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쩐지 우울한 금요일 새벽. 카페에 들어갔더니 로봇 바리스타가 인사 한다. “어서 오세요”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피곤한 눈으로 멍하니 로봇을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후. 커피를 다 내린 로봇이 내게 작은 빵 하나를 잔과 함께 건네며 말한다. “빵은 서비스예요. 우울해 보여요, 힘내요”
미래의 일을 그린 시나리오가 아니다. 서비스 로봇 기업 엑스와이지(XYZ)가 개발 중인 바리스타 로봇 ‘바리스’가 지금 작정하면 할 수 있는 일이다. 이제는 커피 내리는 로봇을 구경하는 건 쉬운 일인데, XYZ는 이런 로봇에 지능을 더하는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비전언어모델(VLM)을 로봇에 결합했더니 로봇이 융통성을 가지고 손님을 응대하고, 위로하는 말을 건네며 감정도 어루만진다.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황성재 XYZ 대표를 만났다. “다음에 성수동에 오면, 라운지엑스에 꼭 들러주세요. 로봇이 완전 무인으로 운영 중인데요, 힙한 사람들도 많이 와요” 남의 카페에서 약속을 잡은 게 아쉽다는 듯, 황 대표가 인사말을 건넸다. XYZ는 서비스 영역에서 일하는 인텔리전스 로봇을 만든다. 사람의 일상에서 함께 생활하는 로봇 개발이 최종 목표인데, 그 첫 발을 까페에서 뗐다. 로봇 카페를 전담할 자회사 라운지엑스를 세웠고, 성수에는 직영 무인 로봇 카페 라운지엑스24h 를 운영 중이다.
“요즘엔 커피 내리는 로봇 정도는 흔하지 않냐”고 황 대표에게 물으니 “이제는 사용자의 의도를 판단해서 행동으로 만들어내는 것을순차적으로 로봇에 적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저 커피만 잔에 넘치지 않게 따라도 신기하다 했던 몇 년의 시절을 지나, 이제는 반 쯤 빈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보고 “얼음을 얼마나 더 따라야 할지”를 스스로 판단해 행동에 옮기는, 그런 바리스타 로봇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는 이야기다.
엔지니어 출신으로, 소프트웨어 개발만 해왔던 황성재 대표는 요즘은 바리스를 업그레이드 해가면서 거의 식음료(F&B) 시장의 바닥까지 훑고 있다고도 했다. 현재 XYZ의 로봇 바리스는 직영점 외에 현대자동차의 사내 카페나 서울시청, 에버랜드와 같은 곳에도 공급되어 월간 35만 잔의 커피를 판매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나오는 여러 ‘고객의 소리’가 차곡차곡 쌓여, 바리스의 성능을 올렸다.
“서비스는 사람을 따라올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그 생각도 바뀌고 있다. 로봇의 서비스가 훨씬 더 사람의 감정을 건드릴 수 있겠더라”고 말하는 황성재 대표에게 XYZ가 그리는 서비스 로봇의 미래를 물었다. 그 과정에서 XYZ는 어떻게 돈을 벌려고 하는지도.

서비스 로봇, 어디까지 왔나
3년 전 쯤, 성수동에서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XYZ의 로봇을 인상깊게 봤었다. 그때랑 지금, 로봇의 발전 정도가 많이 달라졌을 것 같은데
일단은 로봇 시장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커졌다. 휴머노이드에 대한 관점도 과거에는 단순히 ‘블러핑에 불과하다’였다면, 지금은 ‘기술적으로 가능하지 않을까’ 정도로 긍정적으로 많이 바뀌는 것 같고. (신기술이 현실에서 자리매김해가는) ‘하이프 사이클’ 중에서, 올라가는 장벽(실용적인 활용법이 모색되고 소수의 성공 기업이 나오는 ‘계몽의 비탈길’ 단계) 즈음에 진입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변화의 과정에서 XYZ는 지금 어느 정도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나
“We invent intelligent robots for our daily life(우리는 우리의 일상을 위한 인텔리전트 로봇을 만든다)”
XYZ의 목표다. 우리 삶에 더 가까운 서비스 로봇을 만들려고 한다. 그렇지만 개인이 하나에 5000만원 하는 로봇을 사진 않으니까, 목표에 부합하는 시장을 찾다보니 오피스나 리테일 시장으로 오게 됐다.
