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산에 휘둘리는 양파 종자값

2025-06-08

외국산 양파 종자값이 꾸준히 상승하면서 농가경영에 부담이 되고 있다. 양파 종자는 자급률이 30%로 고추 등 다른 양념채소에 견줘 크게 낮다. 정부와 업계가 수입 종자값 관리에 나서는 동시에 종자 자급률을 높이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농가들에 따르면 양파 종자 가격은 뚜렷한 이유 없이 지속적으로 상승 중이다. 이홍주 전국양파생산자협회 부회장은 “4∼5년 전 100g들이 한캔당 10만∼11만원이던 외국산 종자 가격이 지난해엔 13만∼14만원으로 뛰었고 일부 신품종은 16만원도 호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부회장은 “값 인상 요인이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아 농가로선 답답할 노릇”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도 외국산 양파 종자값이 오른 이유를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경남 함양의 한 농자재판매업체 대표는 “양파 종자값은 2∼3년 간격을 두고 지속적으로 올랐는데 환율·인건비 상승 때문이라고 짐작만 할 따름”이라고 전했다.

업계에 따르면 양파 종자 자급률은 30% 수준에 그친다. 마늘(20%선)보다는 높지만 고추·대파(90%선)보다는 크게 낮다. 이런 가운데 일부 업체가 양파 종자값을 올해 또다시 올릴 것으로 파악되면서 농가들이 동요하고 있다.

한국다끼이 관계자는 “올해 종자 판매가격을 올릴 계획”이라며 “일본 내 고령화와 기후변화로 종자 생산량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업체는 국내 양파 종자시장의 절반가량을 점유한다. 종자업체 A사 관계자는 “일본 종자 취급업체가 가격을 올리면 국내 업체도 따라 올리는 경향이 있어 연쇄 인상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국내 종자시장이 일본산 등 특정 국가 제품에 휘둘리다보니 시장에서 가격을 견제할 장치가 거의 없다는 설명이다.

외국산 종자값이 적정한 수준이냐는 의구심도 나온다. 한 육종업계 관계자는 “해외 채종기지에서 생산하는 것을 기준으로 양파 종자 생산비는 1㎏당 30∼35달러(4만∼5만원)에 불과하다”고 귀띔했다. 100g으로 환산하면 4000∼5000원으로 판매가격(13만∼14만원)이 생산비의 28∼32배에 달하는 셈이다.

양파 종자시장을 외국산이 잠식하게 된 데엔 국내 개발 종자에 대한 업계·농가의 부정적 인식이 한몫한다는 시각도 있다. 한 양파 유통업체 관계자는 “계약재배 농가에 일본산 종자를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며 “국내 개발 종자는 일본산보다 저장성이 떨어져 장기 저장이 필요한 중만생종 양파에선 사용이 꺼려진다”고 전했다.

더욱이 양파 육종은 난이도가 높은 분야로 꼽힌다. 한지원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연구사는 “양파는 타작물보다 육종 기간이 2배 길고, 유전체 크기가 벼보다 50배가량 커 디지털 육종을 도입하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임종식 한국양파생산자협의회장(경남 함양 수동농협 조합장)은 “종자 유통 과정에서 폭리는 없는지 정부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변상지 한국종자연구회장은 “골든시드프로젝트(GSP·Golden Seed Project)가 2022년 종료된 이후 연구 의지와 민간 투자 의욕을 높일 수 있도록 국가 주도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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