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10대 환경운동가’ 아냐···인권운동가 툰베리, 배 타고 가자지구로

2025-06-02

10대 때 기후위기에 대한 관심을 호소하며 등교 거부 운동을 벌였던 스웨덴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22)가 가자지구 반전 운동에도 앞장서며 인권과 국제 정치로 활동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조용한 방관자가 될 수 없어서” 세계적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행동에 나섰던 툰베리는 같은 이유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공격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번에는 이스라엘이 11주 넘게 봉쇄하고 있어 극심한 기근에 시달리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로 향하는 배에 올랐다.

1일(현지시간) 툰베리는 비정부기구(NGO) 자유선단연합이 운영하는 범선 매들린호를 타고 가자지구로 향하는 항해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매들린호에는 툰베리 외에도 드라마 <왕좌의 게임>의 배우 리엄 커닝엄, 팔레스타인계 프랑스 유럽의회 의원 리마 하산 등 12명이 함께 탑승했다. 배에는 분유, 밀가루, 쌀, 기저귀, 생리대, 의료용품, 목발, 아동용 의족 등 가자 주민에게 필요한 구호품이 실렸다. 이들은 가자지구 봉쇄에 비폭력적으로 항의하고, 인도주의적 지원과 함께 국제 사회의 관심을 환기하는 것이 항해의 목적이라고 밝혔다.

툰베리는 항해를 떠나기 전 기자회견에서 “이 일이 아무리 위험하더라도, 생중계된 제노사이드(집단학살) 앞에서 전 세계가 침묵하는 것만큼 위험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발언 도중 눈물을 흘리기도 한 툰베리는 “노력을 멈추는 순간, 우리는 인간성을 잃는다”고 호소했다.

툰베리는 앞서 가자지구 봉쇄에 대해 “세상은 조용한 방관자가 될 수 없다. 전 세계 대부분의 사람들이 보이는 침묵과 수동성은 치명적”이라며 “우리는 200만명이 조직적으로 굶주리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이탈리아 시칠리아 카타니아를 출발한 매들린호는 약 일주일 후 가자지구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의적 공격이나 불의의 사고를 당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자유선단연합은 지난달 초 다른 배를 가자지구로 보냈지만 몰타 공해상에서 무인기(드론) 공격을 받고 좌초됐다. 단체 측은 이스라엘을 공격 배후로 지목했다.

툰베리의 팔레스타인 지지 활동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툰베리는 2023년 10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발발하자 즉각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의견을 표명했다. 그는 인스타그램에 “가자를 지지한다”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찍은 사진을 올리고 “전 세계가 팔레스타인과 피해를 입은 모든 민간인을 위해 즉각적인 휴전, 정의와 자유를 위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밝혔다.

10대 기후운동가로 세계에 경종을 울렸던 툰베리가 국제 분쟁과 인권 문제로 목소리를 확장하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그 후로 툰베리는 지속적으로 스웨덴, 덴마크, 독일 등에서 팔레스타인 지지 활동에 참여하며 목소리를 내왔다. 지난해 5월에는 스웨덴 말뫼에서 열린 유럽 최대의 음악 경연 대회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에 이스라엘이 참가하는 것을 반대하는 시위에 참여했으며, 그해 9월엔 코펜하겐대에서 열린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에 참여했다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툰베리에게 ‘기후 정의’는 환경 문제를 넘어 전쟁과 폭력의 종식, 세계적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을 포괄한다. 그는 “기후위기 운동가로서, 억압받는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국제적 연대 없이는 기후 정의도 있을 수 없다”고 말해왔다.

그는 지난해 11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 개최를 앞두고 가디언에 기고한 글에서 “대량 학살, 생태적 학살, 기근, 전쟁, 식민주의, 불평등 심화, 기후 위기는 모두 서로 연결돼 있다”며 “이 위기들은 서로를 강화하고,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을 초래한다”고 밝혔다. 그는 팔레스타인, 예멘, 아프가니스탄, 수단, 콩고민주공화국, 우크라이나 등 세계 수많은 분쟁 지역에서 벌어지는 인도주의적 위기에 대해 우려하는 동시에 매해 갱신되는 기록적인 폭염에 대해서도 경고의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툰베리의 팔레스타인 지지 활동은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2023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기후 위기 시위에서 팔레스타인 지지 발언을 하자 한 참가자가 툰베리의 마이크를 빼앗으며 “나는 정치적 견해를 듣기 위해서 아니라 기후 시위를 위해 이곳에 왔다”고 항의하기도 했다.

툰베리가 하마스의 폭력을 정당화하며 반이스라엘 정서를 확산시킨다는 비판도 꾸준히 제기됐다. 지난해 12월엔 독일 만하임에서 열린 시위에서 “F*** 이스라엘”이라며 발언 도중 욕설을 해 독일 정치인들과 유대인 단체로부터 “혐오와 증오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후에 툰베리는 “하마스의 잔혹한 공격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툰베리는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 연속 노벨평화상 후보에 올랐으며, 16세의 나이에 최연소 ‘타임 올해의 인물’로 선정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도 설전을 벌이는 등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당찬 10대 환경운동가’였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툰베리가 더이상 순수한 환경운동가가 아니다”라고 평했지만, 툰베리는 이 평을 기꺼이 환영할 것이다. 툰베리에게 ‘순수한 환경운동’은 없으며, 지구상 모든 문제는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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