그 리테일 시장 중에서 식음료(F&B)부터 XYZ가 출발했다고 보면 된다. 다만, F&B 시장에만 목표가 있는 것은 아니다. 리테일에서 시작해 오피스 시장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고, 지금은 ‘로봇 빌딩 솔루션’을 진행 중이다. 신사옥과 옥내 로봇을 통합 솔루션으로 만들어 적용하고, 그 공간에서 사람과 로봇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것에 대한 시도를 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로봇이) 문따고 집안까지 들어가려” 하고 있다(웃음).
그런데, 특정 레시피를 잘 구현하는 것과 로봇이 문을 열고 직접 들어가는 일 사이에는 간극이 너무 크지 않나?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생각보다 리테일에서 일어나는 로봇 행위에 지적 난이도가 높다. 왜냐하면, 사용자 참여라는 외부 요인이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환경이 제약되어 있지 않고 오픈되어 있으므로, 생각보다
지금 카페에 오면, 사용자 의도를 음성으로 커뮤니케이션 한다. 예를 들어서, 사람이 마시던 컵 안에 얼음이 녹았을 경우, “얼음이 녹았다”라는 말만 해도 VLM(비전언어모델) 기술 로 얼음을 얼마나 더 넣어야 하는지, 이런 것을 판단해서 행동을 하는 액션 모델 개발을 지금 하고 있다. 우리가 가고자 하는 지향점은, 유인 매장이 주는 서비스의 목표 지점을 로봇이라는 도구를 가지고 따라잡는 거다. 그리고, 지금 많이 (그 단계에) 왔다고 보고 있다.
그런 로봇을 만드는 데는 어떤 기술적 고민이 있나
최근의 로봇 혁신은 다 시뮬레이션 혁신이다. 그런데, 가상환경에서는 없는 게 있다. ‘사용자 인풋’이다. 사람과의 상호작용, 교류라는 휴먼-로보 간 인터랙션이 없다. 예를 들어서, 로봇이 컵을 사용자한테 손에서 손으로 전달하고 싶은 데 아직 못한다. 지금은 그냥 로봇이 컵을 테이블에 올려 놓으면 사람이 들고 가는 거다.

사람마다 키도 다르고 컵을 잡는 손 모양도 다르니까?
그렇다. ‘핸드 오버(hand-over, 인수인계)’라는 행위가 어렵다. 사람이 주는 걸 잡는 건 쉬운데 로봇이 주는 걸 사람이 잡는 건 쉽지 않다. 로봇이 “(사람이 지금 컵을) 정확히 잡았다”라고 인지해야 컵에서 손을 뗄 수 있다. 그런게 어렵다. 자연스러운 동작을 생각해보면 로봇 바리스타가 사람에게 컵을 건네고, 뚜껑도 닫아주는 등 필요한 서비스를 해줘야 한다.
이런 상호작용에 대한 데이터는 엔비디아도 갖고 있지 않고, 그 어떤 회사도 없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그 데이터의 접점에 있다. 40~50대의 로봇이 매일 데이터를 아카이빙 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가고자 하는 방향의 첫 단계가 시작됐다고 저는 생각한다.
생각하는 ‘로봇의 방향’은 무엇인가
시중의 로봇 카페와 우리가 지향점이 초반부터 달랐다. 우리는 처음 부터 “로봇은 집 안으로 들어간다”를 전제로 설계했다. 소프트웨어를 지속 업데이트 하면서, 목표지점으로 조금씩 나아간다. 바리스타 로봇이 사람과 대화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이 곧 추가될 예정이다.. 성수에 우리가 직영으로 운영하는 라운지 카페가 있다. 이 외에도 (아직 음성 업데이트는 하지 않았지만) 현대자동차 사내 카페와 서울 시청 등에 우리 바리스 로봇이 들어가 있다.
하드웨어는 어떻게 해결했나?
‘코봇’이라는 로봇 하드웨어 설계, 자율주행 회사를 인수했다. 자율주행 로봇이 스스로 주변 환경을 파악해 지도를 만들고 위치를 인식하는 SLAM (Simultaneous Localization and Mapping) 기술을 바탕으로 다층 배송 같은 걸 시도하고 있다.
