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조사위 보고서, 대부분 기간 계획서의 1주일 21시수보다 ‘많이 수업’ 드러나
25시수 이상 수업 횟수 ‘67%’, 정원 6명보다 많은 8명 학생 ‘혼자 담당’ 어려움 가중
행정업무까지 10개월여간 접수·생산 공문 총 332건 처리
교사 추가 배치 요청에 교육 당국 “지원 대상 아니다” 답변, ‘파문’ 야기

지난해 인천의 초등학교 특수교사가 숨진 것과 관련, 과중한 공무수행과 고인의 사망 간 인과관계를 인정하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22일 진상조사위원회의 특수교사 사망 진상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숨진 A교사의 심리 부검 결과 “공무수행 외적으로, 고인의 스트레스 요인은 확인되지 않는다”는 전문가 소견이 나왔다.
보고서에는 “감정물에 근거할 때, 공무수행에 따른 어려움이 A교사 사망의 주요 원인으로 보이며, 다른 원인을 찾기 어렵다”는 판단이 담겼다. 또 “정신적 피로도와 소진감이 축적된 가운데, A교사는 자신이 바라던 특수학급 증설이나 특수교사 충원이 실현되기 어려울 거라고 인식하면서 좌절감과 자포자기 심정, 무력감이 증폭됐을 것”이라는 소견도 제시됐다.
진상조사위는 A교사가 법정 정원을 초과한 과밀학급에서 중증 장애 학생들을 맡은 유일한 특수교사로서 과도한 수업 시수와 행정 업무에 시달렸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특히 교육 당국이 학급 증설과 교사 추가 배치 등 실질적 지원을 하지 않아 고인의 신체 건강이 악화하고, 심리적 스트레스가 가중돼 사망에 이르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결론을 내렸다.

실제로 A교사는 중증 장애 학생들을 비롯, 특수교육 대상 학생 8명으로 구성된 학급을 맡아 1주일에 ‘최대 29시수’를 감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하루 6교시를 기준으로, 평일 5일 동안 1차례만 빼고 모든 수업을 맡는 것이다. 지난해 A교사가 근무한 31주 동안 1주일에 25시수 이상 수업한 횟수는 모두 21회(67.5%)에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
개별화 교육계획서상 A교사의 수업 시수는 21시수였지만, 공휴일·방학이 포함된 일부 기간을 제외하면 대부분 21시수를 ‘초과’했다. 현행 특수교육법상 초등학교 특수학급 1개 반의 정원은 6명이며, 이를 초과할 경우 2개 이상의 학급을 설치해야 한다. 해당 초등학교는 원래 특수교사 2명이 각각 특수학급 1개 반을 운영했지만, 지난해 초 특수학급 전체 학생 수가 6명으로 줄며 A교사가 홀로 남아 1개 반을 전담하게 됐다.
그러나 학기 중에 특수교육 대상 학생 1명이 새로 들어와 과밀학급이 됐고, 학생 1명이 추가로 배치돼 학급 인원이 모두 8명으로 늘었다. A교사는 자신이 맡은 학생 8명 외에도 통합학급에 있는 특수교육 대상 학생 4명을 수시로 지도하며, 행정 업무를 함께 처리해 왔다. 이에 A교사와 학교 구성원은 인천시교육청과 남부교육지원청에 과밀학급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지원을 요청했지만, 교육 당국은 자원봉사자나 지원 인력 배치에 그쳤다.
이런 조치는 실질적인 격무 해소에 도움이 되지 못했고, 오히려 A교사가 인력 채용·관리 업무를 도맡으며 ‘업무 과중’을 유발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1월 1일부터 10월 24일까지 A교사가 접수·생산한 공문은 모두 332건이며, 이 중 채용, 계약, 인건비 품의 등 지원 인력 관련 기안문은 54건에 달했다. 유족과 지인들은 A교사가 평일과 휴일 구분 없이, ‘초과 근무’하는 모습을 자주 목격했다고 진술했다.

심지어 A교사는 지난해 9월 학생을 지도하다가 허리를 다쳤으나, 병가를 내지 못하고 학교 보건실에서 임시 처방을 받기도 했다.
진상조사위원회는 고인이 한시적 기간제 교사 추가 지원을 교육 당국에 문의했으나 “1학급 9명 기준을 넘지 않아 지원 대상 학교가 아니다”라는 답변만 반복적으로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진상조사위는 “A교사는 위법한 과밀학급 상태에서 업무 과중과 위법한 업무 지시 등 탓에 스스로 사망했다고 판단된다”고 전제하고 “고인의 사망과 공무수행 사이의 인과 관계가 성립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진상조사위는 지난달 24일 조사 결과보고서를 채택한 뒤, 시교육청에 도성훈 인천시교육감의 자진 사퇴와 이상돈 부교육감의 파면을 각각 권고했다.
한편, 특수교사 노동조합은 시교육청이 책임을 회피하려고 한다며 비판했다. 인천 특수교사 사망 진상규명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21일 시교육청을 찾아 “진상조사가 이뤄진 뒤, 감사 청구를 하는 것은 진상조사 결과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제기했다. 이들은 ‘인천 특수교사 사망 책임자 처벌’, ‘진상조사 보고서 전문 공개’ 등이 적힌 팻말을 들고 농성을 벌였다.
[전국매일신문] 정원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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