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뼈를 보면 인간이 보인다 ‘얼굴의 인문학’

2025-09-02

“미의 기준, 성형, 양악수술, 노화, 질병 등 얼굴에 얽힌 수많은 이야기가 얼굴뼈에서 출발한다.”

사람의 얼굴을 볼 때 보통 이목구비 위주로 본다고 생각하지만, 전체적인 인상을 좌우하는 건 그것을 단단히 지지하는 얼굴뼈, 그중에서도 얼굴의 중심에 위치한 위턱뼈(상악골)이다. 이 뼈의 입체적 형태에 따라서 얼굴의 전체적인 인상이 크게 달라진다고 한다. 얼굴의 형태는 ‘관상’이라는 이름으로 오래도록 관심사가 됐다.

관상을 믿지 않는다고? 그렇다면 현직 구강악안면외과 의사의 이런 의견은 어떤가. “분명한 것은 위턱뼈의 형태와 구조에 따라 발음과 음식을 섭취하는 습관, 외모에 차이가 나타난다는 점이다.” 그는 “관상이 운명을 좌우한다고 믿지는 않지만, 위턱뼈의 형태가 얼굴 전체의 구조와 기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라며 “이는 개인의 습관과 외모로도 이어진다”고 썼다.

신체의 가장 복잡한 기관인 얼굴뼈를 두고 인간의 삶과 정체성을 들여다본 <얼굴의 인문학>이 출간됐다. 이 책을 쓴 서울아산병원 울산의대 구강악안면외과 이지호 교수는 “국내 최초의 해부 인문 교양서”라 일컫는다.

저자는 머리뼈를 “22개의 뼈가 오밀조밀 결합된 신비한 퍼즐”이라 표현했다. 사람이 로봇의 머리에 앉아 뇌 역할을 하는 설정이 등장하는 마징가Z를 두고 “뇌머리뼈를 통해 정신세계를, 얼굴뼈를 통해 정체성을 지는 인간의 작동 원리가 그대로 투영된 살아있는 로봇 캐릭터를 창조하려고 했을지도 모르겠다”는 본 것도 다 ‘전문가’다운 관찰에서 나온 해석일 것이다. 저자가 영화 <에일리언 vs. 프레데터>에서 프레데터가 에일리언에게 항상 지는 이유는 ‘아래턱’ 때문이라고 보는 것도 다 이유가 있다. 이토록 얼굴뼈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가 켜켜이 담긴 책이다.

고대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화권에서 바라본 얼굴뼈에 대한 문명의 흔적을 탐구하는 방식도 흥미롭다. 이집트 시대부터 치아가 없는 부위에 노예나 동물의 치아를 넣어 고정하기 시작했다는 ‘고대 임플란트’의 기록이라던가, 2000년대 후반 연예인을 시작으로 유행처럼 번진 양악 수술과 미적 기준에 대한 견해도 흥미롭다. 저자가 직접 그린 일러스트와 웹툰 ‘만화로 읽는 의학사’도 독서의 즐거움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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