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0㎞/h로 질주하는 F1 머신의 휠이 영화관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엔진 굉음 속에서도 카메라는 유난히 노면과 맞닿은 타이어에 집착한다. 카메라의 시선이 머무는 순간, 관객은 비로소 눈치챈다. 챔피언십의 향방을 가르는 건 드라이버의 손끝도, 팀의 전략도 아닌 결국 타이어의 상태와 선택이라는 사실을. 영화 속 드라마틱한 교체 장면에서 느껴지는 긴장감은 실제로 우리가 매일 도로 위에서 타는 차와도 다르지 않다.
최근 개봉한 브래드 피트 주연 영화 ‘F1: 더 무비’가 보여주듯, 고무 덩어리 같은 타이어가 레이스의 승패를, 더 나아가 산업과 경제의 판도까지 바꿀 수 있다. 타이어는 단순히 자동차를 굴리는 바퀴가 아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성능과 안전, 나아가 거대한 경제 생태계를 좌우하는 숨은 주인공이다. 일상의 도로 위에서도 타이어의 수명, 성능, 교체 주기에 따라 산업 규모가 결정된다. 글로벌 완성차와 부품사들이 앞다퉈 전기차용, 친환경, 스마트 타이어 개발에 투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1. 바퀴의 진화, 자동차를 바꾸다
자동차를 탈 때 가장 자주 보지만, 정작 잘 들여다보지 않는 부품이 있다. 바로 타이어다. 운전자는 차량 정비소에서 공기압을 확인하거나 겨울철에 눈길 주행을 걱정할 때 비로소 타이어를 떠올린다. 하지만 이 ‘검은 고무 바퀴’가 사실은 자동차의 성능과 안전, 그리고 산업 전반을 지탱하는 핵심 장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