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버그는 억울해?

2025.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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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로 태어났을 뿐인데

매년 이맘때 수도권에서는 '러브버그'가 창궐합니다. 떼로 다니는 습성이 있는 러브버그는 방충망과 자동차에 덕지덕지 달라붙고, 가끔 팔과 다리에도 붙는 탓에 많은 분이 고충을 호소하는데요. 그런 러브버그를 무작정 학살하듯 방제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고 합니다. 러브버그는 해충이 아닌 익충이고, 화학약품 방제가 환경에 미칠 악영향도 고려해야 할 테니까요. 러브버그의 대발생(대량 발생)에 인간의 책임도 적지 않고요.

하지만 당장 동네를 새까맣게 뒤덮은 러브버그를 보면 마음이 복잡해지기도 합니다. 우리는 러브버그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 강한들 기자가 국립생물자원관과 신승관 서울대 교수 연구진이 진행한 러브버그 현장 조사에 따라가 봤습니다.

지난 25일 서울 은평구의 한 아파트 단지와 인접한 북한산 둘레길 공원. 이슬비가 내리는 회색빛 하늘에서는 이른바 '러브버그'로 불리는 검은 붉은등우단털파리 수백 마리가 한창 혼인 비행 중이었다. 러브버그는 제각각 날아오른 뒤 짝을 만나면 내려왔다. 러브버그 커플의 주도권은 암컷에게 있다. 성체로 보내는 약 7일간 수컷은 암컷을 따라 후진하다가 짝짓기가 끝나면 죽는다. 암컷은 알을 낳은 뒤에야 생을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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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버그의 정식 이름은 '붉은등우단털파리'입니다. 짝짓기를 끝내고 나서도 며칠 동안 함께 날아다니는 모습에서 러브버그라는 별칭을 얻었죠. 1934년 중국 남부 장쑤성에서 처음 발견됐지만 실제 기원지가 어디인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이후 중국 남부와 대만·일본 등을 거쳐 서식지를 넓혔고, 국내에서는 2015년 처음 발견됐습니다.

한국에 상륙한 러브버그는 해마다 서식지를 넓혀 가고 있습니다. 지난 25일 찾은 서울 은평구 공원에서는 러브버그 수백 마리가 '결혼 비행'을 하고 있었습니다. 양천구 아파트 단지에서도 수십 마리가 흰색 벽과 자동차에 붙어 있었습니다. 러브버그는 흰색을 선호하고, 차량의 매연 냄새를 부엽토(낙엽이 썩어 만들어진 흙) 냄새로 착각해 유인된다고 합니다. 인천과 서울 은평구 등에 주로 분포하던 러브버그는 이제 서울 대부분 자치구와 경기도 일대까지 확산했습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러브버그가 매년 대발생하지는 않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러브버그를 낯설어하던 참새·비둘기 등 포식자들이, 러브버그를 '먹이'로 인식하면서 잡아먹으면 개체수가 줄어들 수도 있다네요. 하지만 그렇게 개체수가 줄어드는 지역보다 새로 늘어나는 지역이 아직까지는 더 많습니다. 사람들은 러브버그가 부엽토가 많은 숲속에서 주로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관찰을 해 보니 아파트 화단 정도의 흙만 있어도 대발생을 할 수 있다고 해요.

시민과학플랫폼 네이처링 등에 시민들이 올린 기록을 통해 수집한 2022~2024년 러브버그 관찰 기록. 국립생물자원관·신승관 서울대 교수 연구팀 제공

그렇다고 대량의 살충제를 뿌려 가면서 러브버그를 방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합니다. 러브버그는 생태계를 교란하거나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않습니다. 오히려 나무와 낙엽을 분해해 흙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익충에 속합니다. 살충제가 인체와 환경에 미칠 영향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무분별한 화학약품 방제는 특정 종의 천적까지 함께 죽이는 탓에 오히려 대발생을 부추길 수도 있죠.

전문가들은 효과적인 '친환경 방제' 수단을 꾸준히 연구하고 있습니다. 빛을 이용한 광원 포집기가 대표적입니다. 최근 서울 성동구 성수동 인근에 대발생한 동양하루살이를 조명을 통해 포집한 사례도 있어요. 광원 포집기는 전기가 연결돼야 한다는 한계가 있어서, 벌레가 좋아하는 향을 풍기는 '유인제' 포집기도 연구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도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러브버그의 대발생에는 기후변화의 영향이 큽니다. 원래 아열대 지역에서 살던 러브버그가 한국에서 서식지를 넓혀 가는 것만 봐도 기후변화의 영향력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미국 곤충학회는 이대로면 50년 이내에 동북아시아 상당 부분이 러브버그 서식지가 될 수 있다고 봤습니다. 러브버그가 주로 도시에서 대발생하는 것도 도심의 '열섬 현상'과 관련이 있다고 추측돼요. 앞서 일어났던 대벌레와 동양하루살이의 대발생에도 기후변화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꽤 있습니다.

