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에 똑같은 개는 없다
브라이언 헤어·버네사 우즈 지음 | 강병철 옮김
디플롯 | 344쪽 | 2만4800원
‘똑똑한 개’를 물으면 대개 보더콜리, 푸들, 저먼 셰퍼드라 답한다. 1994년 스탠리 코런의 연구에서 등장한 ‘똑똑한 개 순위’는 실제로 지능을 측정하지 않고 훈련 용이성에 관한 의견을 모아 만들었다. 구체적 기준 없이 매겨진 순위가 발표된 이후 ‘견종별로 지능 차이가 있다’는 생각이 굳어졌다.
그러나 이 책은 ‘견종별 지능 차이는 없다’고 말한다. 18세기 이전 용도별로 키워졌던 ‘개’는 귀족의 사치품이 되고 나서야 ‘견종’이 되기 시작했다. 혈통서에서 말하는 ‘품종’은 치와와의 작은 몸, 닥스훈트의 짧은 다리, 핏불의 납작한 얼굴 등과 같이 오직 외형적 특징으로 구분됐다. 다시말해, 견종은 오직 외형만 보장할 뿐이라는 것이다.

진화인류학자이자 책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를 함께 썼던 저자들(브라이언 헤어와 버네사 우즈)은 강아지 유치원에서 동일한 견종 101마리를 교육, 연구했다. 이들은 같은 배에서 나온 강아지이더라도 인지능력과 기질은 완전히 달랐다고 말한다. 어떤 개체는 똑똑하고 다른 개체는 멍청하다는 것이 아니라, 모두 다른 재능을 지닌 ‘인지적 다양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5만여명의 반려인과 함께 개의 인지력을 측정하는 도구 ‘도그니션’을 통해 견종 간 차이를 파악하려 했으나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보더콜리도 모든 면에서 똑똑하진 않았고, 치와와라고 해서 참을성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견종보다 중요한 건 각각의 개가 가진 성격과 기질, 그리고 교육 방법이다. 책엔 이들의 연구 결과에 더해 101마리 강아지를 교육하며 얻은 실전적인 팁을 수록했다. 마지막에 실린 강아지 유치원생들의 사진을 보면 저절로 미소를 짓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