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청년농 저비용으로 ‘감귤 스마트팜’ 직접 구축 ‘화제’

2025-05-08

“안녕하세요. 탐유라 농장입니다. 오늘 기온은….”

최근 찾은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에 있는 3305㎡(1000평) 규모의 하우스감귤 농장. 농장주 현왕철씨(40)가 입구에 들어서며 근거리무선통신(NFC) 단자에 휴대전화를 갖다 대자 당일 날씨와 농장 환경 정보를 요약해주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이어 병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방제가 필요하다는 조언과 함께 브리핑이 끝났다. 이는 현씨가 설치한 농장 환경 관측 기기들이 모은 데이터를 생성형 인공지능(AI)이 분석한 내용이다.

이뿐만 아니라 농장에는 다양한 관측·구동 기기가 서로 연동돼 조건에 따라 환경을 제어하는 스마트팜이 구축돼 있었다. 온·습도, 토양 수분, 일사량 같은 정보가 실시간으로 수집되고, 이를 토대로 유동팬이 자동으로 가동되거나 시설하우스 측창이 스스로 열리고 닫힌다. 더 나아가 관측 정보와 구동 이력은 모두 저장돼 최적의 농장 환경을 유지하는 기준을 정하는 데 쓰인다.

눈길을 끄는 점은 이런 스마트팜을 전문업체의 도움 없이 현씨가 직접 구현해냈다는 것이다.

2015년 농업에 발을 들인 그는 비용과 시간을 아끼는 효율적인 영농법을 모색했고, 스마트팜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넉넉지 않은 재정 등으로 스마트팜 시공 전문업체를 이용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이에 2023년부터 이른바 ‘셀프 스마트팜’ 구축에 나섰다. 현씨는 “높은 비용이 가장 큰 장애물이었고, 스마트팜업계가 수경재배에 중심을 둬 토경재배인 감귤농사에 적합한 모델을 찾기 어려웠다”며 “현실적인 대안을 찾다가 직접 하는 길을 택했다”고 말했다.

현씨는 가정에서 흔히 쓰이는 사물인터넷(IoT)에 착안했다. 스마트팜 운영에 필요한 정보를 모으는 관측 기기와 실제 작업을 수행하는 구동 장치를 중앙 서버 격인 제어시스템에 연결함으로써 농장 환경이 특정 조건에 이르면 구동 장치들이 자동으로 움직이도록 설정하거나 원격으로 가동하는 방식이다. 집 안에 사람이 없더라도 스마트폰을 활용해 에어컨을 켜거나 원하는 온도를 미리 설정해 에어컨이 스스로 작동하도록 설정해두는 것과 같은 원리다.

관측 기기나 원격 구동 스위치는 온라인을 통해 저렴하게 구매했다. 제어시스템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핵심 코드가 공개돼 누구나 코드를 수정해 사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중 하나인 ‘홈 어시스턴트(Home Assistant)’를 택했다. 현씨는 “최근 나오는 대부분의 기기는 홈 어시스턴트와 연동된다”며 “구동 장치를 제외하고 관측 기기와 전기 장치 등으로 구성된 스마트팜 구축 비용은 100만원이 채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문업체에 이런 기능을 갖춘 스마트팜을 의뢰하면 1000만원은 족히 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보통신기술(IT) 부문 비전문가인 현씨는 코딩이나 전기 설비에 관한 기본 지식만 있어도 충분히 스마트팜 구축이 가능하다는 견해다. 그는 “홈 어시스턴트 제어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필요한 복잡한 코딩은 챗GPT(지피티)의 도움을 받았다”며 “원리만 이해하면 본인에게 필요한 스마트팜 기능을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초 스마트 스위치를 개폐기에 연결할 때는 수개월이 걸렸지만, 한번 해보고 나니 다른 기기를 연결하는 일은 훨씬 수월했다”고 덧붙였다.

스마트팜 관련 교육도 도움이 됐다. 그는 2018년 제주농협본부의 ‘제1기 청년농업인 아카데미’를 수료했으며, 2023년에는 제주농협 ‘청년농업인 스마트팜 심화교육’을 받았다. 이듬해에는 농협중앙회 ‘스마트팜 컨설턴트 양성과정’도 마쳤다.

스마트팜을 구축하는 동시에 3년생 감귤 묘목을 심은 현씨는 올해 추석 성수기인 9월 중하순 첫 수확을 앞두고 있다. 그는 수확량과 품질을 토대로 스마트팜이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지 분석하고 향후 재배방식을 가다듬을 계획이다.

그는 스마트팜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려면 농가의 재배 노하우와 스마트팜 관련 기술이 잘 어우러져야한다고 강조했다. 현씨는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해 농장마다 다른 최적의 환경 기준을 찾는 게 스마트팜의 핵심”이라며 “이 과정에서 농가의 풍부한 경험과 재배기술 그리고 관심이 필수”라고 했다. 그러면서 “‘셀프 스마트팜’ 관련 매뉴얼을 만들어 누구나 저비용으로 스마트팜을 누리게 하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서귀포=심재웅 기자 daebak@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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