인간이 부른 기후변화 때문에 대발생한 벌레들을, 인간이 다시 죽이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더워진 날씨에 어떤 종은 대량 발생하지만, 꿀벌 등 어떤 종들은 개체 수 감소의 위기를 겪기도 합니다. 손희정 문화평론가는 칼럼에서 "기후위기로 곤충이 골칫거리가 된 줄로만 알았지, 그들 역시 인간이 초래한 기후위기에 함께 휘말리고 있다는 생각은 못 했다"며 "곤충이 사라지면 곤충을 먹이로 삼는 작은 동물이 죽기 시작하고, 썩어야 할 것들은 썩지 못하며, 식물이 번식하지 못해 식량위기가 닥쳐온다"고 했습니다. 해마다 무더기로 찾아오는 러브버그는 우리에게 무언가를 경고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조해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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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리뷰 이벤트] 점선면을 소개해주세요!

2023년 2월7일 첫 발송을 시작한 점선면이 오는 7월4일 400번째 발송을 맞이합니다. 점선면을 애독해주신 독자님 덕분에 점선면팀은 900일 가까이 뉴스레터를 무사히 발행해올 수 있었어요.

그동안 '주 3회 발행'을 해왔던 점선면은 오는 7월부터는 '주 5회 발행'을 시작합니다. 주 5회 발행을 계기로 애독자님들을 위한 작은 이벤트도 준비했는데요. 점선면에 대한 리뷰를 작성해주시면 그 중 정성과 애정이 가득 담긴 리뷰를 선정해 소정의 선물을 보내드립니다.

✅ 참여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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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600자 이상, 전체공개, 해시태그 또는 태그 첨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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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하단 '응모하기' 링크에서 리뷰한 게시글의 주소를 첨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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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강도 대출규제, 집값 잡을까

정부가 지난 27일 수도권과 규제지역의 주택담보대출 최대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는 등의 고강도 가계부채 규제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문재인 정부 때 '8·2' 대책보다 강력한 초강도 규제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최근 수도권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며 가계부채가 빠르게 증가하자 긴급 대책을 내놓은 것인데요. 생애 최초 주택구입 목적의 주택담보대출 LTV(Loan To Value ratio, 담보인정비율)도 80%에서 70%로 강화해 대출액이 줄어듭니다. 부동산 애널리스트인 채상욱 커넥티드그라운드 대표는 한 달 뒤면 집값 안정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를 내놓았지만 일각에선 풍선효과 우려도 나옵니다.

5시간 그친 윤석열 첫 조사, 특검 재소환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8일 12·3 불법계엄 관련 내란·외환 혐의를 수사하는 내란 특별검사의 첫 소환조사를 받았습니다. 윤 전 대통령은 오전조사 후 특검파견 경찰 교체를 요구하며 돌연 조사를 거부하기도 했습니다. 실랑이 탓에 실제 조사시간은 출석해있던 15시간 중 5시간에 불과했습니다. 특검은 비상계엄 해제 의결 방해 시도, 외환 혐의 등 일부 조사에 그쳤다며 오는 7월1일 오전 9시 재소환을 통보했습니다.

법무 정성호·복지 정은경, 내각 2차 인선

이재명 대통령이 어제(29일)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구윤철 전 국무조정실장,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 이진숙 전 충남대 총장 등 부총리 2인을 내정했습니다. 지난 23일 1차 내각 인선에 추가로 법무부 장관에 '친명계 좌장'으로 불리는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행정안전부 장관에 윤호중 민주당 의원, 보건복지부 장관에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 등을 각각 내정하기도 했습니다.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장에는 대선 경선 경쟁자였던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임명했습니다. 배우자 차명 부동산 논란으로 임명 5일 만에 사퇴한 오광수 전 대통령실 민정수석 후임으로는 검찰 출신 봉욱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를 임명했습니다.

20만명 모인 헝가리 퀴어퍼레이드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성소수자 권리 옹호 행사 '부다페스트 프라이드'에 약 20만명(주최 측 추산)의 인원이 모였습니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의 행사 금지에도 불구하고 30주년을 맞아 역대 최다 인원이 참가한 건데요. '자유와 사랑은 금지될 수 없다'는 포스터와 무지개 깃발을 든 참가자들은 부다페스트 시청에서 행진을 하며 차별적 정책을 비판했습니다. 헝가리는 오르반 총리 집권 이후 동성 커플의 양육권을 박탈하고, 성전환자의 바뀐 성을 인정하지 않는 법을 통과시키는 등 성소수자 권리를 탄압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권위주의 정치에 대한 더 자세한 해설은? 경향신문 기사 스트롱맨 바이러스

SMA

SMA(Special Measures Agreement)는 방위비분담특별협정🪖을 뜻해요. 주한미군의 주둔을 위해 필요한 인건비, 군사건설비, 군수지원비 등 비용 중에서 한국이 부담할 금액을 정하는 협정입니다. 이 협정은 통상 5년마다 갱신되는데요. 한국과 미국은 1991년 처음 SMA를 체결한 이후 지난 2024년까지 12차례 체결해왔습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로부터 2035년까지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5% 수준으로 증액하겠다는 합의를 끌어냈는데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동맹국들에 대한 방위비 증액 압박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요. 백악관은 지난 26일(현지시간) 아시아 동맹국에 대해서도 국방비 증액을 요구할 것임을 시사했습니다.

