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 경주에서 개최되는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50일 앞으로 다가왔다. 원활한 회의 개최를 위한 각종 시설 공사도 막바지 작업에 들어갔다. 특히 회의 참석이 유력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용할 숙소가 어디가 될지를 놓고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경북도 등에 따르면 10일 기준 정상회의장·국제미디어센터·경제 전시장 등 주요 시설의 공정률이 82~90%를 넘겼다. 도는 이달 중순에 해당 건물들을 준공할 예정이다. 이후에는 한 달여간 시범 운영을 통해 부족한 점을 보완하게 된다.
‘정상회의의 꽃’이라 불리는 만찬장은 경주박물관으로 낙점됐다. 한국 고유의 아름다움을 잘 보여줄 수 있고, 다양한 문화재 관람, 용이한 경호 동선 등을 고려했다. 박물관 부지 내 만찬장 조성 공정률은 현재 85% 수준이다.
경찰과 소방 등은 감염병 위기관리 대응훈련, 생물테러 대응 훈련, 항공기 사고 수습 훈련, 소방 훈련 등 회의에 대비한 다양한 훈련을 진행 중이다.

회의에 참석하는 각국 정상들과 외교·경제 사절단이 머무르게 될 숙소에도 많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상회의 기간에 하루 최대 방문 예정자는 7700명으로 추산된다. 경북도와 경주시는 경주화백컨벤션센터를 중심으로 반경 3㎞ 이내에 4463개, 10㎞ 이내에 1만2812개의 숙소를 준비했다.
경주지역 12개 호텔·리조트 등은 회의에 참여한 각국 정상들이 사용할 객실인 PRS(Presidential Suite) 35개를 조성 중이다. 이곳은 방탄유리와 도청을 방지하는 장치 등이 설치된다. 회의장과 집무실 등이 포함된 이 객실은 최소 130~660㎡(약 40~200평) 규모로, 공정률은 90% 수준이다. 호텔별로 적게는 50억원, 많게는 1700억원이 투입됐다.
PRS 객실 35개 중 25개는 회의에 참가하는 각국 정상에게 배정된다. 나머지 10개 객실은 회의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진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등 글로벌 경영인과 귀빈 등에게 배정될 예정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경주와 가까운 포항 영일만항에 대형 크루즈선 2대를 띄워 각국 최고경영자(CEO)가 묵을 숙소로 활용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다.

숙소에 있어 최대 관심사는 트럼프 미 대통령이 어디에서 묵게될지 여부다. 경주에 있는 5성급 호텔은 ‘힐튼경주’와 ‘라한셀렉트경주’ 두 곳이다. 수행원과 경호인력 등이 많은 미국과 중국이 해당 호텔들을 통째 임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경우 정상회의장인 경주화백컨벤션센터와 거리가 가깝고, 경호도 용이한 힐튼호텔을 더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호텔이 아닌 항공모함을 숙소로 이용할 가능성도 있다. 2001년 이탈리아에서 열린 G8(주요 8개국) 정상회의 때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항공모함 엔터프라이즈호에 묵었던 사례가 있다. ‘2005 부산 APEC’ 당시에도 미국이 상황에 따라 항공모함과 핵잠수함으로 숙소를 옮길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부시 대통령은 정상회의장과 가장 가까운 웨스틴조선호텔을 숙소로 이용했다. 1979년 한국을 찾은 지미 카터 당시 대통령은 미군 기지에서 숙박한 사례도 있다.
정치권에서는 골프를 즐기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을 고려해 특급(6성급) 호텔인 ‘남해 아난티’를 숙소로 사용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세계 100대 골프 리조트로 선정된 남해 아난티는 모든 홀에서 바다 전망을 즐길 수 있는 골프 코스로 유명하고 숙소 상태도 최고급이다. 미국 대통령이 순방에 나서는 경우 단거리 이동수단인 전용헬기 ‘마린 원’도 수송기에 실려 오기 때문에 경주 회의장에서 호텔로 이동하는데 문제는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