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면 하나. 지난달(5월) 31일 싱가포르 샹그릴라 대화에서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은 중국의 위협이 임박했다고 경고했다. 둥쥔(董軍·64) 중국 국방부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2023년 리상푸(李尙福·67) 전 부장, 지난해 둥 부장은 이 자리에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을 견제했다.



#장면 둘. 5월 30일 중국 국방부 공식 홈페이지(mod.gov.cn)의 상단 메뉴가 변경됐다. 중앙군사위원회를 연결하던 ‘고위층란’이 사라졌다. 내부 페이지에서는 먀오화(苗華·70) 위원의 이름이 빠졌다. 시진핑(習近平·72) 당·국가 중앙군사위 주석과 다른 군사위 부주석과 위원의 동정을 연결하던 링크는 27일 먼저 없어졌다. 당장(黨章·당의 헌법)이 주석책임제를 규정한 중앙군사위원회가 주석과 부주석, 위원을 동등하게 처리했다.

#장면 셋. 5월 16일 열린 제7차 전국 자립모범 및 장애도우미 표창대회에 장성민(張升民·67) 군사위 위원이 참석했다. 관례상 정치공작부 주임이 참석하는 행사다. 중국공산당 역사상 최장기 군 기율위 서기인 장성민이 정치공작부 주임을 맡아 군 인사권까지 행사 중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장면 넷. 앞서 4월 23일 이른바 ‘쌍옹(雙擁) 대회’가 시진핑 군사위 주석이 불참한 채 열렸다. 국민은 군대를 옹호하고, 군대는 정부를 옹호한다는 군민융합 홍보행사다. 앞서 2016년과 2020년 행사는 시 주석이 참석했다. 올해는 군 대표로 장유샤(張又俠·75) 부주석이 참석해 건재를 과시했다.
이날 2022년 20기 1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1중전회)에서 선출한 중앙군사위 7명 가운데 시진핑·허웨이둥·먀오화·리상푸 누구도 보이지 않았다. 허훙쥔(何宏軍·64) 정치공작부 상무부주임도 불참했다. 시 주석이 신뢰하는 허 부주임은 지난해 7월 20기 3중전회를 앞두고 상장(대장)으로 진급해 먀오화의 업무를 대행해왔다. 5월 19일 돌연 허훙쥔 자살설이 중화권 SNS에 퍼지기 시작했다.

장유샤·류전리·장성민 3인방 약진
이처럼 중국군 통수(統帥)기구인 중앙군사위가 이전과 달라진 모습을 빈번하게 노출하고 있다. 7명으로 출범한 20기 중앙군사위는 시자쥔(習家軍·시진핑 사단)으로 분류되는 리상푸→먀오화→허웨이둥 순으로 사라졌다. 장유샤·류전리·장성민만 남았다.

퇴출된 세 명은 모두 남방 출신이다. 허웨이둥과 먀오화는 장쑤(江蘇) 본적에 푸젠(福建)에서 성장했다. 리상푸는 장시(江西) 출신으로 쓰촨(四川)에서 자랐다.
남은 위원 3명은 모두 북방 출신이다. 장유샤·장성민은 시 주석과 같은 산시(陝西) 출신이다. 부자(父子) 상장인 장유샤의 고향 웨이난(渭南)은 시 주석의 고향인 푸핑(富平) 인근이다. 장성민의 고향 우궁(武功)과도 가깝다. 1980년대 베트남 전쟁에 참전해 장유샤와 같이 월전방(越戰幇)으로 분류되는 류전리(劉振立·61) 연합참모부 참모장은 허베이(河北) 출신이다. 장·류·장 북방 3인방은 1949년 이후 최정예 군부 트리오로 평가받는다.

남방 출신 리상푸·먀오화·허웨이둥의 낙마에 두 가지 해석이 나온다. 첫째, 시 주석의 지휘 아래 자기 파벌까지 숙청했다는 분석이다. 이 경우 시 주석은 공정하다는 이미지를 얻는다. 대신 자기 파벌의 신뢰를 잃는다. 시자쥔의 약화도 피할 수 없다. 둘째, 다른 파벌의 도전과 압력을 받아 어쩔 수 없이 직계 장성을 처리했을 경우다. 이 경우 파벌 투쟁이 군대를 넘어 당 내부로 파급될 가능성이 있다. 선밍스(沈明室) 대만 국가안전연구소 소장이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의 요지다. 보고서가 예상했던 장성민의 정치공작부 진출은 적중했다.
선 소장은 “시 주석이 과거 총장비부와 로켓군을 숙청했을 때 다수가 장유샤의 부하이거나 파벌이었다”라며 “이후 시자쥔에서도 부패 증거가 확인되면서 시 주석도 보호할 수 없게 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허웨이둥이 문화대혁명 이후 재임 중 낙마하는 첫 군사위 부주석이 된 이유다.

“4중전회, 중앙군사위 재편할 것”
혼돈의 군부는 올 하반기에 예정된 4중전회에서 재편될 전망이다. 앞서 2004년 열렸던 16기 4중전회에서는 장쩌민 전 국가주석이 후진타오 당시 국가주석에게 중앙군사위 주석직을 이양하며 권력 이양을 마무리했다. 특히 올해 4중전회는 2027년 21차 당 대회를 2년 앞두고 열린다. 0과 5로 끝나는 해에 열렸던 과거 5중전회와 성격이 같다. 2010년 17기 5중전회는 시진핑 당시 국가부주석을 중앙군사위 부주석으로 보임했다. 후계자 확정 수순이었다. 올해 4중전회에서 중앙군사위 재편이 예상되는 근거다.
이번 4중전회는 시 주석의 4연임 전초전이기도 하다. 우선 새로운 인물이 중앙군사위 제1 부주석을 맡는 2010년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 이 경우 중국은 권력교체기에 들어선다. 혹은 장유샤 세력을 확대하는 수준에서 소폭 개편에 그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선밍스 소장은 본지에 “중국 내부의 권력투쟁은 아직 베일 속 강 대 강 힘겨루기 단계”라며 “만일 시진핑이 4중전회에서 권력의 일부, 즉 총서기만 내놓는다면 군사위 주석은 계속 맡겠지만, 신임 총서기가 잠재적 후계자로 군사위 제1부주석을 맡을 수 있다”고 대담하게 전망했다. 또 “만에 하나 시 주석이 완전히 은퇴한다면 새로운 지도자가 총서기와 군사위주석까지 이어받을 수 있다”라며 “이 경우 중앙정치국, 중앙군사위를 전면 개편하면서 중앙군사위가 장유샤 파벌 위주의 7인제를 회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1989년 6월 23~24일 총서기를 교체했던 13기 4중전회가 재현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