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국민은행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다른 은행보다 낮게 책정하면서 대출 수요가 쏠리자 다급히 대출 접수를 막았다. 예고 없는 대출 중단에 실수요자들을 중심으로 혼란이 커지고 있다.
16일 금융계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이날 오전 10시께 비대면 주담대 접수를 중단했다. KB국민은행은 이달 14일부터 일일 비대면 주담대 접수 건수를 150건으로 제한하고 있는데 영업 개시 직후 한도가 모두 동이 난 것이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지금까지 밀려 있는 접수 건만 2000건을 웃도는데 현재 심사 인력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면서 “인력을 보강할 때까지 하루 단위로 접수 한도를 관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KB국민은행이 대출 접수를 막으면서까지 한도를 관리하는 것은 잠잠하던 대출 수요가 지난달부터 다시 꿈틀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4월 전 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5조 3000억 원으로 전달(7000억 원)에 비해 증가세가 크게 뛰었다.
특히 KB국민은행은 다른 은행보다 상대적으로 나은 금리 조건을 내걸어둔 상황이라 대출 수요가 급격히 몰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KB국민은행의 비대면 주담대 금리 하단은 이날 기준 3.56%로 별도의 우대금리 조건 없이 단일 금리로 운영하고 있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등 다른 시중은행들이 우대금리를 적용했을 때 책정되는 금리(3.5~3.6%)와 비슷한 수준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대출 상품을 비교할 때 0.01%포인트의 금리 차이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면서 “다른 은행에서 우대금리를 적용받기 어려운 소비자들이 KB국민은행으로 몰릴 수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저리의 혼합형 대출을 받았던 소비자를 중심으로 대환 문의가 늘어난 점도 은행의 업무 부담을 키우고 있다. 혼합형 대출은 5년간 고정금리를 적용한 뒤 변동금리로 전환하는 상품이다. 2020년 당시 2%대 초반대였던 주담대 금리가 5년 만에 3~4% 수준으로 뛰자 이자 부담을 줄이려는 차주의 대환 상담 신청이 늘어난 것이다.
갑작스러운 대출 중단에 실수요자들은 당황하고 있다. 7월 이사를 앞두고 대출을 받으려 했던 A 씨는 “주거래은행이 KB국민은행이라 대출을 알아보려 했는데 신청부터 막히니 황당할 따름”이라면서 “감당하지 못할 금리를 내걸어놓고 고객을 기만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