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특허소송에서 권리자의 승소율 제고와 심리 기간 단축을 위해서는 심리 절차의 전문성과 집중도 제고, 증거수집제도의 실효성 강화 두 가지 측면에서 개선이 필요합니다.”
권동주 한국지적재산권변호사협회(KIPLA) 회장은 우리나라 특허 재판과 관련해 국내 기술 기업의 요구에 대해 재판 절차 개선과 증거수집제도 실효성 강화를 해답으로 제시했다. 우리나라 특허재판에서 권리자 승소율(특허침해소송은 약 20.3%, 특허무효심판은 약 18%)이 미국이나 유럽은 물론 일본·중국에 비해서도 낮은 것과 재판기간 역시 2~3년씩 길어지는 것에 대한 해결책인 셈이다.
권 회장은 올해 초 KIPLA 회장에 취임했다. 권 회장은 2000년 판사로 임용된 후 2010년 대법원 지식재산권 재판연구관을 거쳐 2018년 특허법원 부장판사로 퇴직한 후 법무법인 화우에 합류했다. 현재 법무법인 화우 지식재산(IP) 그룹장과 바이오헬스센터장을 맡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정통 IP 변호사로 통한다.
그는 업계가 요구하는 재판부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집중심리기일제를 더욱 활성화해 연속으로 변론과 증거조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기술심리관·전문위원을 활용해서 복잡한 기술 쟁점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정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를 통해 불필요한 공방을 줄이고 심리 효율을 보다 높이자는 취지다.
그는 증거수집제도와 관련해서도 “특허소송에서는 핵심 자료가 상대방에게만 있는 경우가 많아 권리자가 입증에 어려움을 겪는다”면서 “이를 개선하기 위해 증거제출명령 범위를 넓히고, 비밀유지명령을 적극 활용해 기업이 영업비밀을 안전하게 제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두 가지를 함께 개선하면 특허소송의 신속성과 공정성이 모두 향상될 수 있다고 했다.
국내 기술기업의 인공지능(AI) IP가 뒤진 데 대해서는 원천기술 투자 확대와 규제의 해소, IP 전략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권 회장은 “AI 특허의 경우 단순 응용 기술보다 알고리즘, 데이터 구조, 모델 설계와 같은 기초 영역에서 특허 경쟁력이 확보되어야 하는데, 국내 기업과 연구기관은 단기 상용화나 서비스 개발에 치중해 장기적인 원천기술 연구 투자가 상대적으로 적다”고 지적했다. 상용화와 함께 원천기술 확보에 힘 쏟아야 한다는 얘기다.
규제로 인한 데이터 접근성의 한계도 지적했다. AI 기술은 대규모·다양한 데이터 확보가 핵심인데, 국내는 개인정보보호 규제나 데이터 분절화 문제로 양질의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확보·활용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또 “AI 특허는 기술 이해와 법적 보호 전략을 동시에 요구하는데 반면 많은 개발 현장에서 특허 포트폴리오를 체계적으로 설계하거나, 해외 출원까지 고려한 전략 수립이 미흡해 국제 경쟁에서 밀리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AI 특허의 질적 성장을 위해서는 원천기술 연구 강화, 데이터 활용 인프라 개선, 글로벌 특허 전략 역량 제고, 신속한 제도 대응이 동시에 추진되어야 한다”면서도 “무엇보다 우리나라 특허의 질 개선을 위해선 연구개발 투자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허 재판부와 관련해서도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IP 사건은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된다”면서 “ 담당 법관이 장기적으로 재직해 경험과 역량을 축적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미국 연방지방법원처럼 장기간 동일 분야를 담당하는 시스템을 참고할 수 있다”며 “일정 자격과 경력을 갖춘 판사를 지식재산전문법관으로 선발해 지속적으로 사건을 맡기거나, 회생법원 인사제도처럼 전문법관 제도를 두지 않더라도 부장·배석·단독 판사 모두 3년 이상 근무할 수 있도록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그는 KIPLA 회장으로서 회원의 전문성과 신뢰성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IP 분쟁 해결의 효율성과 공정성을 높일 수 있도록 법조계 및 관련 기관과의 협력도 강화하겠다고 했다.
한편 KIPLA는 2014년 세워져 1000명의 IP 전문변호사가 회원인 국내 최대 IP 변호사 단체다. 매년 특허법원 및 서울중앙지방법원 지식재산전담재판부와 함께 세미나를 개최하면서 법원과 IP 분야의 주된 소통 창구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이경민 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