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기술과 응용] 화성에서 농사짓기(4): 극한 환경 극복을 위한 도전, 화성 그린하우스 공학

2025-11-20

지난 호(642호 우주기술과 응용)에서는 과학적 연금술을 통해 화성의 죽은 흙을 살아있는 땅으로 바꾸는 구체적인 청사진을 살펴보았다. 흙 속 독성 물질을 씻어내고, 알팔파와 같은 개척 식물로 유기물을 공급하며, 사이짓기 농법으로 효율을 높이는 등, 통제된 환경만 주어진다면 화성 토양의 생물·화학적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다는 충분한 가능성을 확인하였다. 하지만 이 중요한 진전은, 동시에 우리가 지금까지 논외로 했던 더 근본적인 물리적 제약 조건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다. 즉, 이제 과제는 토양 개량이라는 미시적 차원에서, 생존 환경 구축이라는 거시적 차원으로 전환된다.

화성에서 식물의 생존을 위협하는 물리적 환경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화성의 평균 대기압은 약 600파스칼로, 지구의 0.6%에 불과한 진공에 가까운 상태다. 이는 물의 삼중점(611.7Pa)보다 낮은 압력으로, 액체 상태의 물이 안정적으로 존재하지 못하고 즉시 끓어 증발하거나 얼어붙게 만든다. 둘째, 화성 표면의 연평균 방사선량은 약 200~300밀리그레이(mGy)로, 지구 표면 평균치의 100배 이상에 달하는 치명적인 수준이다. 셋째, 평균 기온 영하 63도에 밤 최저 기온이 영하 140도까지 떨어지는 극심한 일교차는 모든 생명 활동을 정지시킨다.

이런 극악한 요인들은 하나의 근본 원인, 즉 화성이 행성을 보호하는 두 개의 핵심 보호막인 ‘자기권’과 ‘대기권’을 수십억 년에 걸쳐 상실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보호막들은 왜 사라졌을까?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자기권의 소멸에 있다. 행성의 자기장은 물리학의 기본 원리인 ‘전자기 유도(Electromagnetic Induction)’에 의해 만들어진다. 움직이는 전기 전도체는 자기장을 생성하는데, 이 원리가 행성 규모로 구현된 것이 바로 ‘다이나모(Dynamo) 엔진’ 이론이다. 이 행성 규모의 전자기 유도를 엔진이라 부르는 이유는 엔진이 연료라는 화학에너지를 열에너지로 바꾸어 기계의 운동에너지로 변환하는 것과 유사한 기전을 가지기 때문이다. 다이나모 엔진은 행성 내부의 열에너지를 액체 금속의 대류라는 운동에너지로 바꾸어 자기장이라는 전자기 에너지로 변환한다. 이러한 에너지 변환 장치적 개념에서 엔진이라 부르는 것이다.

이 거대한 엔진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전기를 전도할 수 있는 액체 물질, 즉 지구와 초기 화성의 액체 상태 철-니켈 외핵이 있어야 한다. 둘째, 이 액체 금속을 계속해서 움직이게 만드는 에너지원, 즉 행성 내부의 열로 인한 대류(Convection) 현상이 필요하다. 뜨거운 액체는 위로 올라오고 차가운 액체는 아래로 가라앉으며 거대한 흐름을 만든다. 셋째, 가장 중요한 행성의 자전이다. 자전이 없다면 대류는 무질서하게 일어나지만, 빠른 자전은 이 거대한 액체 금속의 흐름을 마치 코리올리 효과처럼 거대한 나선형 기둥(Helical Columns) 형태로 정렬시킨다. 이 정렬된 흐름이 바로 행성 규모의 안정적인 전류(Electric Current)를 형성하게 되고, 이 거대한 전류가 행성 전체를 감싸는 강력한 자기장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하지만 화성은 지구보다 크기가 작아 내부가 훨씬 빨리 식었다. 행성의 열 보유량은 부피(반지름의 세제곱)에 비례하고 열 손실량은 표면적(반지름의 제곱)에 비례하는데, 화성은 부피 대비 표면적의 비율이 지구보다 커서 열을 간직하기에 불리한 구조이다. 결국 약 40억 년 전, 화성의 핵은 식고 굳어져 대류를 멈추었고, 다이나모 엔진의 동력이 꺼지면서 행성 전체를 감싸던 자기장 방패가 사라져 버렸다.

