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 1일, 미국 자율주행 스타트업 오로라 이노베이션(Aurora Innovation)이 텍사스에서 대형 화물트럭의 첫 번째 무인 운송 서비스를 상업적으로 시작했다. 댈러스와 휴스턴을 잇는 325km의 고속도로(I-45)를 사람의 아무런 도움 없이 시속 65마일(약 105km)로 오고가며 화물을 실어 나른다. 미국 내에서 무인 대형 트럭이 상업화된 첫 사례다.
이 같은 혁신은 단지 물류에 국한되지 않는다. 자율주행 인공지능(AI) 기술은 택시, 선박, 전투함, 음식배달 로봇까지 다양한 교통수단과 일상 서비스로 확장되고 있다.
지난해 6월, 구글 웨이모(Waymo)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24시간 자율주행 로보 택시 운행을 시작했다. 테슬라의 차세대 로보택시 출시도 임박했다.
자율주행 기술은 자동차와 트럭을 넘어 다양한 교통수단으로 확장 중이다.
2022년 봄부터 노르웨이에서는 자율주행 전기 선박 '야라 버클랜드(Yara Birkeland)'가 상용화돼 비료를 운송하고 있다. 이 무인 선박은 운송 비용 절감과 탄소 배출 감소 효과를 동시에 구현하고 있다.
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세계 최초로 완전 무인 전투함인 'USX-1 디파이언트(Defiant)'의 해상 테스트에 돌입했다.
이 전투함은 선체 설계부터 인간 탑승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최초의 함정으로, 조타실, 선실, 주방, 화장실 등 인간을 위한 공간이 전혀 없다. 이 같은 설계로 선박의 크기와 비용을 줄이는 한편 수중 저항을 최소화하고 스텔스 성능을 크게 향상시켰다. 놀랍게도 최대 1년간 인간의 개입 없이 자율적으로 운항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일상 속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지난 3월 미국 서브 로보틱스(Serve Robotics)는 마이애미에서 우버 이츠(Uber Eats)와 협력해 자율주행 배달 로봇 서비스를 시작했다. 횡단보도를 건너고 보도를 따라 움직이는 이 로봇은 도시 내 '라스트마일' 배송의 개념을 새롭게 정의하고 있다.
이른바 AI발 '물류 혁명'과 '모빌리티 재편'의 시대가 현실이 되었다.
자율주행 트럭은 트럭 운전사 부족 해결, 인건비와 연료비 절감, 법규 준수, 24시간 연속 운행 등의 특별함을 앞세워 물류 산업의 효율성을 혁신적으로 바꾸고 있다. 동시에, 로보택시와 배달로봇의 확산은 기존 일자리와 산업구조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 같은 모빌리티 자율주행 혁명의 배후에는 모빌리티를 '움직이는 AI'로 바꿔주는 기술융합이 자리잡고 있다.
레이더, 라이다, 초음파센서 등의 센싱기술과 컴퓨팅 파워, 소프트웨어 기술로 결합된 AI가 자동 차선 변경 및 추월, 교통신호 및 표지·보행자 인식, 자동 주차 및 호출, 위험상황 회피, 최적 경로 예측 등을 사람의 '뇌'처럼 척척 처리해주며 인간 운전자의 역할을 대체하고 있다.
자율주행 모빌리티가 머지 않아 도시 교통은 물론 물류산업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한국도 이러한 글로벌 흐름에 맞춰 지난 3월 전국 고속도로 44개 노선(총 5224km)을 자율주행차 시범운행 지구로 지정하고, 하반기부터 화물 운송 시범서비스를 본격화할 예정이다.
이는 자율주행 기술의 상용화에 한걸음 더 다가선 조치다.
자율주행 모빌리티의 대전환은 산업구조를 흔들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기술 창출의 무대를 열고 있다. 우리는 이 흐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한국형 자율주행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최은수 aSSIST 석학교수·인텔리빅스 대표·CES2025 혁신상 심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