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2년 7월26일 영국 뉴캐슬 세인트 제임스 파크.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23세 이하 한국 남자 축구대표팀은 런던올림픽 B조 조별리그 1차전을 치렀다. 상대는 유력한 우승 후보 멕시코였다. 한국으로서는 비겨도 나쁘지 않은 경기였다.
후반 43분 한국이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다. 교체 투입된 멕시코 신예 공격수의 예리한 슈팅이 나왔다. 당시 골키퍼 정성룡과 1대1로 앞선 상황에서 때린 게 오른쪽 골대를 맞고 다행스럽게도 노골이 됐다. 그게 골이 됐다면 한국이 패할 수도 있었다. 그 슈팅을 때린 게 지금 멕시코 대표팀 간판 공격수로 성장한 라울 히메네스(34·풀럼)다. 히메네스는 당시 한국전에서 올림픽 데뷔전을 치렀고 올림픽 금메달까지 따내는 기쁨을 맛봤다.
그로부터 13년이 지났다. 현재 히메네스는 멕시코를 대표하는 킬러가 됐다. 히메네스는 오는 10일 오전 10시30분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열리는 한국과 평가전에 출전할 가능성이 크다.
키가 1m90이다. 그는 강력한 제공권 장악력과 전방 압박, 뛰어난 버티기 능력, 정확한 마무리까지 갖춘 공격수다. 전형적인 ‘타깃형 스트라이커’에 머물지 않고, 동료와 연계 플레이에서도 강점을 보여 ‘만능형 공격수’ 스타일이다. 히메네스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벤피카, 울버햄프턴, 풀럼에서 활약했다. 프로선수로서 493경기에 나서 무려 149골을 넣었다.
국가대표팀에서도 꾸준히 중요한 순간마다 멕시코를 빛냈다. 2012 런던올림픽에서는 23세 이하 멕시코대표팀 일원으로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듬해 성인 대표팀에 합류한 뒤에는 117차례 A매치에 출전해 42골을 기록했다. 현재 멕시코 축구대표팀 역대 득점 순위 3위다.

히메네스는 세 차례 월드컵(2014, 2018, 2022) 무대에 섰고, 2019년과 2025년에는 멕시코를 북중미 최대 대회인 골드컵 정상으로 이끌었다. 지난 7월 올해 골드컵 결승전에서 미국을 상대로 넣은 동점골은 팀의 역전승 발판이 됐다. 당시 그는 득점 후 울버햄프턴 시절 동료로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디오구 조타(전 리버풀)를 추모하는 세리머니를 하기도 했다.
히메네스는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와 비교될 정도로 완성도 높은 ‘클래식 9번이자 현대적 공격수’로 평가받는다. 페널티킥 성공률이 매우 높아 팀이 중요한 순간에 믿고 맡길 수 있는 해결사다. 조용한 성격이지만, 경기장 안에서는 누구보다 헌신적이고 끈질긴 투지를 보여준다는 전사다.
한국전에서 히메네스가 세계적인 대형 수비수로 성장한 김민재(29·바이에른 뮌헨)와 벌이는 대결이 볼만하게 됐다. 김민재는 9일 기자 회견에서 “멕시코는 공격수들의 피지컬과 개인 기량이 좋다. 스피드가 뛰어난 선수들도 있기 때문에 공격 선수들도 수비에 가담을 해줘야 하며, 수비 쪽에서도 한 명이 나가면 뒤로 뛰는 선수들이 잘 커버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3월 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 때 대표팀에 소집됐다가 부상으로 제외된 김민재는 6월에도 합류하지 못했다가 이번에 대표팀에 복귀했다. 지난 7일 뉴저지주 해리슨에서 열린 미국과의 평가전에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하며 지난해 11월 월드컵 예선 이후 약 10개월 만에 대표팀 복귀전을 치렀다. 김민재는 “소속팀에서 스리백과 포백을 모두 경험해봤다”며 “수비적으로 많이 생각하며 멕시코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은 멕시코와 상대전적에서 4승2무8패로 밀린다. 최근 세차례 맞대결에서는 3득9실점으로 부진하며 모두 졌다. 가장 최근 대결이 2020년 11월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평가전이었는데 히메네스는 1-1 동점골을 넣었고 한국은 2-3로 무릎을 꿇었다. 당시 김민재는 대표팀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