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 언급, 기독교 신념 벗어나” 英 미션스쿨, '케데헌' 노래 금지시켰다

영국의 한 성공회 학교가 '기독교 정신'을 벗어났다는 이유로 넷플릭스 인기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 노래를 금지시켰다.

17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잉글랜드 남부 도싯주의 한 성공회 유아학교는 지난 14일 학부모 공지를 통해 학생들이 학교에서 케데헌 노래를 부르지 못하게 가정 내 지도해 달라고 요청했다.

학교는 “일부 지역 주민들이 악마 언급에 '매우 불편함'을 느낀다”면서 “그 노래는 신과 선에 반대하는 영적인 세력과 연관시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애니메이션 영화 케데헌은 K팝 걸그룹 헌트릭스가 악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를 그린다. 극 중 헌트릭스의 라이벌로 보이그룹 '사자 보이즈'가 등장하는데, 이들은 5명 모두 악마이기 때문에 유혹과 매혹을 주제로 한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케데헌은 지난 8월 넷플릭스에서 가장 많이 시청한 영화에 등극해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다. 어린이들 사이에서 엄청난 인기를 모으는 콘텐츠의 노래를 학교에서 부르지 못하게 하자 학부모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영국에서 10주간 1위를 차지한 케데헌의 대표곡 '골든'(Golden)은 정체성 혼란을 극복하고 성공해 빛나는 존재로 거듭나는 희망적인 가사를 담고 있어 학교 측 권고에 대한 반발이 계속됐다.

한 학부모는 “터무니없다고 생각한다. 내 딸은 K팝을 정말 좋아하고, 딸의 친구는 물론 어린 친구들 모두 K팝을 좋아한다”면서 “딸은 방과 후 활동으로 (K팝) 공연을 했다. 그저 자신감을 키우기 위해 한 무해한 행동”이라고 말했다.

일부 학부모는 학교 측에 '골든' 등 노래가 자녀의 팀워크, 용기, 친절 향상에 도움이 됐다는 피드백을 전달하기도 했다.

학부모 항의에도 불구하고 학교 측은 자제 권고를 철회하지 않았다. 교장 대행은 “우리는 자녀가 집에서 어떤 콘텐츠를 접할지 선택할 수 있는 여러분의 권리를 충분히 존중하지만, 동시에 학교 커뮤니티 내의 다양한 신념도 염두에 두고 있다”면서 “어떤 기독교인에게는 악마에 대한 언급이 매우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