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아이를 키우는 집에선 매일 아침 소동이 벌어집니다. 더 자려는 아이와 그런 아이를 어떻게든 깨우려는 양육자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지죠. 침대와 한 몸인 사춘기 아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자녀 교육 전문가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이은경 작가가 찾은 해법은 신선합니다. 집을 산후조리원, 자신은 조리원 원장이라고 생각하기로 한 겁니다. 대체 사춘기와 산후조리원은 무슨 관련이 있을까요?
사춘기 자녀와의 유쾌하고 다정한 동거를 꿈꾸는 칼럼 ‘옆방에 사춘기가 입주했습니다’ 2화에서 그 답을 찾으실 수 있습니다. 사춘기 아들 둘을 키우는 이 작가가 평온함을 찾은 비결도 확인하세요.

🏢전세는 감성이잖아요
‘맹모삼천지교’라 했다. 오직 자식 교육을 위한 이사를 결심했다.
대단한 학군이나 학원가를 좇은 건 아니었다. 30분 거리의 고등학교에 진학한 큰아이. 왕복 한 시간씩 통학하는 모습을 보며 귀한 시간을 거리에서 흘려보내게 둘 수 없었다.
학교 담벼락에 바짝 붙은 집을 구했다. 그땐 몰랐다. 그렇게 아껴준 시간을 이 자식이 얼마나 펑펑 써젖히고 다니게 될지를.
그간 아이들과 해왔던 이사는 열 번. 이쯤 되면 눈 감고도 해치울 수 있다고 자신하던 맹모였지만 이번엔 좀 달랐다.
이번 이사의 변수는 사춘기 호르몬이었기 때문이다.
30년도 넘은 단지, 한 번도 손대지 않은 구축 중 구축. 다음 세입자 구하기가 만만치 않겠다는 건 잦은 이사 경험으로 직감할 수 있었다.
주말이면 부동산 손님을 맞이하는 일상이 시작되었다. 거슬리는 잡다한 것들을 붙박이장 안에 쑤셔 넣어 조금이라도 널찍하게 보이려는 잔기술, 한숨이 푹푹 나올 정도의 난폭한 더위를 잊게 해줄 화끈한 파워 냉방, 고급 숙소와 엇비슷하게 근사한 향기까지.
이만하면 됐다 싶어 둘러보다가 그만 덜컥, 멈춰 서고 말았다. 오전 내내 쓸고 닦은 노력이 무색하게 느껴지는 한 장면이 집 안을 잠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들, 아이들이었다.
사춘기 호르몬의 폭발을 동네방네 광고하는 두 아이. 보는 사람마저 우울하게 만드는 어두운 표정이 압도적인데, 그거 하나뿐이면 말도 안 했다.
사람인지 좀비인지 모를 자세로 방 하나씩 차지한 저 컴컴한 몸뚱이. 침대 위에서 녹아내린 흐물흐물한 검은 형체가 찍어낸 듯 똑같다. 그들이 만들어낸 어두운 기운이 방을 가득 채워버린 탓에 쓸고 닦은 보람도 없이 눅눅한 공기가 깔렸다.
사랑하는 나의 아이들은 언제, 어쩌다, 왜 저 지경이 되었을까.
아이들이 존재만으로 인테리어가 되어주던 시절이 맹모에게도 있었다. 열 번의 이사를 거치며 그간 우리 집을 보러 왔던 손님은 못 잡아도 백 팀은 되었을 것이다.
부동산 손님이 들어설 때면 아이들은 터질 듯한 환한 웃음으로 달려 나왔다. 경쟁하듯 나란히 배꼽 인사를 하고, 특유의 밝은 에너지로 집 안 구석구석을 밝혀주었다.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손님들을 빤히 바라보다 눈이 마주치기라도 하면 커튼 뒤로 숨어버리던 귀염둥이들. 손님들은 보라는 집은 안 보고 아이들을 귀여워하다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