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금 보호 한도가 5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상향된 1일, 서울 강남·용산·여의도 등 각지의 은행 및 상호금융 점포는 예상보다 한산한 모습이었다. 1·2금융권간 금리차가 크지 않아 당장 뚜렷한 자금이동은 없는 모양새다. 다만 예금자들의 금융상품 만기가 점차적으로 돌아오는 만큼 장기적으로 2금융권 중심의 머니무브가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날 지점 특성상 1억 원 이상 예금을 보유한 고객 수가 비교적 많은 애큐온저축은행 강남금융센터 지점에는 오전 영업 시작 이후에도 한동안 고객이 나타나지 않았다. 해당 지점의 센터장은 “고객들의 예금 만기가 돌아올 때 순차적으로 들어올 수는 있겠지만 첫 날이라고 특별한 움직임이 나타나진 않았다”면서 “지난해 관련 정책이 발표된 이후 문의가 간간히 있어왔다”고 말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예금 보호 한도가 24년 만에 두 배로 늘면서 은행에서 비은행으로의 자금이동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해왔다. 그러나 저축은행 등 2금융권 입장에서도 6·29 대출의 여파로 마땅한 대출처가 없어 수신경쟁을 벌일 이유가 없다는게 업계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2금융권에서도 특판예금 등 경쟁적인 마케팅을 벌이는 일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도 필요한 자금이 정해져있어 무분별하게 수신을 늘리는건 오히려 손해”라고 귀뜸했다.

강남에 위치한 오케이저축은행, SBI저축은행 등 다른 저축은행의 상황도 비슷했다. 오케이저축은행 강남지점 직원은 “월 초 마다 기본 금리와 관련한 문의가 많은 편”이라며 “오늘도 비슷한 문의들이 있었고 한도 상향과 관련한 문의는 없었다”고 했다. 그는 “수 개월째 비슷한 금리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한도 상향 따른 영향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제도 시행 초기인 만큼 정확한 내용을 인지하지 못한 고객도 다수였다. 이날 저축은행을 방문한 80대 고객은 예금 보호 한도가 상향된 것을 아느냐는 질문에 “그런게 있었느냐”며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대답하기도 했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은행에서 2금융권으로 자금이동이 나타날 거라는 예상이 나온다. 서서울농협 신용산지점 직원은 “오늘 당장은 문의가 없었지만 언제부터 제도가 시행되는지 꾸준히 문의가 있었다”며 “지켜봐야 알겠지만 1금융권으로부터 유입되는 자금이 있을 걸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강2동 새마을금고 본점을 찾은 60대 부부 회원은 “한도 상향과 관련한 소식을 얼핏 알고 있었는데 오늘부터 시작된다는 안내를 창구로부터 들었다”며 “자금 이동 여부는 고민 중”이라고 답했다. 금융 당국은 이번 보호 한도 상향으로 저축은행 예금이 16~25% 증가할 수 있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최근까지 지속되고 있는 저축은행 업황이 개선된 뒤부터 자금이동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안수진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2024년 이후 은행과 저축은행 간 월평균 정기예금 금리차는 약 0.21%포인트에 불과해 예금자 입장에서 자금을 이전할 만큼의 유인이 크지 않다”며 “중장기적으로 저축은행이 수익성과 자산건전성을 일정 수준 회복할 경우 업권간 금리차가 다시 확대되면서 유의미한 자금 이동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의 경우에는 이번 제도 변화에 따른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서울 평창동에 위치한 시중은행 지점장은 “한도 상향과 관련한 문의는 없었다. 애초부터 고액 자산가들은 예금을 분산해서 가지고 있는 편이기 때문에 2금융권으로 자금 이동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며 “2금융권간 이동은 일부 나타날 수 있을 거라고 보고 있다”고 했다. 다만 2027년 말 이후 예금자 보험료율 변화에 따라 장기적인 수익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예보법 시행령에 따르면 각 업권별 예금보험료율은 △은행 0.08% △금융투자 0.15% △보험 0.15% △저축은행 0.40% △종금 0.15%다. 예금보험공사는 2028년 납입할 보험료부터 요율을 상향해 적용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