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 정책 기능을 기후에너지환경부로 옮기는 정부조직 개편을 두고 산업계 등에서 우려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규제 중심인 환경 부처가 에너지 정책을 맡게 되면 산업 성장 전략이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극단적 이상기후가 경제성장률까지 떨어트리는 상황을 감안하면 근시안적인 논리다. 기후위기 시대에 에너지·산업 정책의 패러다임 변화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젠 기후 대응 자체가 산업과 국가 경쟁력인 시대로 가고 있다.
지난 7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 확정된 정부조직 개편안에 따르면 환경부에서 확대개편된 기후에너지환경부가 기후·에너지 정책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게 된다. 국가적 과제가 된 탄소중립 목표 이행을 위한 것이다. 그간 환경부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세워도, 산업부가 에너지 정책을 관리하면서 감축 노력은 제대로 힘을 받기 어려웠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 부족을 지적하며 탄소중립기본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보수 진영과 산업계는 ‘장기 성장 전략’에 맞춰야 할 에너지 정책을 규제 중심 부처가 맡는 것은 ‘주객전도’라며 반발하고 있다. 짐짓 국민들의 전기요금 인상 불안을 내세우기도 한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조차 8일 국회 답변에서 “우리 산업 경쟁력을 약화하지는 않을지 걱정도 있다”고 했다.
여름에 시작된 강원 강릉의 극단적 가뭄이 이어지는 중에 7일 군산 일대 한반도 남서부에는 시간당 152㎜의 극한 호우 피해가 잇달았다. 이례적 폭우와 폭염이 오가는 ‘폭폭한 여름’은 이제 온 국민이 체감하는 일상이 되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31일 보고서를 통해 집중호우와 폭염이 3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0.3%포인트나 높였고, 연간 상승률도 0.1%포인트 끌어올릴 것으로 분석했다. 극단적 기후로 2020년대 3분기 성장률이 2010년대 대비 0.1%포인트 하락한 것으로도 추산했다. 8일엔 기후 대응 노력이 축소·지연될 경우 2051~2100년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이 두 배 늘어날 것이란 보고서를 공개하기도 했다. 암울한 사정이 이런데도 기후위기 대응 중심의 에너지 정책이 경제·민생에 주름살을 늘릴 것처럼 주장하는 건 현실을 호도하는 것이다.
에너지 정책을 산업 전략에 묶어둬야 한다는 주장은 미래를 외면하자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산업계 등은 기후위기로 경제·민생의 패러다임이 바뀐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태세를 전환해 ‘기후 대응이 곧 경쟁력’인 시대에 적응하고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향후 신설될 기후에너지환경부도 흔들림 없이 ‘환경 중시 국정’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다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