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마크만 반납이 아니다, 은퇴를 선언한 서효원 “탁구를 좋아했던 선수로 기억해주세요”

2025-05-27

한국탁구대표팀이 2025 세계탁구선수권대회를 마치고 귀국한 26일 인천국제공항에선 유독 한 선수에게 많은 팬이 몰렸다.

태극마크 반납을 선언한 서효원(38·한국마사회)이 그 주인공이었다. 백지부터 자신의 얼굴이 선명한 사진까지 해맑은 표정으로 사인을 마친 서효원은 기자와 만나 “이젠 ‘탁구 선수’ 서효원으로 사인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팬들이 탁구를 좋아했던 선수, 최선을 다해 즐겼던 선수로 기억해주셨으면 하는 마음이죠”라고 말했다. 서효원이 국가대표 은퇴를 넘어 탁구 선수로 마침표를 찍겠다는 의지를 밝힌 셈이다.

서효원은 초등학교 2학년 처음 라켓을 잡으면서 탁구와 사랑에 빠진 선수다. 2006년 현대시멘트 소속으로 실업 무대에 데뷔한 그는 재능이 아닌 노력으로 자신의 입지를 차곡차곡 쌓았다. 끈질긴 수비 탁구가 일품이었다. 상대가 실수할 때까지 끈질기게 버티다가 날카로운 한 방으로 빈 틈을 찌르는 플레이로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화려함 대신 실속으로 가득한 서효원의 탁구는 국제 무대에서 동료들과 함께 뛸 때 유독 힘을 발휘했다. 27살인 2013년 처음 태극마크를 달은 그는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부터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2023년 항저우 아시안게임까지 연달아 참가해 단체전 동메달 2개를 목에 걸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참가하기도 했던 그는 지난해 파리 올림픽에선 해설자로 후배들을 응원하기도 했다.

그랬던 서효원은 단체전이 아닌 개인전, 그리고 단식으로만 참가하는 세계탁구선수권대회를 고별 무대로 잡았다. 첫 관문이었던 64강을 통과한 그는 아쉽게도 지난 21일 크로아티아의 레아 라코바츠와 32강에서 2-4로 패배하면서 2021년 휴스턴 대회의 8강을 뛰어넘겠다는 목표를 이루지는 못했다.

서효원은 “은퇴를 언제 실감했냐고 묻는다면 패배했던 그 순간”이라면서 “원래 패배하면 다음 경기를 위해 뭘 보완해야하지 이런 고민을 해요. 마지막 경기에서도 그 생각을 하다가 ‘아 나 이제 은퇴하지’라고 떠올렸어요”라고 웃었다.

시원섭섭한 은퇴 무대를 받아들인 서효원은 믿기지 않는 인연도 소개했다. 국가대표 서효원의 마지막 상대인 라코바츠가 알고보니 그의 첫 상대이기도 했다.

서효원은 “제가 국가대표로 처음 참가했던 대회가 2013년 파리 세계탁구선수권대회였어요. 단식 첫 상대가 라코바츠 이 선수였어요. 12년간 한 번도 맞붙지 않았던 이 선수하고 마지막 경기에서 만났네요. 예전엔 정말 어렸던 선수였는데 같이 늙어서 얼굴을 보니 흐른 세월을 짐작하겠더라고요. 그 때는 제가 이겼다면, 이번엔 졌다는 게 차이겠네요. 그래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으니 아쉬움은 없어요”라고 말했다.

후련한 미소를 지은 서효원은 이제 탁구 선수로 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는 태극마크만 내려놓은 게 아니라 6월 한국마사회와 계약이 만료되면 라켓을 내려놓을 계획이라고 털어 놓았다. 탁구 선수 서효원으로 보낼 수 있는 마지막 한 달, 그는 6월 재개되는 프로탁구리그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우기로 했다. 서효원은 “(현정화) 감독님은 선수로 마지막은 국내가 낫지 않겠냐고 조언을 해주셨어요. 완벽한 몸 상태는 아니더라도 팬들 앞에서 최선은 다하려고요. (탁구인의 염원인) 프로리그가 잘됐으면 하는 바람도 있어요”라고 말했다.

은퇴를 예고한 서효원은 제2의 인생도 탁구에서 찾고 있다. 은퇴를 결심한지 오래되지 않았기에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탁구를 좋아하고 열심히 했기에 앞으로의 삶도 탁구와 함께 보내고 싶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후배 선수를 키워내는 지도자, 탁구를 세상에 알릴 수 있는 유튜버 등 다양한 선택지를 고려하고 있다. 서효원은 “팬들에게 탁구를 좋아했던 서효원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은퇴한 다음에도 그 기억이 바뀌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게요”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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