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민주주의로 가야" 현수막 내건 20대, 수일째 행방 묘연

2025-04-30

중국에서 정치체제를 비판하는 현수막을 게시한 20대 청년의 행방이 열흘 넘게 묘연한 상태다. 정치 탄압을 받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30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 등에 따르면 지난 15일 오전 중국 남부 쓰촨성 청두의 한 고가도로에는 중국의 현 정치체제를 비판하는 내용의 대형 현수막 3장이 내걸렸다.

흰색 현수막에는 붉은 글씨로 "체제 개혁 없이 민족의 부흥은 없다" "무제한 권력을 가진 정당은 인민에게 필요하지 않다" "중국은 방향을 제시할 자가 필요 없으며, 민주주의가 그 방향이다" 등의 문구가 적혔다.

RFA는 소식통을 인용해 해당 현수막 제작자이자 게시자는 메이스린(梅世林)이라는 1998년생 남성이라고 소개했다. 또 그가 사건 직후 당국에 의해 구금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다만 실제 구금됐는지, 구금됐다면 어디에 있는지, 어떤 상태인지 전혀 확인되지는 않았다.

메이스린은 사전에 지인에게 자신의 신분증 사진을 보내면서 1년간 이를 준비했고 이 내용이 널리 확산하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청두의 한 정보기술(IT)기업에서 근무하다가 노동 분쟁을 겪었고, 자신의 억울함을 당국에 호소했으나 무시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당국은 이 사건의 파장이 지나치게 커지는 것을 경계하기 위해 '국가전복 선동' 혐의 대신 '소란 유발' 혐의를 적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법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현재 메이스린 관련 소식은 현지 소셜미디어인 웨이보 등에서는 검열된 듯 전혀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엑스(X) 등 해외 소셜미디어에서는 사진과 뉴스가 퍼지고 있다.

엑스 이용자들은 메이스린을 "쓰촨의 펑리파"라고 부르며 영웅으로 묘사하고 있다. 펑리파는 2022년 베이징에서 중국의 코로나 봉쇄정책을 비판하며 시진핑 주석의 퇴진을 요구하는 현수막 시위를 벌인 인물이다. 그는 미국의 초당적 협력체인 '의회·행정부 중국위원회'(CECC)에 의해 노벨 평화상 후보로 추천되기도 했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메이스린의 소재를 공개할 것을 촉구하며 중국 당국을 비판했다. HRW의 중국 연구원인 얄쿤 울루욜은 이날 "펑리파 역시 구금된 이후 현재까지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면서 "중국 정부는 메이스린의 행방을 공개하고, 표현의 자유를 행사했다는 이유로 구금한 모든 이들을 즉시 석방하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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