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가치기반의 탄소감축량을 평가하고 고려할 때

2025-09-10

탄소감축은 기후위기 대응의 핵심 수단이 되었지만, 모든 탄소감축량이 동일한 가치를 지니는 것은 아니다. 단순히 에너지 절약으로 달성된 탄소감축과 사회적 편익을 동반한 가치기반 탄소감축(Value-added Carbon Reduction)은 질적으로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이는 탄소감축이 단순한 수치적 성과를 넘어 공공이익, 자연재해 완화, 도시 열섬 효과 감소, 삶의 질 향상 등 다각적인 가치를 창출할 때 그 의미가 극대화됨을 시사한다. 향후에는 탄소감축량의 차별적 가치를 구분하고, 고급화된 감축 전략의 중요성이 필요할 것이다.

탄소감축의 수준을 구분해보면, 먼저 가장 낮은 단계의 탄소감축은 단순 효율 개선으로 에너지 소비 절감, 배출 효율화 등 기술적 개선만으로 달성된 탄소 감축을 말한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은 숫자상의 탄소 감축량은 기여하나 사회·환경적 부가가치가 낮은 한계를 지닌다. 예를 들어 공장 배기가스 필터 교체로 달성된 감축은 탄소 수치만 줄일 뿐 추가적 효과나 혜택이 제한적이다. 반면, 가치기반 감축은 탄소감축과 동시에 추가적으로 자연생태계 보전, 재해 저감, 건강 개선 등 다중 편익을 창출하는 접근이다. 예를 들어 습지 복원을 통한 탄소흡수는 생물다양성 증진 및 홍수 조절 효과를 동반하며, 이러한 가치기반의 탄소감축의 핵심 요소로는 자연 기반 해결책(산림, 습지, 토양탄소흡수), 도시 계통 통합(그린인프라, 친수 공간 확충), 사회적 형평성(취약 계층 혜택 배분) 등이 있다.

고급화된 가치기반의 탄소감축은 다양한 다중 편익을 제공한다. 자연재해 완화 및 기후적응력 강화 측면에서 산림과 습지는 탄소흡수원일 뿐만 아니라 홍수·산사태 방지 기능을 수행한다. 예를 들어 미국 '디즈멀 대습지' 보호구역은 연간 20만톤의 탄소를 흡수하면서 홍수 피해를 30% 감소시켰으며, 도시 그린인프라(빗물정원, 옥상녹화, 투수포장)는 열섬 효과 완화와 물 순환 및 대기정화 기능을 결합하고 있다. 도시 열섬효과 저감 및 삶의 질제고 측면에서 도시 숲과 정원은 도시 온도를 2~5°C 낮추고 대기 중 미세먼지 농도 감소에 기여한다. 미국 시카고시의 옥상녹화 프로젝트는 에너지 소비 10% 절감과 함께 온열질환을 15% 줄인 사례가 있다. 또 녹색 공간(생태면적율) 확충은 정신 건강 개선 및 지역사회 유대감 강화에 기여한다. 수자원 보호 및 생태계 건강성 회복 측면에서 습지와 맹글로브 복원은 탄소흡수(연간 0.5-5Gt CO₂)와 수질 정화를 동시에 달성하며, 농업 탄소흡수는 토양 침식 방지 및 농업 생산성 향상에 기여한다.

특히 도시의 그린인프라 및 기후적응 기술의 혁신으로서 투수성 포장(투수블록)은 다중 편익을 제공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투수블록은 탄소저장 능력에서 기존 자연 생태계를 크게 상회하는 성과를 보인다. 연구 결과 투수계수 1.0mm/sec 이상의 투수블록은 연간 10kg/㎡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우포늪 습지(0.5kg)보다 20배, 5~10년생 산림(1.5kg)보다 7배, 서울시 일반 토양(0.2kg)보다 50배 높은 수치다. 이러한 기후적응 기술은 도시 인프라의 패러다임 전환을 의미한다. 단순한 도로 포장이 아닌 탄소저장 시스템으로 기능함으로써, 탄소배출권 확보는 물론 도시 열섬 완화, 미세먼지 저감, 빗물 관리 및 물 순환 촉진, 지하수 재충전(싱크홀 방지), 비점 오염원 저감효과 등 다중 편익을 제공한다. 지방자치단체가 온실가스 감축사업으로 투수성 포장을 예산에 편성한다면, 이는 가치기반 탄소감축의 전형적인 사례가 될 것이다.

