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팔레스타인의 파괴는 지구의 파괴다>의 저자 안드레아스 말름은 2023년 10월 7일 이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이어지고 있는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을 단순히 인도적 재난으로 보지 않는다. 19세기 초부터 이어져 온 팔레스타인에 대한 식민 지배와 화석연료 전쟁의 역사를 통해 읽어야만, 비로소 현재 전 세계인이 목도하고 있는 이 끔찍한 사태를 이해할 수 있다.
1840년 영국 해군은 석탄을 연료로 하는 증기선을 전쟁에 처음 사용해 레바논과 팔레스타인을 공격했고, 팔레스타인의 성벽 도시 아크레를 완전히 파괴했다. 이는 영국이 ‘화석 제국’으로서 중동을 지배하게 된 결정적 사건이다. 이로써 산업혁명으로 만든 잉여 면직물을 판매할 새로운 시장을 얻은 것이다. 영국 정부는 이 전쟁을 통해 얻은 지배권을 유지하기 위해 ‘유대인에 의한 식민화’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려냈다. 그것은 “팔레스타인엔 사람이 살지 않는다”는 새빨간 거짓말과 함께 화석연료를 사용할 기술력으로 땅을 강탈할 논리가 됐다. 1830년대에 창안된 일종의 ‘기독교 시온주의’는 종교적 명분이라기보다 영국 자본주의의 확장을 위한 도구였던 셈이다.
이스라엘 정부는 해양 가스전 탐사 라이선스 12개를 외국 기업 컨소시엄에 부여했다. 이 컨소시엄의 주요한 주체 다나 페트롤륨이 바로 한국석유공사가 100% 소유한 자회사다. 즉 한국석유공사는 국제법을 위반하며 집단학살을 지원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2년 동안 가자지구에서 7만여명 이상의 평범한 사람을 학살하는 데 활용된 이스라엘의 군사 장비는 모두 석유로 구동되며, 미국에서 공수된 무기도 화석연료로 움직인다. 또한 이스라엘군은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사용해 방대한 데이터와 감청 정보를 분석했고, 이렇게 해서 어떤 민간인들을 학살할지 자동으로 추려냈다. ‘석유의 근육과 알고리즘의 머리’를 합쳐 테크노-제노사이드를 자행한 것이다.
이 학살의 원천은 화석연료에 있다. 최근 이스라엘은 서아시아 레반트 분지 가스전을 개발해 유럽에 가스를 공급하고 있다.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자, 이스라엘은 유럽에 가스와 원유를 수출하며 주요 공급자가 됐다. 이스라엘이 17년째 가자 앞바다에서 불법적인 해상 봉쇄를 유지하며 팔레스타인 어민과 아이들을 상대로 실탄으로 위협하거나 살해한 것도 가스전 때문이다. 5240억달러(약 770조원) 규모의 석유·가스전으로부터 거둔 수익은 이스라엘 정부의 재정으로 들어가고, 막대한 무기 구매와 군사비에 사용된다.
2023년 10월 29일 이스라엘 정부는 해양 가스전 탐사 라이선스 12개를 외국 기업 컨소시엄에 부여했다. 이중 6개를 소유한 에니(Eni)·다나(Dana) 컨소시엄은 입찰 대가로 이스라엘 정부에 막대한 자금을 지불했으며, 그 수익과 로열티가 이스라엘의 전쟁 자금으로 갈 수 있게 됐다. 이 컨소시엄의 주요한 주체 다나 페트롤륨이 바로 한국석유공사가 100% 소유한 자회사다. 이들이 거머쥔 라이선스 중 약 62%는 국제법상 팔레스타인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 속한다. 즉 한국석유공사는 국제법을 위반하며 집단학살을 지원하고 있는 셈이다. 제네바 협약에 따르면, 전쟁 점령국은 점령지의 자원을 약탈하거나 판매할 수 없다.
2024년 국제사법재판소(ICJ)도 이스라엘의 점령을 불법으로 선언하고 모든 국가가 점령지에서 경제·투자 관계를 끊을 의무가 있다고 판결한 바 있다. 우리 공기업이 국제법을 위반하며 가자지구 가스전 수탈과 집단학살에 공모하고 있다는 점은 매우 부끄러운 일이다. 한국석유공사는 즉각 이 사업을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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