. 미국의 관세 정책 불확실성과 경기 침체 우려가 주된 원인으로 분석된다.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는 올해 1분기 말 국민연금기금 수익률이 0.87%로 잠정 집계됐다고 30일 밝혔다. 같은 기간 기금 적립금은 1227조 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4조 원 늘었다. 1분기 수익금은 10조 6107억 원이다.
자산별로 보면 해외주식 수익률이 -1.56%로 가장 큰 손실을 봤다. 미국의 관세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과 스태그플레이션(물가 상승 속 경기 침체) 우려로 지난해 강세를 보였던 기술주 중심의 상승세가 꺾였기 때문이다. 해외주식은 지난해 역대 최고 수준의 전체 수익률(15%)을 견인했지만, 올해는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국내·해외 채권은 각각 2.03%, 1.05%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비교적 양호한 성과를 냈다. 특히 국내 채권은 지난 2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로 금리가 더 낮아진 덕을 봤다. 다만 지난해 수익률과 비교하면 크게 낮아진 수준이다. 지난해 해외 채권 수익률은 17.14%, 국내 채권 수익률은 5.27%였다.

국내 주식은 수익률 4.97%라는 성과를 내며 전체 수익률 방어에 기여했다. 글로벌 불안에도 저평가된 주가 매력과 양호한 수급 여건, 실적 기대 등에 힘입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대체투자(1.32%)는 이자나 배당으로 얻은 이익과 원·달러 환율 변동으로 발생한 손익이 반영돼 긍정적인 성과를 보였다.
올해 1분기 수익률은 다른 해보다 저조한 편이다. 2023년과 2024년 1분기 수익률은 각각 6.35%, 5.82%였다. 정부가 연금개혁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한 국민연금 수익률 제고 목표(4.5%→ 5.5%)가 초반부터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다만 국민연금이 만들어진 1988년부터 지난해까지 운용수익률은 연평균 6.82%에 이른다.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올해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투자 여건이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국민연금은 국민의 노후자금을 운용하는 장기투자자로서 수익성과 안정성이라는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 투자를 다변화하는 등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