🔗 백악관 "나토도 했는데···"

"다만 세상에는 논리와 이성의 세계, 육하원칙과 서론-본론-결론의 빈틈없는 수학적 세계만이 아니라, 기브 앤 테이크와 대차대조 제로의 세계만이 아니라, 그런 논리와 이성의 세계에 발을 붙이지 못하고 존재하는 너무나 많은 감정들의 세계가 있다는 것을 조금씩 깨닫게 된다. 그 세계는 '슬픔', '답답함', '어두움', '억울함', '모호함', '애매함', '말할 수 없음', '사무침', '기막힘', '기쁨', '즐거움', '다정함', '믿음직함', '편안함' 같은 형용사형의 말들로 이루어져 있다."

- 김명인 <두 번의 계엄령 사이에서> 중에서

이 책은 문학비평가 김명인 전 인하대 교수가 1977년 봄부터 2024년 겨울까지 약 47년에 걸친 자신의 삶을 돌아본 회고록입니다. 저자는 20대 초반이던 1979년 10월26일 박정희 전 대통령 피살과 함께 발령된 비상계엄을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1980년에는 '무림사건' 주동자 중 한 명으로 감옥살이를 했고 2020년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그는 성년 이후 40년의 생애가 온통 "낭만적 우울로 채색된 어두운 풍경"이라고 느꼈어요. 하지만 "20대 초반에 겪은 계엄령에서 시작된 오랜 우울증은 말년에 맞이하게 된 이 희극적인 또 한 번의 계엄령과 이에 맞서는 젊은 시민들의 놀라운 투쟁을 겪으며 놀랍게도 씻은 듯 사라졌다"면서 "한국 현대사의 역동성을 따라 파도 타듯 흔들려온 내 생애를 비로소 긍정적으로 수용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 두 번의 계엄령 사이에서

지난 6월27일 레터는 '아리셀 참사 희생자 중 대부분이 왜 이주민,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인가'라는 물음에서 출발했습니다. 레터를 읽고 일용직 노동자로서 겪은 부당한 경험, 이주노동자들의 목소리에 대한 공감을 의견으로 보내주셨는데요. 그 중 짝짝짝님은 '세금은 내고 말하냐'는 발언에 대한 점선면의 검증을 부탁하셨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세금 냅니다. 국세청 국세통계에 따르면 2023년 귀속 외국인 노동자 근로소득 연말정산 신고 인원은 61만1383명이고, 납부 세액(결정세액 기준)은 1조1657억원입니다. 2007년 이래 납부 인원과 세액이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외국인 노동자는 내국인과 달리 주택마련저축 납입액 소득공제가 적용되지 않고, 국내에 183일 이상 머물지 않는 비거주자라면 세액공제가 대부분 적용되지 않습니다. 참고로 2023년 기준 전체 노동자 근로소득세 수입은 59조1000억원으로, 총 국세 수입의 17.2% 수준입니다.

궁금증을 해소하셨길 바랍니다. 점선면은 독자 여러분의 의견을 항상 기다리고 있습니다. 더 안전한 노동환경을 위한 대안부터, 차기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바라는 점까지 다른 독자님들과 공유하고픈 의견이 있다면 언제든 피드백을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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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고 있었던 아리셀 참사의 슬픔이 다시 떠오르네요. 특히 이주민에 '세금은 내고 말하냐'고 비난했던 부분이 마음 아팠어요. 점선면에서 우리나라 이주노동자들이 내는 세금이 얼마나 되는지, 국고의 몇 %인지 알려주세요. (짝짝짝님)

💬이전에 서울 아파트 공사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할 때 점심을 먹기 위해 나가는 문을 정직원들만 이용하도록 하고 우리 일용직들은 멀리 돌아 정문을 통해 다니라고 했던 일이 생각났다. 정직원들은 카드를 대면 문을 열고 닫고 할 수 있어서 나가지만 우리는 나갈 방법이 없어서 정문을 통해 멀리 다니던 그때의 일을 생각하니 씁쓸하다. (익명의 독자님)

💬현장 노동자가 노동부 장관이 된다면 지금보다는 조금 더 나은 노동 환경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익명의 독자님)

점선면팀은 늘 독자님의 이야기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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