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부'는 전략이다? 젠슨 황, GPU 26만장 약속한 진짜 이유 [현장에서]

2025-11-04

분명 물건을 팔러 온 사업가였는데, 온갖 찬사가 쏟아졌다. 1박 2일 화려한 ‘한국 출장’을 마치고 떠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얘기다. 지난 5월 대만 방문 때 깜짝 발표한 ‘신사옥 건설’ 같은 대규모 투자 보따리 없이도 ‘내돈내산’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치맥 회동으로 한국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 와중에도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 CEO의 행보는 치밀하고, 노련했다.

지난 7월 중국 베이징 기자회견에서 황 CEO에게 고대역폭메모리(HBM)에 대해 묻자 그는 “한국 기자들 관심사는 온통 HBM뿐이다”며 비꼬듯 말했다. 그랬던 그가 경주에선 “삼성, SK와 함께 HBM4를 넘어 HBM97까지 함께 개발할 것”이라고 농담까지 했다.

립서비스 와중에도 실속은 챙겼다. 엔비디아가 26만장의 GPU에 대해 직접 언급한 ‘GB200’과 ‘RTX PRO 6000’ 모델을 살펴보면 영리한 판매 전략이 돋보인다. 두 제품 모두 현재 전 세계 인공지능(AI) 인프라를 뒷받침하는 핵심 제품들이지만, 관건은 도입 시기다.

정부 설명대로라면 엔비디아의 ‘우선 공급’은 2030년까지 완료될 예정이다. 하지만 GB200은 지난해 3월에 공개된 모델로, 엔비디아는 올해 3월 성능을 1.5배 더 높인 차세대 GB300을 내놓고 양산 중이다. 황 CEO는 지난 5월 방문한 중동에선 GB300 공급을 약속했다. RTX PRO 6000은 올해 3월 출시된 최신 블랙웰 GPU 모델이지만, 내년 하반기부터 차세대 GPU ‘루빈’ 시리즈가 출시된다.

한국 입장에선 GPU를 하루라도 빨리 공급받는 게 이상적이다. 하지만 세부 협의는 이제 시작 단계다. 엔비디아와 계약을 맺은 한 기업 관계자는 “수년에 걸쳐 공급받기로 했을 뿐 당장 첫 GPU가 언제 들어올지는 미정”이라고 말했다. 엔비디아는 약 15조원 규모의 향후 5년 치 물량을 ‘완판 예약’ 해둔 셈이다. 혹시나 모를 재고 부담도 덜었다. 반도체 업계에선 공급이 늦어질 경우 신제품으로 대체해 받는 방안을 적극 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황 CEO는 한국 출장을 통해 사실상 ‘수퍼갑’으로서의 존재감도 다시 한번 각인시켰다. 국내 대표 기업 총수 두 명이 황 CEO와 함께 게임 행사 무대 위에 올라 어깨동무를 하고 농담을 주고받으며 경품 추첨을 하는 장면은 친분의 결과로만 보기 어렵다. 황 CEO는 “한국이 글로벌 AI 선도국이 될 것이라는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장밋빛 미래’를 남기고 떠났지만, 노련한 영업맨을 상대로 한국도 실리를 챙길 세밀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