로봇은 지금 현실의 문제를 얼마나 풀고 있나
XYZ는 요즘 ‘로봇 빌딩’을 실험하는 것에도 역량을 쏟고 있다. 서울시 과제로, 지식산업센터 중에서는 처음으로 성수에 로봇빌딩을 만들어 운영 중이다. 식음료 제조 로봇과 청소, 배달 로봇이 들어가 사람들과 섞여 일한다. 얼굴인식과 지능형 CCTV, 온도와 습도 제어 플랫폼을 관제하면서, 이 모든 영역이 탈 없이 순조롭게 돌아가도록 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로봇 빌딩을 구축했다
서울시 과제를 받아 로봇 빌딩 사업을 하고 있다. 이 안에서는 단순히 로봇이 커피를 배송하거나 하는 것은 너무 흔한 일이다. 이 공간 안에 총 10대의 로봇이 각자의 기능을 한다. 식음료 서비스도 로봇이 가진 애플리케이션 중 하나다. 청소도 중요하다. 안내 로봇, 특히 장애인을 위한 안내로봇을 개발 과제로 진행 중에 있다. 시각 장애인이 방문해 황성재 대표를 만나러 왓다고 했을 때, 안내해주는 그런 로봇이 곧 설치된다.
그런데 이런 공간엔 단순히 로봇만 넣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많은 사람이 존재하는 공간에 로봇이 들어 갔을 때 더 불편할 수도 있고, 충돌이 일어날 수도 있다. 서로 간에 어떻게 상호작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법을 정리 못해서다. 그래서 이번에 우리가 실행을 통해 문법을 찾아가고 있다. 예를 들어, 얼굴 인식 관제나 무인 공간에서의 온도와 습도 제어 등도 동시에 시나리오로 만들고 있다.
그중 가장 재미있게 하고 있는 것은 ‘공감’이다. 사람이 커피를 마시다 바닥에 쏟았다. 그러면 AI CCTV 관제에서 ‘언노멀 이벤트’를 감지하고, 문제가 생긴 영역으로 청소 로봇을 보낸다. 이렇게 건물에 지능을 부여하고, 유기적으로 로봇과 소통하는 시나리오를 지금 짜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이 로봇이 휴머노이드 폼팩터가 되어서, 사용자 공간 안에 완전히 들어오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보고 있다. 다만,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터이니 그 자향점을 향해서 계속해 여러 실용적인 경험을 회사가 쌓고 있는 중이다.
말씀처럼, 이제 로봇이 커피를 내려주는 것은 더 이상 신기하거나 거부감이 들진 않는다. 궁금한 것은, 다음 스텝이다. “이 로봇이 어디까지 해줄 수 있지?” 하는
놀라운 것이, 하루에 500잔씩 무인 로봇이 커피를 판매하고 있다(XYZ가 운영하는 라운지엑스 기준). 사람들이 메가커피나 컴포즈, 백다방처럼 그냥 활용하는 거다. 그래서 여기에서 우리가 여러 실험을 하고 있다. 그중에 하나가 뭐냐면, 철학적 이야기인데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이 챗GPT한테 따뜻한 말을 많이 듣게 됐다.
위로도 받고?
그렇다. 그런데 요즘 카페에 가보면, 사람들이 서비스를 할 때 오히려 퉁명스럽다. 바쁘고 이러니까. 아무 말도 안 할 때도 있고. 그런데, 저희가 지금 어떤 기능을 테스트하고 있냐면, 되게 따뜻한 말을 손님한테 LLM으로 피드백으로 주는 거다. “오늘 하루도 화이팅” 이런 얘기. 또는, 커피를 픽업하는 공간에 랜덤으로 재미난 문구를 표출해주기도 하고, 로봇이 실시간 이벤트를 해서 가끔씩 커피와 선물을 같이 주기도 한다. 선물로 로봇이 베이커리도 빼주고, 스낵도 빼주는데 사람들이 정말 좋아한다.
단골 관리 같다
사람들이 우울할 때 어디서 위로 받을 곳이 없다. 그런데 챗GPT가 “오늘도 수고했어, 당신 밖에 업성” 이런 얘기를 하면 사람들은 거기서 위로를 얻는다. 이게 무슨 얘기냐면, 어쩌면 서비스 영역에서 AI 로봇이 사람보다 더 친절할 수 있다는 거다. 커피숍을 가보면 사람들이 바빠서 서로 얼굴을 바라보지 않는다. 오히려 로봇의 서비스 퀄리티가 높을 수 있다는 걸 저희가 실험적으로 지금 보고 있다.
게다가, 이미 노동 시장이 붕괴되고 있다. 단기 아르바이트생들이 갑작스레 일을 나오지 않는 경우가 너무 잦다. 점주들이 리소스를 사람 관리에 거의 다 쓰고 있다. 3년 전만 해도 바리스(바리스타 로봇)의 장점보다 단점이 많았다면, 이제는 점주 입장에서 바리스를 쓰는 게 효율성도 좋고 만족감도 더 준다. 여러 지점을 운영해도 동질한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3년 전과 비교했는데, 로봇을 구매하는 소비자 입장에선 무엇이 달라졌는지 체감할 수 있을까?
