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진 칼럼] 한국영화, 망해가고 있다

2025-04-30

한국영화는 이러다 망할 것이다. 영화계 안팎에서 이구동성으로 나오는 소리이다. 지난 3월말 경 프랑스 칸 영화제의 공식 경쟁작이 발표된 후 여기저기서 문의가 이어졌다. 한국영화가 왜 한편도 포함이 되지 않았느냐, 영화제도 작품 라인업을 정할 때 정치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하느냐는 식의 질문이 뒤따랐다.

물론 영화제는 그 해 행사를 준비하면서 올해의 키 워드, 주제, 방향을 결정한다. 그 큰 테마의 줄기에 따라 출품 경쟁작들을 선정, 배치한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영화가 정치적으로, 의도적으로 이번 칸에서 배제된 것은 아니다. 결론은 단순하다. 영화가 안좋아서이다. 영화의 수준이 칸영화제나 베를린, 베니스 등 유럽 3대 영화제, 아카데미, 선댄스, 트라이베카 등 미 대륙 영화제의 출품 기준을 밑돌기 때문이다.

영화제는 가차없다. 못 만든 영화는 아무리 거장이 만들었다손 하더라도 픽 업 하지 않는다. 영화제가 좋아하는 작품은 낯설고 새로운 작품이다. 혁신적인 내용의 영화들이다. 세상사에 대한 고민, 인간 실존에 대한 사유가 들어 있는 작품들이 우선적으로 채택된다. 지난 2~3년간 한국영화 중에는 그런 류가 전혀 없었다고 인식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다른 나라들은 그렇지 않다. 일본에선 이미 하마구치 류스케나 미야케 쇼, 네오 소라 등 현대 감독 3인방이 출현했다. 앞의 감독은 40대 중반, 뒤의 두 감독은 30대 초중반들이다.

일본영화계는 세대교체에 성공하면서 새롭고 낯선 영화들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음악가 故사카모토 류이치의 아들인 네오 소라는 4월 30일 개봉된 ‘해피엔드’란 영화를 통해 일본사회가 AI기술을 이용해 또 다시 전체주의로 나아갈 우려가 있다는 경고음을 보낸다.

프랑스에서는 쥘리아 뒤쿠르노가 ‘티탄’이라는 기괴한 작품을 통해 트랜스 젠더를 뛰어 넘어 트랜스 휴먼 시대의 시대가 열리고 있음을 보여줬는 가 하면 자매 감독 델핀 쿨랑, 뮤리엘 쿨랑은 ‘콰이어트 썬’이란 영화를 통해 극우화로 치닫고 있는 프랑스 20대 젊은이들에 대해 고민한다. 코랄리 파르쟈가 만든 ‘서브스턴스’는 지난 해 말 개봉돼 많은 관객들에게 충격을 줬다.

한국영화가 상투적인 조폭 영화에다 마동석 식 한방 액션에만 취해서 흐느적 거리고 모두들 OTT드라마에 몰려갈 때 세계 영화계는 훨씬 앞선 지점에서 세상사를 고민하고 있었던 셈이다. 한국영화가 계속 이런 식으로 수준 낮은 돈벌이에만 치중하는 한 미래는 없다.

칸 영화제에 한국영화가 한편도 출품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영화 정책과 산업을 주도하는 영화진흥위원회의 위원장과 위원, 직원들이 5월 영화제 기간에 맞춰 칸으로의 해외출장을 준비중이라는 소식이다. 영화계의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다. 영화인들 상당수가 배달과 대리운전, 상품 매장 아르바이트로 지내고 있는 때이다. 영진위원장은 대체 생각과 배려라는 게 있기나 한 것인가. 영진위 해체론, 재구성론이 나오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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