탄소감축량 평가 시스템에 다차원 지표를 도입해야 한다. 추가 탄소 가치평가 프레임워크로 환경(생물다양성 증진, 수자원 보전, 열섬 완화, 탄소저장 효율), 사회(건강 개선, 고용 창출, 지역 경제 활성화), 거버넌스(정책 통합성, 이해관계자 참여도) 등의 지표를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할 것이다. 미국은 국립 야생동물 보호구역 시스템에 대해서 탄소저장량을 바탕으로 탄소가치비용 및 레크레이션 효과를 동시 평가한 사례가 있으며, 투수블록의 경우 탄소저장량 외에 도시 열섬 저감, 빗물 관리 및 물순환 효과를 점수화할 수 있다. 또 가치기반 인증제도 활성화가 필요하다. 다중 편익을 증명하는 프로젝트에 프리미엄 크레딧을 발행하여 높은 가치를 부여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도시의 그린인프라인 투수블록 포장은 탄소흡수 및 감축효과와 도시회복 및 탄력성을 동시 제공하므로 프리미엄 크레딧 대상이 되어야 한다.

정책 및 시장 측면에서의 제언도 중요하다. 정책적 지원 방향으로는 자연 기반 해결책(NBS) 및 기후적응 기술에 대한 재정 인센티브를 확대해야 한다. 습지 복원, 투수성 포장 프로젝트에 탄소크레딧과 생태적 보상을 동시 지급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도시 계획과 함께 탄소감축을 위해서는 국가토지 이용정책과 그린 인프라, 투수성 포장 의무화 조항을 도입해야 한다. 또 지자체 주도 프로젝트를 촉진하여 온실가스 감축사업 일환으로 투수블록 도로 포장 예산 편성을 지원해야 한다. 시장 메커니즘 혁신으로는 탄소크레딧 거래소에 추가효과에 대한 가중치를 반영해야 한다. 캘리포니아 탄소 Cap-and-Trade는 산림탄소상쇄제도에 생물다양성 점수를 부여한 사례처럼, 국내에도 투수블록의 탄소저장량을 인정하고 열섬 완화 효과를 가점화하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또 임팩트 투자를 유치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투자에서 Carbon+ 프로젝트를 더 우대해야 할 것이다.

김준범 유럽환경에너지협회장·프랑스 트루아공대 환경정보기술학과 교수 junbeum.kim@gmail.com

〈필자〉프랑스 3대 공과대학 중 하나인 트루아공대 환경정보기술학과 교수로 2012년부터 재임 중이다. 1976년 설립된 프랑스한인과학기술협회(ASCOF) 제27대 회장, 2022년 유럽-한국 과학기술 콘퍼런스(EKC) 총회 의장, 현재는 SDX탄소감축인증센터장, 한국환경경영학회 부회장과 유럽환경에너지협회(EEEA) 회장직도 맡고 있다. EEEA는 유럽에서 환경·에너지 분야 기업, 연구소, 학교에서 근무·연구하고 있는 연구자들의 모임이다. 김 회장은 EEEA 수장으로써 최근 유럽과 한국의 중소기업 간 가교 역할과 과제 발굴, 기술 향상에 힘쓰고 있으며, 작년부터는 세계 최대 국제공동연구 프로그램인 유레카 및 유로스타3의 평가위원(IEP)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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