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른 오전부터 쏟아진 장대비가 주춤해진 정오 무렵. 클럽하우스에서 하염없이 시간을 보내던 선수들이 하나둘 코스로 나서기 시작한다. 캐디와 함께 우산을 나눠 쓴 채 연습장으로 향하는 이들의 면면. 화려함 그 자체다. 필 미켈슨(55)부터 브라이슨 디섐보(32), 브룩스 켑카(35·이상 미국), 존 람(31·스페인), 호아킨 니만(27·칠레)까지…. 세계 골프를 주름잡는 이들을 모두 지켜볼 수 있는 LIV 골프 코리아의 개막 전날 풍경이다.
LIV 골프 사상 최초의 한국 대회가 2일 인천 잭니클라우스 골프클럽코리아(파72·7376야드)에서 개막한다. 지난 2022년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가 창설한 LIV 골프의 첫 국내 상륙이다. 출전 선수 54명이 나눠 가질 총상금은 2500만 달러(약 360억원). 개인전 우승자에겐 400만 달러(약 58억원)의 거액이 돌아간다. 국내에서 보기 힘든 규모의 ‘머니 게임’이다.
개막 전날 찾은 잭니클라우스 골프클럽코리아에는 아침부터 야속한 봄비가 쏟아졌다. 예정된 프로암이 2~3시간 정도 지연될 정도로 강수량이 많아 정상적인 연습조차 불가능했다. 날이 개기만을 기다리던 주최측은 정오 들어 빗줄기가 잦아들자 프로암을 9홀만이라도 진행하기로 일정을 조정했다.
이 무렵부터 드라이빙 레인지와 연습 그린에선 LIV 골프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부터 함께 뛰어온 디섐보와 켑카는 함께 퍼트 연습을 했고, 올 시즌에만 3승을 거둬 181억원의 상금을 챙긴 니만은 숏게임 연습장에서 벙커샷 감각을 가다듬었다.
앞서 헨릭 스텍손(49·스웨덴)은 장대비를 맞으면서도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연신 아이언샷 궤도를 체크했다. 장타자 더스틴 존슨(41·미국)은 ‘코리안 특급’ 박찬호(52)와 함께 프로암을 돌며 코스를 익혔다.
LIV 골프는 잘 알려진 대로 지난 2022년 PGA 투어의 대항마로 등장했다. PIF가 자금을 대고 ‘백상어’ 그렉 노먼(70·호주)이 선봉장으로 나서며 PGA 투어 선수들을 끌어들였다. 최근에는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의 기대주 장유빈(23)이 LIV 골프로 영입되면서 화제가 됐다.

LIV 골프는 그간 싱가포르와 홍콩에서만 아시아 대회를 열었다. 동아시아 개최는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의 큰 골프 시장을 겨냥하기 위함이다. 항간에는 LIV 골프가 내년에는 싱가포르 대신 일본 대회를 열 수 있다는 소문이 들린다. 그래서인지 이번 대회에는 유럽과 미국, 호주는 물론 일본 취재진도 여럿이 찾았다.
프로암이 끝날 무렵, 이번 대회에서 대체 선수로 뛰는 김민규(24)를 만났다. 유럽에서 주로 활동하는 김민규는 “디오픈에도 몇 번 나가봤지만, 국내에서 이렇게 큰 대회가 열린다는 점 자체가 새롭게 다가온다. 개인적으로는 LIV 골프가 처음이라 긴장도 된다”면서 “남자골프 세계랭킹 1위를 기록했던 실력자들만 여럿이다. 골프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TV로만 보던 정상급 선수들을 바로 앞에서 지켜보실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리라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