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살며] 생일은 받는 날인가 주는 날인가

2025-06-18

며칠 전 함께 아르바이트를 하는 미얀마 친구가 생일을 맞았다. 그 친구가 한국에 온 지가 1년이 되지 않기 때문에 이번 생일이 한국에서 맞이하는 첫 번째 생일이다. 그녀는 설레는 마음으로 우리에게 “언니들은 그날 뭐 먹고 싶어?”라고 물었다. 그 순간 나는 웃음을 참으면서 “여기는 미얀마가 아니야. 한국에서는 생일을 맞으면 우리가 너에게 밥을 사 주고, 선물도 주고, 축하해 주는 거야. 너는 공주님처럼 나타나기만 하면 돼”라고 말했다. 그러자 그녀는 놀란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나는 그 눈빛 속의 당황스러움과 신기함을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왜냐면 나도 한국에서 첫 생일을 맞이했을 때 그 친구와 똑같은 감정을 느꼈기 때문이다.

나의 모국인 미얀마에서는 생일은 ‘주는 날’ 혹은 ‘감사와 나눔의 날’이다. 생일을 맞은 사람이 친구나 이웃, 때로는 낯선 이들에게까지 음식과 마음을 나눈다.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큰 생일 파티를 열어 동네 사람 모두를 초대하고 음식을 대접하고, 어떤 사람들은 고아원, 양로원, 사찰, 교회 등에 기부하거나 봉사함으로써 그날을 기념하기도 한다. 불교의 영향과 함께 세계 기부 순위가 1위였던 미얀마에서 생일은 나를 위한 날이지만 나눔을 실천하는 날이기도 하다.

내가 10살 때 경험한 생일이 기억난다. 부모님은 부유하진 않았지만 내 생일을 위해 미리 준비하신 돈으로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의 반 친구 50명과 선생님들께 미얀마식의 찐빵과 밀크티를 대접하셨다. 그날 친구들은 나에게 선물을 주었고 선생님들은 축하의 덕담을 해주셨다. 그런 문화 속에서 자란 나는 어른이 되어도 생일이 되면 가까운 친구들에게 밥을 사기 위해 미리 돈을 모았다. 작년 생일에는 미얀마의 내전 상황 속에서 힘들게 지내고 있는 피란민 어린이들에게 밥 한 끼를 제공할 수 있는 후원금을 보내며 그날을 기념했다.

다시 생일 이야기로 돌아와서 한국에서 첫 생일을 맞았을 때 나도 바로 위 미얀마 친구처럼 많은 것에 대해 낯설어했다. 나는 미리 가까운 한국인 친구들에게 연락해 “내 생일에 만나자 밥 사 줄게”라고 말했지만, 오히려 그들은 나에게 “네가 먹고 싶은 거 말해. 그날은 네 날이야”라고 말하며 밥을 사 주고, 케이크도 준비하고, 선물까지 챙겨주었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 나는 고마움과 함께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날 이후 나는 생일도 문화마다 다르게 인식되는 것을 알게 되었고 미얀마에서는 생일은 ‘베푸는 날’, 한국에서는 ‘축복을 받는 날’이라는 것을 명확하게 느꼈다. 몇 년 지난 후 나는 한국 문화에 점점 익숙해졌고 생일이 되면 한국 지인들에게 챙김을 받는 것에 점점 편안해졌다. 그리고 미얀마에서 막 온 친구들에게도 한국식으로 작은 선물과 식사로 그들의 생일을 축하해 준다. 그리고 한국 친구들이 “왜 네 생일인데 네가 밥을 사줘?”라고 물을 때마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설명한다. “미얀마 사람들에게는 생일에 주는 게 기쁨이야.”

나는 앞으로 한국에서 맞이할 생일에서 두 나라의 문화를 함께 담아내고 두 나라의 정서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추억을 만들고 싶다. 그 하나의 생일이 서로 다른 문화를 이어주는 다리가 될 수 있다는 것, 그게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상호문화사회의 따뜻한 가능성이 아닐까 생각한다.

먀닌이셰인(예진) 이화여자대학교 다문화·상호문화협동과정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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