그렇다면 지구의 다이나모 엔진은 영원할까? 지구 역시 매우 느리지만 분명히 식어가고 있으며, 언젠가는 다이나모가 멈추는 날이 올 것이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지구의 핵이 완전히 식기 훨씬 이전인 약 50억 년 후, 우리 태양이 적색 거성으로 팽창하여 지구를 집어삼킬 것으로 예측한다. 즉, 인류가 걱정해야 할 것은 지구 다이나모의 정지가 아닌, 그보다 더 거대한 우주의 변화이다.

결론적으로, 화성의 내부 엔진이 식으면서 자기권과 대기권을 연쇄적으로 상실한 결과, 현재의 극도로 열악한 환경이 만들어졌다. 따라서 화성에서의 농업은, 외부 환경과 완전히 격리되고 내부 환경이 인공적으로 제어되는 시스템, 즉 ‘제어 환경 농업(CEA, Controlled Environment Agriculture)’이라는 공학적 도전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이제 우리 이야기의 초점을 이 CEA 시스템을 어떤 구조와 재료, 기술로 구현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로 이동시키자.

CEA 시스템 구축을 위한 첫 단계는, 우리가 가진 지구 중심적 고정관념을 버리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유리 온실(Glass Greenhouse)이라는 개념이다. 유리의 주성분인 이산화규소(SiO₂)는 밀도가 약 2.5g/㎤에 달하는 무거운 소재이다. 화성까지의 발사 비용이 1kg당 수억 원에 달하는 현실에서, 질량이 큰 자재는 극도로 비효율적이다. 또한 유리는 충격에 취약한 취성 재료이며, 일반적인 유리는 고에너지 입자인 은하 우주선(GCR)에 대한 차폐 성능이 매우 낮아, 그 자체로는 생존 공간의 재료로 부적합하다.

질량 문제에 대한 가장 직접적인 공학적 해법은 ‘팽창식 구조물’이다. 이는 발사 시에는 작게 접어 부피와 질량을 최소화하고, 화성 현장에서 내부 가압을 통해 거대한 거주 및 농업 공간으로 확장하는 방식이다.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설치된 Bigelow사의 BEAM(Bigelow Expandable Activity Module) 모듈에서 볼 수 있듯, 벡트란(Vectran)과 같은 고강도 유연 복합재료의 다층 구조를 통해 높은 기밀성과 미세 운석 충돌에 대한 저항성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방식의 주된 기술적 한계는 방사선 차폐 능력이다. 얇은 직물 구조만으로는 고에너지 입자를 막는 데 한계가 있어, 추가적인 차폐 설비가 반드시 필요하다.

방사선 차폐 문제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해법은, 화성 현지의 자원을 방패로 사용하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두 가지 방식은 자연 지형을 활용하거나 인공적으로 방어막을 구축하는 것이다. 첫째는 화산 활동으로 형성된 지하 ‘용암 동굴’을 탐사하여 그 내부를 활용하는 것이다. NASA의 화성 정찰위성(MRO)은 화성 표면에서 여러 개의 용암 동굴 입구로 추정되는 지형을 발견했으며, 이 동굴들은 자연적인 방사선 대피소이자 안정적인 온도를 제공하는 최적의 장소로 꼽힌다. 둘째는 지상에 구조물을 먼저 건설한 뒤, 그 위를 2~3미터 두께의 화성 흙, 즉 ‘레골리스(Regolith)’로 덮는 것이다. 레골리스는 화성 표면을 덮고 있는 미고결의 느슨하고 이질적인 표층 퇴적물로 이루어진 미세한 층을 말한다. 레골리스는 수소 원자를 포함하고 있어, 은하 우주선(GCR)의 중성자 방사선을 감속시키고 흡수하는 데 매우 효과적인 차폐재임이 입증되었다.

