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프리즘] 기후에너지환경부에 거는 기대

2025-09-10

두 부처에 나눠졌던 기능 하나로

위기의 시대에 컨트롤타워 탄생

에너지 전환이 그 새로운 출발점

실질적인 성과 창출로 보여줘야

여름의 기록적인 폭염과 겨울의 이상 한파, 전국을 휩쓴 산불과 집중호우는 더 이상 기후위기가 추상적 경고가 아님을 보여준다. 2024년은 전 세계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55℃ 높아진 해로 기록되었다. 한국 역시 2024년 여름 평균기온이 평년보다 1.3℃ 이상 상승했고 집중호우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6조원을 넘었다.

그러나 기후와 에너지 정책이 오랫동안 서로 다른 부처에서 따로 논의되어 왔다. 탄소중립을 목표로 내세우지만 실제 정책 집행 과정에서 환경부와 산업부가 엇박자를 내는 장면은 낯설지 않다. 이런 구조적 한계 속에서 이번 정부가 내놓은 환경부의 확대 개편, 즉 ‘기후에너지환경부’ 출범은 필요한 변화라 할 만하다.

1994년 환경부가 처음 설치되었을 때만 해도 환경은 경제 성장의 부산물을 처리하는 영역으로 인식되었고 에너지 정책은 철저히 산업 논리 속에서 다뤄졌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기후위기는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국가 경제와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가르는 과제가 되었다. 현재 한국은 전력의 대부분을 석탄과 천연가스에 의존하고 있으며 재생에너지 비중은 채 10%에 못 미친다. 유럽연합(47%)과 세계(32%)는 물론이고 아프리카(24%)에도 크게 뒤처진 수치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기대되는 이유는 세계적 에너지 전환 흐름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2023년 전 세계 신규 발전 설비의 약 80%가 재생에너지였으며, 그중 절반 이상이 태양광이었다. 노르웨이는 전력 생산의 98% 이상을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고 있으며, 심지어 중국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32%를 넘어섰다. 미국은 2022년 인플레이션 감축법 통과 이후 재생에너지 관련 민간 투자액이 1400억달러를 돌파했다. 탄소중립 경쟁은 곧 미래 산업 경쟁이다. 한국이 이 흐름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기후와 에너지를 아우르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바로 그 역할을 맡게 될 것이다.

이번 개편으로 한국전력을 비롯한 주요 에너지 공공기관의 감독권이 기후에너지환경부로 넘어간다. 그동안 산업부와 환경부 사이에 흩어져 있던 기능이 하나로 모여 재생에너지 확대, 전력 수급 안정, 탄소중립 로드맵 실행을 종합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전기요금 체계, 에너지 안보, 탄소 배출 감축을 분리해서 볼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통합은 필연적 조치다. 한국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2018년 대비 40% 감축해야 한다는 국가 목표를 세운 바 있다. 이를 달성하려면 부처 간 칸막이를 허무는 통합적 실행력이 절대적이다.

원자력발전 정책은 산업부에 남겨졌다. 원전 수출이라는 현실적 과제를 생각하면 이 조정은 합리적이다. 한국은 2023년 기준으로 국내 전력의 28%를 원자력에서 생산하고 있으며, 이는 안정적 전력 공급의 핵심 기반이다. 동시에 원전은 한국의 수출 산업으로서도 중요한 자산이다. 원전 수출은 단순한 발전소 건설을 넘어 외교·금융·기술 패키지가 결합된 국가 프로젝트다. 산업부가 이 기능을 유지함으로써 한국의 원전 외교와 수출 추진력이 흔들리지 않는다는 점은 분명 장점이다.

물론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원전·자원 기능이 산업부에 남으면서 정책 이원화에 따른 혼선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한다. 또한 환경부의 규제 성향이 에너지 정책 전반으로 확대될 경우 산업계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태양광 발전단가가 2010년 대비 80% 이상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각종 인허가 규제가 태양광 확대 보급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한계는 투명한 의사결정 구조와 사회적 합의를 통해 극복할 수 있다.

기후위기는 세기의 도전이다. 에너지 전환은 그 도전을 이겨내기 위한 해법의 중심에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출범은 단순한 조직 개편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기후위기 시대에 본격적으로 발맞추려는 선언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이 부처가 이름값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성과를 보여주는 것이다. 미래 세대가 “그때 한국은 옳은 선택을 했다”고 말할 수 있도록 이번 개편이 새로운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이정모 전 국립과천과학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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