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국보훈의 달 6월, 순국선열과 국가 유공자들에게 바치는 공연 '헌정' 성료

2025-06-08

2025년 현충일은 그 어느 해보다 특별했다. 지난해 12월 3일 현직 대통령의 유례없는 불법 비상계엄과 내란으로 대한민국은 큰 혼돈에 빠졌고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한 선배들의 피와 땀 위에 세워진 공화정의 위기는 성숙한 시민의 힘으로 막아냈다.

그로부터 6개월, 대한민국은 권위주의와 혐오, 분열과 미움을 넘어 정권교체를 통한 내란 종식과 도약을 위한 새로운 출발선에 서게 됐다. 그즈음인 지난 6일 경기아트센터에서는 현충일과 호국보훈의 달 6월을 맞아 순국선열과 국가 유공자들에게 바치는 의미의 공연 ‘헌정’이 무대에 올랐다.

소프라노 김순영·김정우, 테너 강동명·박현준, 바리톤 김동섭·박정민을 비롯해 뮤지컬 배우 남경주·최정원이 국내외 유명 아리아와 뮤지컬 넘버를 선보여 큰 감동을 선사했다.

공연은 1부 첫 곡부터 비장했다. 바리톤 박정민이 부른 ‘장부가’는 당시 일제 총리 이토 히로부미에 대한 저격을 성공시킨 안중근이 처형 직전 죽음의 두려움 속에서도 굽힘 없는 그의 내면적 고뇌를 섬세하게 표현한 곡이다. 바리톤 박정민의 안정적인 호흡과 묵직한 울림이 관객의 마음에 젖어들어 숙연한 분위기로 ‘헌정’의 의미를 되새겼다. 또 뮤지컬 ‘이순신’의 ‘나를 태워라’, 뮤지컬 ‘명성황후’의 메인 넘버 ‘나 가거든’이 이어지자 공연장은 숙연함을 넘어 묵직한 감동이 객석을 가득 메웠다.

특히 1부 중반 이후에는 뮤지컬 배우 남경주가 소프라노 김정우와 함께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메인 테마 ‘올 아이 에스크 오브 유(All I ask of You)’를 아름다운 듀엣으로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특히 그가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메인 넘버 ‘대성당들의 시대’를 부를 때는 전율이 느껴질 정도의 가창력을 선보여 큰 박수를 받았다.

남경주의 바통을 이어 받은 뮤지컬 디바 최정원은 관객의 귀에 익숙한 ‘Fly Me to the Moon’으로 매력적인 보이스와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또 프랑스가 사랑하는 최고의 가수 에디트 피아프의 명곡 ‘사랑의 찬가’는 사랑이란 감정을 넘어 헌신과 상실, 잔잔한 선율 속에 절제된 감정선이 강한 울림으로 다가왔다.

2부 공연은 한국인의 정서가 물씬 느껴지는 국내 유명 가곡이 무대에 올랐다. 박지운 지휘자가 이끄는 오케스트라 심포니 ‘사계’의 화려한 반주에 성악가들의 성량이 공연장을 가득 메우면서 공연의 분위기는 더욱 무르익었다.

6.25 전쟁에서 희생된 무명용사를 추모하는 ‘비목’이 연주될 때는 객석 곳곳에서 연주자들의 노래를 입으로 작게 따라 부르며 눈시울을 붉히는 관객들이 눈에 띄기도 했다. 김동진 선생의 대표 가곡 ‘가고파’는 조국 독립의 염원을 고향에 대한 그리움으로 우회적으로 표현한 곡으로 현충일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기게 해주었다.

2부 말미에는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의 가장 유명한 테너 아리아 ‘네순도르마(Nessun Dorma)’를 테너 강동명과 바리톤 김동섭과 박정민이 한 무대에 올라 함께 불러 큰 즐거움을 선사했다.

이날 공연은 여러 가수들이 출연해 각자의 색으로 다양한 곡들을 선보임으로써 이색적인 감동을 느낄 수 있는 무대였다. 오페라 가수들이 뮤지컬 넘버를 부를 때 느껴지는 압도적인 음색과 뮤지컬 배우들의 강렬한 퍼포먼스를 비교하면서 함께 볼 수 있는 흔치않은 특별한 공연이었다.

특히 그 어느 해보다 더욱 뜻깊은 2025년 6월, 아름다운 공연 한 편에서 오늘의 평화와 자유를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국선열과 국가 유공자들의 고귀한 희생을 되새길 수 있어서 더욱 뜻깊은 공연이었다.

[ 경기신문 = 우경오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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