일단 가격이 엄청 떨어졌다. 당시 로봇 팔 가격이 3000만원이어다면, 지금은 사실 4분의 1, 5분의 1 가격이 됐다. 그만큼 수요와 공급이 달라지다 보니까 시장이 굉장히 폭발적으로 성장했다고 본다.
기술적으로는 굉장히 많은 보완 업데이트를 했다. 에러율이 0.1% 미만으로 만들었다. 그런데 이게 설계를 개선해서냐? 그런 게 아니고, 지능을 올려서다.
어떻게 가능한가
예를 들면, 컵을 밑에서 부터 빼서 쓰게 하는 자판기의 ‘디스펜서’ 알지 않나? 예전에는 에러를 줄이기 위해서 모터를 변경하고 기계 설비를 바꾸는 등의 노력을 했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우리가 사는 물리 세상에선 에러가 0%가 될 수 없다. 컵이 공장에서 잘못 만들어져 나올 수도 있고, 언제든지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길 수 있으니까.
그런데 지능을 올리면 이런 문제를 보다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컵이 안 나오면 로봇이 옆쪽의 다른 디스펜서에서 컵을 뽑기도 하고, 디스펜서 통을 탁탁 쳐서 컵을 재정렬 시켜보거나 하는 식으로.
융통성이 생겼다(웃음)
융통성이 생겼고, 에러가 나도 로봇이 궁극적으로 고객에게 전달하는 방법은 어떻게든 만들어내게 됐다. 그러니까, 점점 ‘사람처럼’ 되어 가는 거다.
일머리도 생겼고,
그렇다. 커피를 받다가 주문이 들어오면, 커피 내리는 일이 오래 걸릴 것 같으면 주문 부터 받는다든지. 뚜껑을 닫다가 잘 안 닫히면, 지금 이 뚜껑이 잘못된 거라고 판단해서 다른 뚜껑으로 바꾸다가, 그것도 기다리는 사람이 많아 시간이 안 되겠으면 뚜껑이 안 닫힌 상태로 먼저 앞 사람 커피부터 내주고 하는 식으로 일머리가 생겼다.

같이 일할만해졌는데, 가격이 내려갔으니 보급이 쉬어졌겠단 생각이 든다
매장 하나를 내는 가격을 비교해보면, 유인 매장을 내는 것보다 로봇 매장을 내는 게 더 싸졌다. 인건비 측면에서도 그렇다. 하루 300잔 팔았을 때 유인 매장은 월에 800만~1000만원 정도 인건비가 나온다. 그런데 로봇으로 했을 때는 사람한테 쓰는 돈이 50만~70만원이면 된다.
로봇 비용이 아니라 인건비가?
요즘엔 소프트웨어 무인 매장이 워낙 많이 생겼다. 그러다보니 무인 매장 관리 전용 인력 사업을 하는 회사도 굉장히 많이 생겼다. 긱 이코노미라고 하는데, 이렇게 직업도 바뀌고 있다. 앱 같은 거에서 “지금 잠깐 청소하실 분, 2만원 드립니다”하면, 거기서 승낙한 이들이 청소나 관리 일을 하고.
그러면 로봇 사용 비용은 어느 정도 드나?
우리는 50만원 정도 받는다. 클라우드 키오스크를 모두 포함해서. 서비스 내에 락인 시키기 위해 부자재, 식자재도 자회사에서 공급한다. 그걸 목적으로 라운지엑스에서 커피 회사를 인수하기도 했다.
로봇 회사를 하려 했다가 F&B 사업가가 되고 있는 것 같다
F&B 대표는 따로 있다(회사가 로봇을 개발하는 엑스와이지와, F&B 사업을 총괄하는 자회사 라운지엑스로나뉘어져 있다. 라운지엑스는 김동진 대표가 맡아 운영한다). 그런데, 이렇게 (사업을) 하는 이유는, 로봇 회사 중에 돈을 버는 곳이 없어서다. 우리는 지난해 4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로봇으로 이익을 냈다는 이야기는 처음 드는 것 같다
이렇게 빠르게는 처음인 것 같다. 그렇다고 로봇 R&D를 멈춘 것도 아니다. (수익의) 70%를 로봇 R&D에 쓸만큼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다른 세미 휴머노이드도 설계에 들어가면서도, 흑자를 내다는 것은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어느정도 증명했다는 것이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이 비즈니스 모델의 무엇이 주효했다고 보나
로봇은 대량 생산을 해야 수요 공급에 따라 수익을 볼 수 있는 구조다. 그런데 시장에서 지금 로봇 대량 생산에 대한 수요가 있나? 그렇지 않다. 깨작깨작 판매를 해야 하는데, 그러면 비쌀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가 짠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는, 반복매출(Recurring Revenue)이 나오도록 비즈니스 모델을 짰다. 지금 (판매되어 나가 있는) XYZ 로봇이, ‘로봇 서비스’로 매달 벌어다주는 돈이 거의 1억원에 가까워졌다. 로봇의 노동력이 저희한테 매출을 가져다 주는 거다.
