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유출된 '범종'...정부도 "반환 요청 어려워"

2025-05-27

개인 미술관에 소장된 사유재산 "문화재 반환 청구 못해"

제주, 제야의 종소리 들을 수 없어...전문가들 "범종 복원해야"

속보=일본에 유출된 제주목 관아 범종(본지 4월 18일자 3면 보도)의 반환에 난항을 겪고 있다.

27일 제주도 세계유산본부에 따르면 범종을 되찾기 위해 국가유산청과 협의 중이다.

그런데 국가유산청은 범종이 개인 미술관에 소장된 사유재산이어서 정부 차원에서 반환 요청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개인의 소유권을 갖고 있으면 사유재산권 보장 차원에서 법적으로도 문화재 반환 청구를 하지 못한다”며 “다만, 30년 전 경복궁 자선당 유구(기단과 주춧돌) 반환은 이례적인 사례”라고 밝혔다.

자선당 유구는 일본 오쿠라가의 사설미술관이 보관했다가 1996년 신라호텔이 오쿠라호텔과 자매호텔 인연을 맺은 후 삼성문화재단이 반환 받아서 국가에 기증했다.

제주목 관아 범종은 조선 후기 당대 최고의 주종장인 김애립이 1690년 경남 고성 운흥사에서 주조했다.

1850년 장인식 목사가 거금 900냥을 주고 사들여 제주목 관아 외대문 앞 종각에 매달았고, 이 종은 시각이나 성문 개폐를 알리는 데 사용됐다.

김애립이 제작한 여수 흥국사와 고성 능가사의 범종은 모두 보물로 지정돼 국보급 문화재가 됐다.

제주목 관아는 일제시대 전국의 읍성 철폐령에 따라 1914년 철거가 진행됐다. 김석익의 탐리기년(1918년)에 따르면 1916년 12월 일본인에 의해 범종이 철거됐다는 기록이 나왔다.

제주목 관아 범종은 일본 도쿄 소재 네즈미술관에 전시 중이다. 이 미술관은 일제시대 철도 재벌인 네즈 가이치로가 1941년 설립했다.

제주목 관아 범종을 되찾기 위해 노력해왔던 고산문화재단에 따르면 네즈 가이치로는 전남 순천을 기점으로 남조선철도 부설 계획을 출원하면서 문화재를 반출한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네즈미술관의 범종 입수기록은 1945년 3월 미국의 도쿄 대공습으로 불에 타버려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고산문화재단 측은 한·일 간의 미래지향적 관계 개선과 민간 교류를 위해 범종의 정밀 복제를 요청했지만, 미술관측은 이 마저도 허용하지 않았다.

제주도는 전국 시·도 중 제야의 종소리를 들을 수 없는 유일한 지역으로 범종 복원의 필요성에 따라 지난해 용역을 실시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범종이 약탈됐는지 또는 정상적으로 거래됐는지 여부 등 일본에 유출된 경위와 이를 갖고 간 주체가 확인되지 않아 반환에 어려움이 있다”며 “이런 사정으로 전문가들은 용역에서 정밀 복제를 제안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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