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달 20일 일본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자민·공명 연립 여당의 과반 유지가 위태롭다는 판세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10월 중의원 선거 참패로 여소야대 구조가 된 상황에서 참의원마저 과반을 잃게 될 경우 이시바 시게루 내각은 정권 붕괴 위기에 내몰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자민당의 약세 속에 ‘일본인 우선주의(니혼진 퍼스트)’를 내세운 극우 성향의 참정당이 보수층을 흡수하며 급부상하고 있다.
아사히신문이 13~14일 실시한 판세 분석에 따르면 자민당은 비례 포함 34석 전후(27~39석), 공명당은 9석 전후(6~12석)를 차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추정됐다. 자민·공명당은 비개선(이번에 투표 대상이 아닌 의원) 의석 75석을 포함해 과반 125석을 유지하려면 이번 선거에서 50명이 당선돼야 한다.
자민당의 부진 요인은 여러 가지다. 우선 지난해 10월 중의원 선거 당시 당내 파벌의 비자금 조성 사건이 치명타가 됐고 지난달 도쿄도의회 선거는 쌀값 급등 등 고물가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지속된 경제 침체와 물가 상승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누적된 가운데 이번 선거에서 내놓은 ‘전 국민 1인당 2만 엔 지급’ 공약 역시 ‘선심성’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대미 투자 1위 국가임에도 관세 협상에서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외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무시당하는 상황도 ‘강한 일본’을 강조했던 보수 지지자들 입장에서는 불만이다. NHK가 전날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자민당 지지율은 24.0%를 기록해 2012년 정권 복귀 이후 최저치를 찍었다.
자민당의 쇠락 속에 참정당이 부상하는 것도 이번 선거의 특징이다. 2020년 인터넷을 통해 설립된 참정당은 ‘반(反)글로벌리즘’을 주장하며 경기 침체와 생활고에 대한 국민 불만을 외국인 이주 문제로 돌리고 있다. 참정당은 ‘외국인이 일본인의 부를 빼앗고 있다’ ‘글로벌리즘이 중산층을 가난하게 만들었다’는 식의 논리로 외국인 생활 보호 지급 중단, 토지 매입 규제, 노동자 유입 제한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연상시킨다는 평가가 나온다.
참정당의 공약은 일본 보수층의 표심을 파고들며 15석 내외의 의석을 확보할 것이라는 전망(아사히)까지 나오고 있다. 야당 주요 정당 중에서도 가장 많은 수준이다. 참정당의 외국인 규제 주장이 효과를 보자 다른 정당들도 비슷한 공약을 앞다퉈 내놓으며 ‘외국인 혐오 확산’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정부는 한 술 더 떠 외국인 정책 총괄 조직까지 신설했다. 이시바 총리는 15일 열린 조직 출범식에서 “일부 외국인의 범죄와 민폐 행위, 각종 제도의 부적절한 이용 등으로 국민이 불안과 불공평을 느끼는 상황도 생기고 있다”며 “규범을 지키지 않는 사람에 대한 엄격한 대응, 현재 정세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하는 제도 재검토는 정부가 대처해야만 하는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다만 참정당의 인기가 자민당에 대한 ‘항의성 지지’라는 점에서 지속성을 갖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이날 일본 10년물 국채금리는 참의원 선거 후 확장재정으로 기울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에 한때 0.02%포인트 오른 1.595%까지 상승(채권 가격 하락)했다. 이는 리먼브러더스 사태 직후인 2008년 10월 이후 약 17년 만의 최고 수준이다. 자민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해 대규모 감세를 주장하는 야당과 연립 정당을 구성할 경우 재정 확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