결국 화성의 건축은 단 하나의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라, 임무의 단계와 목적에 따라 다양한 기술을 조합하는 하이브리드(Hybrid) 방식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NASA와 민간 우주 기업들이 구상하는 시나리오 대부분은, 신속한 설치가 필요한 초기 탐사 단계에서는 팽창식 구조물을 사용하고, 영구적인 정착을 목표로 하는 단계에서는 레골리스로 차폐된 반영구적 구조물을 건설하는 식으로 구성된다. 혹은 용암 동굴 내부에 팽창식 구조물을 설치하여 2중의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유력한 방안이다.

화성에서 식물을 키우기 위한 ‘그린하우스’는 그 자체로 하나의 생명 유지 장치다. 이 시스템을 유지하는 데 가장 큰 에너지 소비 요인이자 핵심은 바로 ‘빛’이다. 식물은 광합성을 통해 에너지를 얻는데, 이때 모든 파장의 빛이 동일한 효과를 내는 것은 아니다. 또한 화성 표면의 자연광은 지구에 비해 평균 60% 수준으로 약하며, 거대한 먼지 폭풍으로 인해 수 주간 햇빛이 완전히 차단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안정적인 농업에 큰 제약이 따른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 번째 해법으로, 화성의 햇빛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안이 연구 중이다. 지상에 설치된 거울 시스템(헬리오스탯)이 태양을 추적하여 모은 빛을, ‘광섬유 케이블’이나 ‘광파이프’를 통해 온실 내부로 전달하는 기술이다. 이는 지구의 태양광 발전소나 일부 친환경 건축물에서도 활용되는 기술로, 낮 동안 조명에 필요한 전력 소모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 방식은 몇 가지 명백한 한계를 지닌다. 정전기적 특성을 띠는 화성의 미세 먼지는 광학 장비의 효율을 지속적으로 저하시키므로, 이를 청소하고 유지보수할 추가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밤이나 장기간 지속되는 먼지 폭풍 기간에는 빛 공급이 완전히 중단되므로, 안정적인 작물 생산을 위해서는 반드시 보조적인 인공조명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으로, 모든 빛을 전기로 만들어 공급하는 ‘식물재배용 LED’ 기술이 주목받는다. 이미 지구의 수직 농장에서 그 효율성이 입증된 LED는 불필요한 파장의 빛을 줄이고 식물 성장에 가장 효율적인 특정 파장(주로 적색광과 청색광)만 선택적으로 공급하여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한다.

결국 화성의 그린하우스는 이 두 가지 방식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구축될 가능성이 높다. 유럽우주국(ESA)의 MELiSSA 프로젝트 등 우주 생명 유지 시스템 연구에서는 에너지 효율성과 시스템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해, 맑은 낮에는 자연광을 최대한 활용하고 밤이나 먼지 폭풍 시에는 LED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방안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제시된다. 물론 이 모든 과정은 빛뿐만 아니라 공기, 물의 완벽한 재활용을 포함하는 ‘폐쇄 루프(Closed-loop)’ 생태계 내에서 이루어져야만, 진정한 의미의 자립이 가능하다.

완벽한 하드웨어와 생명 유지 시스템이 갖추어졌다고 해도, ‘누가’ 농사를 지을 것인가라는 운영의 문제가 남는다. 화성에서의 인간은 고도로 훈련된 과학자이자 기술자이며, 그들의 시간은 임무에서 가장 귀중하고 제한된 자원이다. 우주비행사의 시간은 과학 실험, 장비 유지보수, 건강 관리 등 핵심 임무를 위해 분 단위로 계획되는데, 노동 집약적인 농업 활동에 이 자원을 투입하는 것은 극도로 비효율적이다. 더 나아가, 인간은 수조 개의 미생물을 지니고 있어, 통제된 폐쇄 생태계에 예측 불가능한 오염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화성 농업은 필연적으로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완전 자동화 시스템, 즉 ‘로봇 스마트 팜’의 형태를 띠게 될 것이다. 이 시스템의 기반은 농장 전체에 설치된 정밀 센서 네트워크이다. 지구의 정밀 농업(Precision Agriculture)에서 이미 활용되고 있듯, 사물 인터넷(IoT) 센서들은 토양의 수분, 영양분 농도(EC), 산도(pH)부터 온실 내부의 온도, 습도, 이산화탄소 농도까지 24시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한다. 이 데이터에 기반하여, 로봇 팔과 같은 자동화 장비가 파종, 점적 관개, 영양액 공급, 그리고 최종적으로 수확에 이르는 모든 물리적 작업을 수행한다.

