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은 베이징에서 무엇을 챙겨 갔을까

2025-09-04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8월 말 정상회담 직후인 지난 3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의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 시진핑 국가주석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모두를 초청했다. 서로 다른 이유로 두 행사 모두 한반도의 미래에 중요한 의미를 지녔다.

김 위원장이 중국 전승절 행사에 참석한 것은 몇 개월에 걸친 북한의 인내심 있고 끈질긴 외교적 노력의 결과였을 것이다. 2023년 9월 김 위원장이 러시아 극동에 위치한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푸틴 대통령을 만난 이후 냉각된 북·중 관계 회복을 북한은 올해 초부터 전략적 우선순위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대중관계 개선 위해 전승절 참석

러-우 전쟁 후 식량 등 중단 대비

중국에 대북 지원 확대 요청한 듯

북·러가 군사 동맹 조약을 체결할 정도로 밀착하는 와중에 중국은 북한의 주요 행사에 낮은 수준의 대표단을 파견함으로써 불만을 표시해 왔다.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러시아와의 관계 밀착을 통해 얻은 이익이 무엇이든 여전히 북한은 경제적으로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북한은 중국을 소외시킬 여유가 없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김 위원장은 시진핑 주석의 호의를 되찾을 최고의 기회를 모색해 왔다. 그러다가 중국이 가능한 한 많은 우방국을 연단에 세우고 싶어 할 전승절이 바로 그 기회라고 북한은 판단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전승절 참석을 신중히 준비하지 않으면 김 위원장이 단순히 초청된 다른 나라 지도자들 사이에 앉게 될 위험이 있으며, 이는 용납할 수 없는 굴욕임을 알고 있었다. 북한이 원했던 것은 김 위원장이 중국에 특별한 존재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북한은 러시아의 인맥을 통해 중국의 김 위원장 초청뿐 아니라 눈에 띄는 특별대우까지 확보하기 위해 신중히 움직였고 러시아 측을 설득했을 것이다.

실제로 지난 7월 15일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부 장관은 베이징에서 시 주석을 만났다. 당시 회담 직후 러시아 측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장관이 국제 및 지역 의제의 특정 핵심 사안들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라브로프는 시 주석에게 김 위원장을 전승절 행사에 초청하고 특별히 예우해 줄 것을 요청했고, 시 주석이 동의했을 것이다.

그 결과 김 위원장은 이번 전승절 행사 기간에 다른 나라 지도자들과는 달리 여러 차례 시 주석 및 푸틴 대통령과 함께 별도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 장면들은 김 위원장이 특별대우를 받고 있음을 의심할 여지 없이 보여준다. 김 위원장의 딸 김주애가 행사에 참석한 것은 새로운 북·중 관계가 그의 사후에도 지속할 것임을 시사했다.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 김 위원장이 함께 만난 것은 이번이 사상 처음이다. 공식 발표는 없었지만 세 사람은 베이징에서 함께 회동했을 가능성이 있다. 세 지도자는 미국에 대한 불신이 일치하지만 다른 많은 사안에서는 의견이 다를 가능성이 크다. 3국 정상회담이 없었더라도 그들의 단결된 모습은 전 세계,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분명히 목격할 수 있었다. 트럼프는 트루스소셜 채널에서 이 세 나라가 미국을 상대로 음모를 꾸몄다고 비난했다.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음모를 꾸몄다고 해도 서로를 지지하겠다는 그들의 신호는 트럼프 대통령이 각국에 개별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능력을 감소시킬 것이다.

북한의 가장 큰 골칫거리는 경제 문제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종식되면 북한이 그동안 러시아에 군수품과 병력을 지원한 대가로 받아온 식량과 연료 공급이 중단될 수 있다. 한국은행은 최근 북·러 교역이 지난해 북한 국내총생산(GDP)의 3.7% 성장에 매우 중요한 기여 요인이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의 식량·연료 공급이 중단될 경우에 대비해 김 위원장은 이번에 더 많은 경제적 지원을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시 주석에게서 받아냈을까. 코로나19 사태 이전 북한을 찾았던 연간 수십만 명의 구매력 높은 중국 관광객들 북한 방문 약속을 받아냈을까.

아직 자세한 합의 내용은 알 수 없다. 그러나 만약 김 위원장이 이런 약속을 받아냈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에 대한 경제적 영향력이 하락할 것이다. 동시에 김 위원장의 추가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열망도 크게 줄어들 것이다. 김 위원장은 매우 기쁜 마음으로 베이징을 떠났을 것이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존 에버라드 전 평양 주재 영국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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