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타미야 접착제 온라인 판매 중단, 프라모델 동호회 '발칵'

2025-08-12

[비즈한국] 플라스틱 조립식 모형(프라모델)에 쓰이는 전용 접착제가 ‘어린이 보호 포장’ 미비를 이유로 뒤늦게 온라인 판매가 중단되면서 관련 동호회와 취미인들 사이에 적잖은 파장이 일고 있다. 문제가 된 제품은 수입·판매사인 타미야코리아가 그간 안전 기준을 갖추지 않은 채 가정용으로 유통해오다가, 최근 같은 회사의 유사한 제품이 행정처분을 받으면서 뒤늦게 판매 제한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풀이된다.

#플라스틱 접착제 13종, 온라인 판매 중단

최근 타미야코리아는 프라모델용 접착제와 데칼 접착제를 포함한 자사 제품 13종의 온라인 채널 판매를 중단했다. 공식 온라인 몰을 비롯해 대부분의 쇼핑 플랫폼에서 제품이 내려가거나 품절 처리됐고, 현재 일부 사이트에서만 제품이 확인된다.

이는 환경부 산하 한강유역환경청이 타미야 접착제 제품의 안전 기준 미준수를 적발해 시정조치를 내린 데 따른 후속 조치로 파악된다. 수도권 지역의 화학물질 안전 관리와 화학물질 배출 및 유통량 조사 등을 담당하는 한강유역환경청은 올 1월 타미야의 데칼 접착제에 대해 ‘생활화학제품 및 살생물제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수입·판매금지 및 조치명령을 내렸다. 이 제품은 안전 확인 대상 생활화학제품임에도 안전캡 등 어린이 보호 포장과 표시기준을 충족하지 않은 상태로 수입·판매됐다.

​프라모델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여러 부품을 직접 조립해 완성하는 축소 모형 혹은 조립식 장남감을 뜻한다. 플라스틱 접착제는 부품을 단단히 고정해 구조적 강도와 완성 작품의 품질을 좌우하는 주요 재료다.​ 순간 접착제처럼 피부에 닿자마자 바로 붙거나 굳는 게 아니라, 플라스틱 표면을 살짝 녹여서 서로 결합시키는 플라스틱 전용 접착제다.

어린이 보호 포장은 성인은 쉽게 개봉할 수 있지만 만 5세 미만 어린이가 일정 시간 내에 내용물을 꺼내기 어렵게 설계된 용기 및 포장을 말한다. 자동차용 워셔액, 부동액, 살충제 등 액체형 생활화학제품이나 의약품 등이 그 대상이다. 타미야는 일본의 모형·프라모델 전문 제조업체로, 세계적으로 프라모델·미니카·무선조종 모형 등 다양한 취미용 제품을 생산한다.

타미야코리아는 시정 조치 이행 과정에서 앞의 제품 외에도 비슷한 문제가 우려되는 프라모델용 접착제 등 13개 제품의 판매 방식을 전면 조정했다. 이에 따라 8월 초 전후로 일부 접착제 제품들은 온라인 판매가 중단됐고, 오프라인 매장에 한해 구매자에게 전문가 확인 서명 등을 받아 판매하고 있다.

#안전 의무 없는 ‘비가정용’으로 신고·유통하다 뒤늦게 조치

타미야의 프라모델용 접착제는 어린이 보호 포장 적용 물질 기준에 해당한다. ‘가정용’일 경우 제품 케이스에 안전 캡 등 보호 장치를 의무로 적용해야 하고 환경부의 관리 범주에도 포함된다. 그러나 타미야코리아는 신고 당시 이 접착제를 ‘비가정용’으로 분류했다. 전문가가 사용하는 비가정용 제품은 이 같은 보호 장치 의무가 없다. 이에 따라 제품이 일반 가정에서 쓰이는 용도로 판매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보호 장치 없이 유통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 관계자는 “이 제품은 어린이 보호 포장 적용 물질이 있어서 어린이 보호 포장을 해야 하는 제품임에도 타미야 측이 애초에 비가정용으로 신고했다”며 “이 같은 제품들이 온라인에서 판매될 경우 결국에는 일반 소비자들이 구매해 가정에서 사용할 수도 있기 때문에, 오프라인으로 전문가들에게 판매를 하거나, 온라인 판매 시에는 구매자들의 사업자 번호 등을 확인해 판매하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가정용이 아닌 제품은 원칙적으로 환경부 관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관할권 밖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타미야코리아는 전문가용 판매 절차를 강화하는 조치를 취했다. 업계에 따르면 타미야 측은 판매자들에게 협조를 요청하는 공문에서 “본 제품은 전문가용 접착제로, 일반 소비자가 사용하기에는 부적절하다. 따라서 제품을 구매하고 사용하는 경우, 사용자는 제품의 특성과 안전 지침을 충분히 이해한 전문가여야 한다”고 밝혔다. “제품 유통사는 본 제품의 사용 주의사항과 안전 지침을 반드시 전달하고 상대방이 이를 준수하도록 확인해야 한다”고도 명시했다.

11일 방문한 서울의 한 타미야 매장에서는 접착제 구매 시 전문가 확인을 위한 개인정보 동의서와 구매 동의서를 작성하도록 하고 있었다. 모든 대상 제품에는 ‘안전확인대상 생활화학제품’ 표시사항이 담긴 스티커가 부착됐고, 명함 크기의 안내 카드도 제공해 이 같은 내용을 고지하는 등 관련 절차를 지키고 있었다.

문제가 된 제품들이 구체적인 안내 없이 ​온라인에서 일괄 판매 중단되면서 관련 동호회와 프라모델 취미활동을 하는 이용자들 사이에서 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특히 전문 매장이 드문 지방 거주자들은 대체 구매처가 마땅치 않아 제품을 구매하기 어려워졌다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현장에서도 우려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3M이나 록타이트 등 대형사들은 국내 법에 맞춰 어린이 보호 포장 등 안전 기준을 충족, 제품을 유통하지만 프라모델용 접착제는 시장 규모가 작은 편이고, 용기 등이 사용 목적에 최적화돼 있는 구조”라며 “접착제 같은 기본 재료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면 프라모델 자체에 대한 관심과 매출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업체가 제품을 가정용으로 신고하고 법에서 정한 안전 캡 등 어린이 보호포장 요건을 모두 갖춰서 제품을 제조·수입한다면, 환경부 안전확인 절차를 거쳐 일반 가정용으로 온라인 채널에서도 유통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제품 패키지 구조와 소규모 시장 특성상 바로 어린이 보호 포장을 적용하는 건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타미야코리아는 안전 캡 등 어린이 보호 포장 방식으로 변경할지에 대해 “어떻게 조치할지 정해진 바 없다”고 전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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