만약 센서와 로봇이 농장의 신경계와 근육이라면, 그 모든 것을 통제하는 두뇌는 바로 인공지능(AI)이다. AI 농업 관리 시스템은 센서로부터 수집된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여, 작물의 상태를 진단하고 미래의 수확량을 예측한다. 여기서 더 나아가, 단순히 정해진 프로그램에 따라 움직이는 것을 넘어 스스로 최적의 성장 조건을 찾아내는 역할을 수행한다. 예를 들어, 머신러닝 알고리즘은 카메라 이미지를 분석하여 잎의 색깔 변화를 통해 영양분 결핍이나 병충해 발생을 인간의 눈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게 감지할 수 있다. 또한 수많은 변수를 조합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최소한의 자원으로 최대의 수확량을 얻을 수 있는 최적의 ‘성장 레시피’를 스스로 학습하고 개선해 나간다.

미래 화성 농업의 모습은 인간이 땀 흘려 밭을 가는 것이 아니라, 소수의 인간 관리자가 관제실에서 로봇과 AI가 보내오는 데이터를 감독하고 최종 의사결정을 내리는 형태가 될 것이다. 모든 고된 노동은 로봇이, 복잡한 분석과 최적화는 AI가 담당하는 완전한 분업 시스템이다. 이는 단순한 식량 생산 시설을 넘어, 화성이라는 극한 환경에서 지속 가능한 문명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적인 인프라이다.

결국 화성에서의 생존과 자급자족은, 단편적인 기술들의 합이 아닌 고도로 통합된 하나의 시스템을 구축하는 문제로 귀결된다. 본 3부의 내용을 통해 우리는 그 시스템의 청사진을 확인했다. 외부의 위협을 차단하기 위한 하이브리드 건축 구조, 내부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폐쇄 루프 생명 유지 시스템,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운영하기 위한 자동화된 로봇과 AI까지. 이는 단순한 농업 시설을 넘어, 그 자체로 하나의 독립적인 기계적, 생물학적 유기체이다. NASA의 시스템 공학 핸드북에서 언급하듯, 이러한 ‘시스템 오브 시스템즈(System of Systems)’ 접근법은 지구로부터의 재보급 의존도를 최소화하고 현지 자립도를 극대화하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한다.

이 거대한 유기체의 본질은, 기술을 통해 지구의 생물권(Biosphere)이 가진 핵심 기능들을 인공적으로 재창조하는 것이다. 두꺼운 대기와 자기장이 제공하는 ‘보호 기능’, 안정적인 기후와 대기 순환이 제공하는 ‘환경 제어 기능’,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유지하는 ‘자원 순환 기능’. 화성의 그린하우스는 바로 이 기능들을 공학적으로 구현한 ‘작은 지구(Micro-Earth)’인 셈이다. 이는 유럽우주국(ESA)의 MELiSSA 프로젝트와 같은 ‘생물재생 생명 유지 시스템(BLSS)’의 개념과 정확히 일치하며, 인류가 지구의 생태계를 벗어나 장기간 우주에서 독립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핵심 기술로 간주된다.

지금까지 우리는 화성에서 농사를 위한 흙을 만들었고(2부), 그 흙을 담을 집도 지었다(3부). 이제 첨단 온실에서 우리의 질문은 “과연 무엇을 키울 것인가?”로 옮겨간다. 지구의 수만 가지 작물을 모두 가져갈 수는 없다. 단위 면적당 높은 수확량, 필수 영양소 함량, 짧은 성장 기간, 최소한의 자원 요구량 등 매우 엄격한 기준에 따라 최적의 ‘우주 작물’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감자, 고구마, 콩, 밀, 상추 등이 주요 후보군으로 연구되고 있다.

그 작물이 우리의 식탁에 오르기까지 어떤 마지막 관문들이 남아있을까? 시리즈의 마지막 편에서는 화성인의 ‘식단’을 구성할 최고의 우주 작물들을 살펴보고, 이 극한의 농업 기술이 역설적으로 지구의 식량 위기와 지속가능성에 어떤 희망을 던져주는지에 대해 탐구하며 대장정을 마무리하자.

이영두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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