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협업형 공무원’ 키워 국가 난제 맡기자

2025-12-31

대한민국이 직면한 사회적 난제가 누적되고 있다. 저출산과 초고령화로 인한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 놀랍도록 빠른 인공지능(AI) 기술 진화에 따른 노동시장 급변과 청년 실업, 그리고 미·중 패권 경쟁이 초래한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으로 국내외에서 다중 복합 위기에 직면해 있다.

2026년 새해에는 이런 난제들을 해결하고 대전환을 이룰 수 있을까. 혼돈이 아닌 새로운 발전의 계기로 삼으려면 국가는 어떤 역량을 키워야 할까. 사실 코로나19 사태 당시 선진국들은 고전했지만, 한국은 높은 시민 의식과 의료계의 효과적인 대응으로 피해를 최소화했다. 그러나 기존 성과와 역량에 자만하지 말고 끊임없는 정부 혁신을 통해 시대 변화로 생겨난 새로운 난제들을 풀어야 한다. 특히 사회적 양극화와 극한 갈등으로 복잡해진 문제 해결이 더 어려워진 지금 국가 역량 재정립이 시급하다.

다중복합 위기, 국내외 난제 많아

기술·행정 연결 ‘AI 챔피언’ 필요

행정의 중립성·전문성 보호해야

지난 1년 동안 한국행정연구원은 ‘사회적 대전환 시대의 국가역량 연구’라는 중장기 주제를 중심으로 연구를 수행했다. 학계·산업계 등 전문가 조사를 통해 공무원들이 국민과 소통하고 공감하는 능력을 더 키워야 한다는 요구를 파악할 수 있었다. 사회 갈등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소통과 설득은 꼭 필요한 공직 역량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복합적 성격을 띤 난제 해결을 위해서는 융합형·협업형 공무원 양성이 시급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인공지능을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디지털 문해력을 갖춰야 한다는 주문도 빼놓을 수 없다.

이제는 이런 진단을 실천으로 옮겨야 할 때다. 업무 특성과 활용 목적에 따라 인공지능 교육 프로그램을 맞춤형으로 구성해 공무원의 역량을 효과적으로 높이는 일을 당장 실천해야 한다. 특히 행정 서비스에 인공지능을 적용할 수 있도록 기술과 행정을 연결해 주는 ‘AI 챔피언’을 육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실패를 수용하는 조직의 유연성이 요구된다. 혁신을 겁내지 않고 해결책을 찾아내는 민첩하고 대담한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오래된 제도 때문에 인공지능 같은 신산업이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규제 혁신의 관점에서 지속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산업계의 요구도 간과할 수 없다. 국민 안전을 위해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해 재난 위험을 감시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응하는 체계를 더 탄탄하게 구축하고 운영해야 한다. 재난 안전 분야 같은 고위험 영역에서는 더욱 짜임새 있는 관리체계 구축과 제도적 기반 마련을 위해 지속적인 연구가 필수적이다.

이처럼 정책 난제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역량 제고와 함께 반드시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 바로 공무원이 역량을 소신 있게 발휘하지 못하게 막는 제약 조건을 파악하고 제거하는 일이다. 행정 조직이 필요한 역량을 갖추고 있더라도 제약 조건이 있다면 제대로 역량을 발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첫째, 정부 부처들의 분절화 현상을 극복해야 한다. 부처 이기주의에 빠져 정부 기관 사이에 대립과 갈등이 발생한다면 아무리 역량이 출중한 공무원을 보유한 정부라도 좋은 성과를 창출하기 어렵다. 특히 정책 난제에는 다양한 쟁점이 얽혀 있어 다수 부처가 협력해야 해결할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부처들의 협업을 도모해 분절화를 극복해야 한다.

둘째, 정책 추진 과정에서 밀실 행정을 배제하고 정책을 국민 앞에 투명하게 설명해야 한다. 정책 목적을 신속하게 달성하려는 유혹에 빠져 밀실 행정이나 밀어붙이기식 행정을 추진하면, 오히려 국민의 반감을 초래해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연구에 참여했던 전문가들이 국민의 신뢰를 받는 열린 정부를 강조한 이유다.

셋째, 행정의 중립성·전문성을 보호하는 기제를 회복해야 한다. 민주화 이후 정치권의 행정 통제는 강화됐지만, 행정의 중립성·전문성 보호는 약화해 정책 성과를 효과적으로 창출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치와 행정의 관계가 건설적 견제와 균형의 관계가 되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고위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기 위해 미국처럼 대통령의 인사 권한 범위를 명확히 하는 플럼북(Plum Book)을 도입하고, 일본처럼 정무직과 사무직을 구별해 관리하는 사무차관 제도 도입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권혁주 한국행정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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