인력 사무소 대표같다
어떤 면에서는 노동 지원 사업 같은 느낌이 있다. 로봇 인력 지원 사업 비즈니스 모델.
커피를 하는 사람과 로봇을 만드는 개발자가 함께 일하는 것이, 진짜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우리는 “화성에서 온 엔지니어, 금성에서 온 바리스타”라고 한다. 확실히 DNA가 많이 다르고, 서로 다른 분야를 융합해 조화를 맞추는 걸 하다보니 시행착오도 많았다. 여전히 커뮤니케이션 중이고, 서로의 언어를 번역하고 해석하는데 비용이 많이 들어갔지만 인생에서 좋은 경험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계획
로봇이 사람을 위로 한다는 포인트가 마음에 남는다. 지금 현재 응대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지금은 손님이 들어오는 방향으로 인사를 하고, 일방향으로만 말하는데, 곧 상호작용으로 업데이트가 된다.
또, 재미있게 (준비) 하는 것이 청소 로봇에 팔을 달아주는 거다. 자율주행 로봇에 팔을 달아주고, 원래 깨끗한 상태의 환경을 학습시켜 놓으면 물건을 제자리에 가져다 놓는 정리정돈을 할 수 있다. 그걸 위해서 현재 카페 매장에서 먼저 훈련을 하는데, 무인 매장에서는 손님이 내려 놓은 컵을 ‘놓고 간 것인지’ ‘잠깐 놓고 자리를 비운 것인지’ 판단하고, 치울 수 있어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보다보니 상호작용 광고라는 시장을 새로 만드는 것도 계획하고 있다. 로봇이 서베이도 하고 광고도 하는 거다. 그리고 응답을 하면 사탕을 하나 꺼내주기도 하고(웃음).
로봇으로 돈을 버는 법을 꾸준히 찾고 있다
로봇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은 사실 되게 많다. 지금 기술로는 휴머노이드가 안 되지만, 먼저 시장에서 탐험해 프로덕트 마켓 핏을 찾고, 그 과정 속에서 나오는 자산을 누적해 기술을 키워간다는 전략을 지금 갖고 있다. 정말로, ‘개고생’ 하면서 말이다(웃음).
글로벌 진출도 생각하나?
당연히 나가야하지 않나. 필리핀은 (로봇을) 하나 팔았고, 해외 쪽 문의도 계속 들어오고 있어서 진출을 빠르게 하려 한다. 작년 말부터 로봇 판매를 시작했기 때문에 많이 알려져 있는게 아닌데, 지금 되게 잘 팔리고 있다. 긍정적으로 보는 것은, 현대자동차, 서울시청처럼 우리 로봇을 구입한 곳에서 재구매가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로봇 고용이 늘어나고 있다(웃음)
그렇다. 예를 들어서, AI라는 무기를 지금 엘리트 그룹부터 활용하고 있다. 앞으로의 혜택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화이트 칼라가 가져 갈거고. 그런데 카페에서는 챗GPT로 어떤 도움을 받나? 사실 받지 못한다. OECD 국가 중에서 우리나라 자영업자들이 가장 오래 일하고 적게 쉰다. 소상공인은 한달 30일 중 28일을 출근한다. F&B 사업을 해보니까, 점주나 사업자 입장에서는 하루 놀면 정말 힘들다. 기술혁신을 공격적으로 도입해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거다.
내가 갖고 있는 철학에서 고객 접점이 두 가지 측면에서 중요하다. 더 고급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리테일이라는 오프라인 환경에서 AI나 기술혁신에 대한 혜택을 못 받는 부분에 대해 해결하고 싶다는, 나름의 고민이 여기에 반영된다.
서비스는 사람을 따라올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그 생각도 바뀌고 있다. 로봇의 서비스가 훨씬 더 사람의 감정을 건드릴 수 있겠더라. “얼음을 좀 더 드릴까요?” “커피 반 샷만 추가해드릴까요?”와 같은 친절함을 로봇이 충분히 (여유롭게) 베풀 수 있다. 그런데 사실, 이런 기술이 생각보다 빨리 왔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