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도 "APEC 성공적"…트럼프·시진핑 웃게한 李 실용외교, 숙제는

2025-11-02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최대 외교 무대였던 ‘정상회담 수퍼위크’를 마무리했다. 지난달 27일 한·캄보디아 정상회담부터 2일 한·싱가포르 정상회담까지 1주일 동안 양자 회담만 10차례였다. 미국·중국·일본 외에도 캐나다·호주 등 전략적으로 중요한 국가와의 정상회담이 잇따라 열려, 정치권에선 이 대통령의 ‘외교 시험대‘로 불렸다.

여권의 평가는 일단 긍정적이다. 정권 출범 이후 최대 난제였던 한·미 관세 협상이 타결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두 번째 정상회담도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마무리됐다. 민주당 관계자는 “보수 정부에서도 시도하지 못한 핵 추진 잠수함(핵잠) 연료 요구를 시도해 트럼프 대통령의 구두 승인까지 얻었다”며 “야권 일각에서 ‘친중반미’ 프레임을 씌우려 했으나, 한·미 동맹에 충실하다는 게 입증됐다”고 주장했다.

이 대통령은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신임 총리와의 첫 정상회담에서도 한·일 셔틀외교를 지속하기로 합의했다. ‘한국 언론에서 다카이치 총리에 극우라는 평가도 나온다’는 일본 기자의 질문엔 “일본 언론도 대한민국에서 제가 당선됐을 때 ‘극좌인데’, ‘걱정되는데’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고 운을 뛰운 뒤 “상당한 시간 대화를 나눠보니 아주 훌륭한 정치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답하는 여유도 보였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국제 무대에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며 “국민 여론 뿐만 아니라, 종종 엇나가던 여당에도 보다 강한 장악력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선물 교환 때는 재치 있는 언변으로 긴장과 웃음을 동시에 자아냈다. 이 대통령은 1일 한·중 정상회담 직후 시 주석이 선물로 건넨 샤오미의 신형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던 중 “통신보안은 잘 됩니까”는 농담을 던졌다. 미·중 갈등 과정에서 화웨이 장비가 ‘백도어 논란’에 휩싸여 미국의 제재 대상이 된 걸 간접적으로 연상케 한 것이다. 무뚝뚝한 표정을 짓던 시 주석도 이땐 크게 웃으면서 “뒷문(백도어)이 있는지 한번 확인해 보십시오”라고 응수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환영 만찬에서 이 대통령 부부는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부부가 입장하자 1분 넘게 악수를 나누며 유독 친근함을 과시했다. 이 대통령은 다이애나 폭스 카니 여사가 김혜경 여사가 입은 한복에 관심을 보이자 “여사님도 한복이 잘 어울리실 것 같다”는 덕담도 전했다. 60조원 규모의 캐나다 잠수함 사전 수주전을 놓고 독일과 경쟁 중인 상황에서, 캐나다 총리 부부에 특별한 친밀감을 표시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10개국 양자회담에서 국민적 관심도가 높은 현안 위주로 접근했다.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선 인도네시아 측이 분담금 납부 약속을 지키지 않아 논란이 계속돼 온 4.5세대 전투기 KF-21 공동 개발 사업 문제를 테이블 위에 올렸다. 한·캄보디아, 한·필리핀 정상회담에선 스캠 범죄 등 한국인 대상 범죄 공동 대응을 논의했다. 한·태국 정상회담에선 양국 간 포괄적 경제 동반자 협정(CEPA) 진행 상황을 점검했다.

APEC 경주 선언 조율과 무난한 행사 진행은 야당에서도 비교적 호평을 받았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1일 논평에서 “(APEC 정상회의는) 세계 21개 회원국 정상들에게 한국 경제와 K-문화를 알리는 것을 넘어 대한민국 국격을 높이는 기회의 장으로 삼기에 충분했다”며 “이번 정상회의의 성공적인 개최는 전 국민의 간절한 염원이 모인 결과”라고 평가했다.

첨예한 쟁점들이 다음으로 넘어간 건 남은 숙제로 지적된다. 우선 한·미 관세협상 조인트 팩트시트(공동설명자료)와 양해각서(MOU) 조율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또 한·중 정상회담도 한한령(限韓令) 문제가 테이블 위에는 올랐으나, 명시적 해제는 합의되지 않았다. 핵잠 이슈도 향후 이견이 있을 수 있는 부분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정치학)는 “1차 한·미 정상회담 직후 ‘합의문이 필요 없을 정도로 잘된 회담’이라고 했는데, 그 이후 결과는 어땠느냐”며 “최종 결과물이 나오기 전까지는 평가하기 이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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