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로 반대편인 러시아 편과 우크라이나 편으로 갈려 참전했던 중국 청년들이 전쟁의 잔혹함에 대해 이구동성으로 전쟁의 참혹한 현실을 증언했다.
미국 CNN 방송은 29일(현지시간) 홍콩발 기사에서 러시아군에 입대했던 마이클(가명)과 우크라이나군에 가담했던 제이슨(가명) 등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한 중국 국적자들의 사연을 소개했다.
마이클(29)은 중국 인민해방군에서 직업군인으로 복무하다가 2018년 제대한 후 러시아군에 입대하라고 권유하는 광고와 영상을 중국에서 접하고 "외국에서 군 생활 경험을 해 보고 싶어서" 참전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2023년 11월 관광객으로 모스크바에 가서 정규군 입대를 시도했으나 거절당했고, 이후 용병 집단 '바그너 그룹'과 월급 20만 루블(350만원)에 1년 복무 계약을 체결한 후 2024년 5월 바흐무트 전선에 투입됐다.
마이클은 보호장구 착용 문제로 상관들과 말다툼을 하는 바람에 쇠창살이 설치된 어두컴컴한 구덩이에 갇혀 고개도 제대로 들지 못하는 고생을 21일간 겪었다고 한다. 이 일로 정나미가 떨어져 러시아를 위해 싸울 마음이 사라졌다고 그는 말했다.
CNN과의 통화에서 그는 전투에서 다친 뒤 회복 중이라고 밝히면서 "(러시아군이) 세계 제2위의 군사력이라고 하지만 어이없는 수준"이라며 수준 미달인 장비, 허술한 보급과 병력이동, 가혹행위, 심각한 부패 등을 문제로 꼽았다.
러시아 편으로 참전한 다른 중국 국적자(37)는 2023년 7월부터 1년간 러시아 정규군에 입대해 싸웠다고 밝혔다.
그는 CNN과 인터뷰에서 용병으로 참전해 번 돈이 전에 본국에서 교도소 경비원으로 벌던 소득의 3배였다면서도, 참전을 결심한 주요 동기가 돈은 아니었고 "어릴 때부터 영웅이 되고 싶어 하는 심리가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2024년 말 중국으로 귀국한 그는 지난달에 해외여행을 가려고 시도하다가 자신이 출국 금지된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중국인 용병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했다는 얘기는 몇 년 전부터 나왔으나 최근에 구체적 사례들이 확인되면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측은 중국 국적자인 러시아 측 용병 2명을 생포했다고 이달 초 주장하면서 중국 측에 해명을 요구했다.
러시아 외무부 측은 중국 국적자들이 러시아군에 가담해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전투에 참전 중이라는 주장이 "완전한 거짓"이라고 반박했으나, 며칠 후 우크라이나 측은 생포된 중국 출신 용병 장런보와 왕광쥔 등 2명을 언론에 공개하면서 재반박했다.
우크라이나 측은 러시아군에 가담해 참전 중인 중국 국적자가 생포된 이들 말고도 최소한 155명이며 더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숫자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으나, 우크라이나 편으로 참전한 중국 국적자들도 있다.
CNN은 이런 이들 중 인터뷰에 응한 사람들은 중국이 아닌 다른 곳에서 산 적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고교 시절 미국으로 이주한 제이슨(27)은 한 미국의 한 대학 전산학 석사과정에 다니던 중 2023년 5월 중퇴하고 우크라이나 서부 르비우로 이주했다. 이후 그는 외국인 자원입대자들로 구성된 '우크라이나 국제군단'에 입대해 복무하다가 약 1년 전 미국으로 돌아갔다.
그는 자신의 증조부가 1940년대 말에 중국국민당 병사로 싸우다가 전사했다는 집안 내력을 소개하면서 중국이 대만을 점령할 수도 있다고 협박한 점이 참전 동기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4개월간 주로 참호전에 참여하다가 더 적극적으로 전투에 임하고 싶다며 공격부대로 소속을 바꿔 달라고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다.
CNN에 따르면 "중국의 한 일류대학"에 박사과정으로 재학 중이던 '소피'라는 여성은 우크라이나 국제군단에 입대하고 싶어 신청서를 내고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소피는 원래 정치에 무관심했으나, 중국의 온라인 검열에서 벗어나 유럽에서 1년간 유학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마이클과 제이슨은 이번 전쟁에서 서로 반대편에서 싸웠지만, "전쟁의 현실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나빴다"는 공통의 경험이 있었다고 CNN은 전했다.
마이클은 "(전쟁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잔혹하고,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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