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바뀐 MZ세대의 새로운 연애 인식
자아 중심의 관계관이 떠오르다

최근 해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남자친구를 두는 게 창피한 일인가?”라는 질문이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발단은 지난 10월 말, 영국 <보그(Vogue)>가 던진 도발적인 기사 제목이었다.
‘Is It Embarrassing to Have a Boyfriend?(남자친구가 있다는 게 부끄러운 일일까?)’라는 문장은 단순한 ‘어그로’가 아니라, 젊은 세대의 연애관 변화에 던진 물음표다. 기사의 필자인 샹테 조셉(Chanté Joseph)은 “오늘날 이성애 관계를 자랑하는 것은 더 이상 여성성의 증명이 아니다”라며 “여성이 남성과 ‘연결되어 있음’으로 평가받던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고 기술했다.
SNS 시대, ‘연애 공개’는 오히려 부담
이 같은 흐름은 한국에서도 낯설지 않다. 이제는 연애를 ‘전시’하는 행위가 더 이상 쿨하지 않다고 여기는 분위기다. 일부 MZ세대 여성들은 “결혼보다 커리어가 더 중요하다”, “연애는 해도 관계에 매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한 심리학자는 “이제는 ‘사랑받는 사람’보다 ‘자기 삶을 통제할 줄 아는 사람’이 더 매력적으로 여겨지는 시대”라고 분석했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즐겨보던 여행 유튜브 채널의 여성 크리에이터가 연애 사실을 공개하고, 이후 영상마다 남자친구와의 일상을 담기 시작하자 시청자들의 흥미가 급격히 식어버린 것이다. 현실적인 예도 있다. 온라인 상에서는 부정적인 의미로 ‘기혼 감성’ 혹은 ‘남미새(남자에 미친 XX)’라는 말이 자주 쓰이기도 한다. 한 누리꾼은 “남친이나 남편 있는게 촌스럽다거나 하진 않지만 대화 주제가 항상 그쪽이거나 자랑거리가 남편과 자녀밖에 없는거 보면 없어보이긴 한다. 기성세대야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젊은 여성은 자립성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연애 혐오’ 아닌 ‘관계의 재정의’
물론, ‘남자친구 있는 게 창피하다’는 말이 연애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화두를 던진 조셉 샹테도 “사랑에 빠지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라고 단서를 단다. 핵심은 ‘연애를 통해 나를 증명하는 시대가 끝났다’는 것이다.
한 여성학 연구자는 “과거엔 연애나 결혼이 여성의 ‘사회적 인증’ 역할을 했다면, 지금은 그것이 개인의 선택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며 “연애를 하지 않아도 충분히 완전한 존재라는 인식이 확산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