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세금융신문=안종명 기자) 현대모비스가 올해 상반기 대규모 자사주 매입 후 전량 소각이라는 '통 큰' 주주 환원 정책을 펼치며 주주 가치 제고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대외적인 불확실성 요인에 주가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자동차 관세 추가 부과 가능성 시사가 주가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상반기 3044억원 자사주 '전량 소각'...주주 가치 제고 속도
현대모비스는 주주 가치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지난 1월 발표한 '2025년 주주가치 제고정책'에 따라 올해 두 차례에 걸쳐 자사주 매입·소각을 단행하기로 했으며, 상반기 계획을 충실히 이행했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2월부터 5월까지 총 53회에 걸쳐 3044억원 규모의 자사주 120만주를 장내에서 매입했으며, 이달 초 이 물량 전량을 소각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소각 규모(1630억 원, 66만 주)의 2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새로 사들인 주식을 재빨리 소각하면서 현대모비스의 발행주식수(보통주)는 기존 9299만5094주에서 9179만5094주로 감소했다. 발행 주식 총수가 줄어들면서 주당 가치가 상승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된 셈이다.
하반기 '잔여 자사주' 소각 여부 관심...주주 기대감 고조
시장의 관심은 이제 현대모비스의 하반기 자사주 정책에 쏠리고 있다. 이번 소각분을 제외하고 남은 자사주 보유분 250만4454주(전체 발행주식수 대비 2.73%, 10일 종가 기준 6887억 원 상당)의 소각 여부에 주주들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이는 현대차(0.38%), 기아(1.98%) 등 다른 현대차그룹 계열사보다 높은 자사주 비중으로, 현대모비스가 과거 자사주 매입 대비 소각에는 다소 소극적이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현대모비스가 '2025년 주주가치 제고정책'을 통해 기보유 자사주 소각을 검토한다며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고, 이재명 정부가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다는 점도 주주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예고한 대로 하반기에 기보유 주식이나 추가 매입한 주식을 소각할 예정"이라며 "수량 등 구체적인 수치는 다음 달 이사회를 거쳐 공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관세 우려 '찬물'...주가 약세 요인 작용
이처럼 현대모비스가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음에도, 대외 불확실성 요인이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13일 현대모비스 주가는 전날보다 1.23% 하락하며 약세를 보였다.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간밤에 백악관에서 외국산 자동차에 대한 25% 관세를 "머지않은 미래에 더 올릴 수 있다"고 언급한 데 따른 것이다.
이미 25% 관세로 타격을 받은 한국 자동차 업계는 추가 관세 인상 가능성에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으며, 이는 현대차, 기아 등 완성차는 물론 현대모비스와 같은 부품주 주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내부 노력 vs 외부 불확실성...주가 향방 주목
현대모비스의 대규모 자사주 소각은 분명 주주 가치 제고 측면에서 긍정적인 신호다. 하지만 이러한 내부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무역 정책 변화 가능성이라는 외부 악재가 주가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이다.
회사의 적극적인 주주 환원 정책과 예측하기 어려운 대외 변수가 맞물리면서 현대모비스 주가의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반기 추가 자사주 소각 여부와 함께, 미국 무역 정책의 변화 가능성이 현대모비스 주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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