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세 현역 미드필더 ‘회장님’ “나는 나에게 한계를 두지 않는다”…세계 최고령 프로축구선수

2025-06-17

뜨겁게 반쯤 끓인 온수를 유리잔에 따르며 미콜라 리호비도프(59)는 “이게 젊음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디나모 키예프 팀 닥터가 말하길, 이건 우크라이나 최고의 물이라고 했다.”

그는 정성스럽게 온수를 홀짝인다. 물은 80m 지하에서 끌어올린 천연 암반수다. 우크라이나 3부 리그 소속 ‘레알 파르마’ 클럽하우스에서 그는 팀 동료들은 이 물로 몸을 깨운다. 가디언은 18일 “이 작은 물 한 컵 뒤에는 세계 축구계에서 보기 드문 기록이 숨어 있다”며 “리호비도프는 2025년 현재 세계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현역 프로축구선수다. 지난 1월 59번째 생일을 맞은 그는 일본의 전설적인 미우라 가즈요시보다도 1살 더 많다”고 그를 소개했다.

리호비도프는 “원래 목표는 50세까지 뛰는 것이었다”며 “그런데 60세가 코앞인 지금, 더 이상 내 자신에게 한계를 두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리호비도프는 단순한 ‘장수 선수’가 아니다. 그는 현역 선수이자 구단주이며 클럽 회장이다. 자신이 운영하는 제약회사를 통해 레알 파르마를 설립했고, 지금까지 200경기 가까이 출전했다. 그가 직접 구단을 만들고, 그 안에서 뛰며, 유소년 선수들을 키우고 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축구팀을 만들어왔다”며 “고향인 노바야 코발리우카에서, 대학교에서, 그리고 지금은 이렇게 프로팀을 만들었다. 축구는 내 곁에 항상 존재했다”고 설명했다.

처음 프로 무대에 데뷔한 건 2011년, 무려 45세 나이에 그랬다. 그 전까지는 그는 오데사 의과대학에서 우크라이나 역사를 가르친 교수였고, 제약회사를 운영하던 사업가였다. 그는 “프로선수가 되고 싶다는 꿈이 있었다”며 “누군가는 기다리기만 하지만, 나는 그 꿈을 내 손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날도 훈련은 정해진 루틴대로 시작됐다. 리호비도프는 팀 동료들보다 한 발 늦게 경기장으로 나서며 몸 전체를 손바닥으로 두드리는 동작을 반복했다. 그는 “림프 순환을 도와주고 근육을 풀어준다”며 “15년 전 좌골신경통이 심했을 때, 이걸 하니까 다시 뛸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가 뛰는 홈구장 이반 스타디온은 단층 관중석, 골대 뒤편에 닭장이 있는 소박한 공간이다. 하지만 리호비도프는 이곳에서 2024~2025시즌 11경기 출전해 2골을 넣었다. 둘 다 페널티킥이었다. 그는 “경기력에 따라 결정된다. 지난 경기에서 도움이 됐다면 다음 경기 선발이고, 아니면 벤치”라며 “퍼포먼스가 떨어지면 스스로 빠진다”고 털어놓았다.

레알 파르마는 전쟁 중인 오데사 북부에 있다. 러시아 침공 이후 수년간 공습의 위협에 시달려왔고, 리호비도프 가족의 집 근처도 미사일에 파괴됐다. 그는 “전쟁 직후 아들과 함께 군 모집소에 갔지만, 무기가 없어 돌아왔다”며 “우리가 할 수 있는 걸 하자. 축구를 하자. 그것이 지금 우리의 삶”이라고 전했다. 그는 축구 외에도 적극적으로 전쟁 구호에 나섰다. 자신의 회사로부터 의약품, 난방기기, 어린이 의류와 식료품을 모아 최전선으로 보냈고, 유럽 각국의 거래처들이 도움의 손길을 보내왔다.

그는 주로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며, 한 팀에서 가장 나이 많은 선수로 10대, 20대 선수들과 함께 뛴다. 아들 안드리(25)는 주장으로 팀을 이끌고 있다. 안드리는 “아버지는 속도는 없지만, 시야는 좋다”며 “‘우크라이나 지단’이라 불러도 된다”며 웃었다. 리호비도프는 일주일에 4번 팀 훈련 중 3번에 참가하고, 나머지는 회사 경영에 집중한다.

레알 파르마는 이제 조심스레 FIFA에 ‘세계 최고령 프로선수’ 기록 공식 인증을 요청한 상태다. 리호비도프는 “원래 이 기록을 의식하지 않았는데 몇 년 전부터 ‘내가 제일 나이 많은 선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가디언은 “59세 미드필더는 오늘도 천천히 온수를 마시고, 젊은 동료들과 함께 패스를 주고받는다”며 “전쟁 속에서도 멈추지 않는 꿈, 그리고 축구라는 이름의 생명력은 오데사의 작은 구장에서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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