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 '미비' 경계선 지능인, 지원정책 마련도 '사각지대'

2025-06-26

정부가 지능지수(IQ) 71~84에 속하는 '경계선 지능인'의 사회적 자립 정책 수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등록장애인에 해당하지 않아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지 못해서다. 경계선 지능인 지원에 대한 법적 근거 역시 부재해 일부 지역에만 지원 사업을 실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정부기관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내년도에 경계선 지능청년 일자리지원 사업 신설을 계획하고 있다. 20세 이상 39세 이하 경계선 지능청년 200명을 선발해 일대일 진로 상담, 기초소양·구직기술 습득 등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이들은 학습이 느려 현행 청년 취업 훈련 프로그램 수행이 어렵고, 일자리를 주겠다는 말에 속아 범죄에 연루되는 일이 종종 발생한 것이 신설 배경이 됐다.

이번 사업은 국민참여예산제도를 통해 추진하고 있다. 실제 사업 편성을 위해선 예산국민참여단의 지지가 필수적이다. 경계선 지능청년 현황과 실태, 고용상황 등을 질의하는 국민참여단이 상당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경계선 지능인에 대한 구체적인 규모와 실태조사 자료는 미비하다. 현행 장애인복지법은 지적장애 기준을 IQ 70 이하인 경우로 규정했다. IQ 71~84로 학습·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경계선 지능인은 장애인에 해당하지 않아 통계조차 마련하지 않은 '사각지대'에 놓인 셈이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지난해 10월에야 경계선 지능인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아직 결과 발표 전이라, 고용노동부는 정규분포상 약 13.6%가 IQ 71~84 영역에 속한 점을 고려해 경계선 지능청년 수를 20만명으로 추정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향후 사업운영 결과와 복지부가 발표할 실태조사에 따라 지원 대상자 범위 확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국가 차원에서 경계선 지능인을 지원하도록 규정한 입법도 지지부진하다. 22대 국회 들어 조승환·허영·권칠승·안상훈 등 8명의 의원이 경계선 지능인 지원과 권리 보장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대부분의 법안이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복지부는 이들 법안에 대해 “경계선 지능인의 생애주기별 지원으로 사회참여 촉진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한다는 취지는 공감한다”면서도 “경계선 지능인에 대해 명확한 기준 정립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입장을 전했다. IQ 71∼84에 국한해 지원 대상을 정하기 보다는, 다양한 요인으로 학습·사회참여·자립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를 고려해 적절한 기준과 정책 서비스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따르면 해외에서 일본과 스페인이 각각 교육, 고용에 대해 경계선 지능인을 지원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부산·울산광역시, 강원특별자치도, 강원도 등 4개 광역자치단체와 15개 기초 지자체가 경계선 지능인 지원 조례를 제정했다. 특히 서울은 2022년 경계선 지능인 평생교육 지원센터를 설치하고, 지난해 관련 예산 24억5000만원을 편성해 지원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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