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쟁 포로 1000명 교환’에 합의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이틀째 약속한 포로 숫자를 채우면서 약 700명에 달하는 군인·민간인을 교환했지만, 교전은 멈추지 않고 있다. 전쟁 발발 후 3년 만에 양국이 직접 대화에 나서 접점을 이뤘지만, 평화 협상은 요원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AFP통신은 25일(현지시간) 새벽 러시아군의 공습으로 우크라이나 각지에서 최소 9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키이우를 대상으로 벌어진 러시아군의 ‘대규모 야간 공격’으로 4명이 숨지고 16명이 다쳤다. 러시아도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을 받았다. 모스크바에서는 셰레메티예보 등 최소 4개 공항에 운항 제한이 내려졌다고 AFP는 전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모스크바로 향하던 무인기(드론) 12대를 포함해 러시아 영공과 크름반도 일대에서 총 110대의 드론을 요격해 파괴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번 공습은 양국이 307명 규모의 전쟁 포로를 교환한 직후 이뤄졌다. 러시아 국방부는 지난 24일 성명에서 “이스탄불에서 이룬 합의에 따라 추가로 러시아군 307명이 키이우 정권이 통제하는 영토에서 돌아왔다”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SNS에서 “또 다른 307명의 우크라이나군이 귀환했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16일 양국 합의 이후 진행된 두 번째 포로 교환이었다. 양국은 하루 전날인 지난 23일에도 군인 270명과 민간인 120명 등 총 390명씩 포로를 교환했다. 양국이 이틀 만에 697명의 전쟁 포로를 교환한 것이다. 우크라이나 언론은 307명의 군인이 25~61세 남성 사병·부사관이었으며 마리우폴 등 주요 격전지에서 붙잡혀 3년 넘게 포로로 잡혀있었던 이들도 있었다고 보도했다. 송환된 러시아 군인들은 벨라루스에 머물며 심리 치료 및 의료 지원을 받고 있다고 러시아 국방부가 밝혔다.
양국은 첫 번째 포로 교환 직후인 지난 23일 밤에도 공습을 벌였다. 러시아는 키이우를 비롯한 우크라이나 전역에 대규모 공습을 퍼부었고, 우크라이나도 맞대응했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가 23∼24일 밤사이 탄도미사일 14기와 드론 250대를 날려 보냈으며 이중 미사일 6기를 격추하고 드론 245대를 무력화했다고 했다. 격추된 미사일과 드론 잔해가 떨어져 키이우의 아파트 여러 채가 파괴되거나 불탔고 최소 15명이 다친 것으로 조사됐다. 우크라이나도 러시아에 드론 공습을 이어갔다. 러시아 국방부는 벨고로드 지역을 중심으로 진행된 우크라이나 공습에서 드론 94대를 요격했다고 했다.
양국은 지난 16일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직접 협상에 나섰고, 이 자리에서 1000명 포로 교환에 합의했다. 2022년 전쟁 발발 후 처음 이뤄진 양국 직접 대화였다.
포로 교환은 양국 직접 대화에서 이룬 첫 성과라는 점에서 주목받았지만, 휴전 협상까지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양국이 포로 교환과 국지전을 잇달아 벌이는 점도 이러한 관측에 힘을 싣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엑스에서 “이런 공격이 있을 때마다 전쟁을 질질 끌고 있는 것은 모스크바임을 전 세계가 확신하게 된다”며 “결론을 도출하고 진정한 외교를 시작하려면 러시아에 훨씬 강한 압박이 필요하다”고 했다. 반면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국방부 방송에서 “(포로 교환은) 세계 무대에서 러시아의 행동을 보여주는 실질적 사례”라며 “러시아가 협상을 원치 않는다는 서방의 주장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증거”라고 말했다.
한편 러시아·우크라이나 협상을 중재했던 하칸 피단 튀르키예 외교장관은 다음 주 모스크바를 찾아 중재 외교를 이어갈 예정이다. 피단 장관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에게 공정하고 지속적인 평화에 대한 튀르키예의 관심을 표명할 것이라고 아나돌루통신이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